[앵커]
경남 통영의 섬마을에는 '고양이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학생이 사라져 텅 빈 폐교였는데 지금은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좋은 주인 찾아 입양까지 보내는 곳입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아직 이름이 없는 검정 고양이는 바닷가 양식장에서 발견됐습니다.
[김문장/경남 통영 용호도 주민 : 양식장에 쥐가 많다 보니까 (고양이를 키우다가) 더는 못 키우겠다 싶으면 저 애들을 유기합니다.]
흰털을 가진 고양이 '팡이'는 나뭇가지에 찔려 한쪽 눈을 잃었습니다.
[김문장/경남 통영 용호도 주민 : 곰팡이하고 엉망이었어요. (이젠) 팡팡 뛰면서 잘 놀아요. 그래서 이름을 '팡이'라고…]
모두 경남 통영의 작은섬에 있는 고양이 학교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이 고양이의 이름은 코봉이입니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요.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이젠 잘 뛰어노는 고양이가 됐습니다.
10여년 전 학생이 없어서 문을 닫은 초등학교를 개조했습니다.
학년과 반이 적혀 있던 교실은 이제 보호실이 됐습니다.
학생들이 쓰던 책상과 의자는 사라지고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됐는데요.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언제든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이 통로입니다.
창틀 위에도 장난감 뒤에도 숨어 있는 고양이들이 보입니다.
청소기가 돌아가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고양이학교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재돌/경남 통영 용호도 주민 : 범아, 먹어. 안 먹을 거야? 먼저 먹는 놈이 최고다.]
처음부터 마을 주민들이 환영한 건 아니었습니다.
[박미자/경남 통영 용호도 주민 : 우리 동네에도 고양이가 억수로 많은데 웬 고양이 학교냐고…]
천덕꾸러기 취급도 받았습니다.
[김만수/경남 통영 한산도 주민 : 고기를 넣어놓으면 고기 다 훔쳐먹지.]
이젠 사람도 고양이도 마음을 열었습니다.
[박석윤/경남 통영 용호도 주민 : 예쁜이 눈 한번 맞춰보자. 내가 눈을 깜빡 그러면 같이 한번 해줍니다. 이렇게…]
이렇게 돌봄이 필요한 아픈 고양이들은 아직 많습니다.
[박미자/경남 통영 용호도 주민 : 우리가 지나가면서 '아, 네 눈이 왜 그렇게 아프노' 그 마음 아파하는.]
지자체는 고양이들을 이곳에서 치료해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학교에 온 고양이 30마리 중에 입양된 고양이는 한 마리 뿐입니다.
아직 이 고양이학교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연희/경남 통영 한산도 주민 :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수명이 짧더라고… 좋은 학교가 있으니까 아이들을 데려가면 조금 좋은 환경에서.]
길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3년, 집고양이의 1/5에 불과합니다.
이 고양이들에게 몇 번의 겨울이 남았을 지 모르지만 올 겨울만큼은 이곳에서 좀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취재지원 황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