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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낙지도 게도 사라지고 악취만…'청정 갯벌'에 무슨 일이

입력 2023-11-0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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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무안군은 청정 갯벌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갯벌 일부가 까맣게 변하고 낙지도 게도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무안의 한 마을입니다.

낙지나 게가 많이 잡히는 곳인데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을 보시면 낙지가 숨을 쉬는 공간이라고 하는데요.

이 표식이 있을 때 가서 땅을 파면 낙지가 나온다고 합니다.

지금 그런데 이곳에는 이런 표식이 많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김지영/주민 : 이런 식으로 해갖고 몇 개나 잡겠어요. 뭐 한 50m 떨어져서 하나씩 나오는디…]

지금 주민분과 약 1시간 정도 이곳을 돌아다녀 봤는데요.

물때에 따라 다르지만 평상시 같으면 약 10마리는 잡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잡은 건 두 마리에 불과합니다.

다른 갯벌과 비교해 봐도 다릅니다.

[김병삼/주민 : 이런 회색을 띠는 이게 정상이죠.]

갯벌을 파봤는데 아래쪽이 까맣게 변했습니다.

지금 물도 검은색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까이서 냄새를 맡아보니 악취도 심하게 나고 있습니다.

바로 옆쪽을 보시면 침출수로 추정되는 웅덩이가 있는데, 붉은빛을 띄고 있습니다.

갯벌에서 불과 1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구마 농가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불법으로 폐고구마를 묻었고, 오염된 물이 갯벌로 흘러 내려갔습니다.

업체 측은 해당 갯벌이 원래 낙지 잡는 곳이 아니라며 피해를 준 건 없다고 주장합니다.

[고구마 업체 대표 : 병충해가 심해가지고. 굼벵이 먹은 게 많이 나오니까 양이 많다 보니까 이렇게 묻은 건데…]

지자체가 지난 6월 조사를 했더니 폐고구마를 묻은 곳과 침출수가 흘러나온 곳 모두 오염도가 높았습니다.

조사 직후 업체는 폐고구마와 오염된 흙을 파냈습니다.

처리한 양만 91톤이나 됩니다.

지난달 지자체가 주민들이 오염됐다고 말하는 갯벌에 대해서만 다시 한번 조사했더니, 일부 오염도는 다소 높았지만 대부분 기준치보다 낮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김병삼/주민 : 폐고구마를 원상 복구한다고 캐 갔지만 지금도 침출수가 고여 있는 상태고. 계속해서 물이 지금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전문가들도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승수/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 : 침출수에 오염된 퇴적층 갯벌 분포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야 되고, 침출수가 침투한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3D로 조사를 해야돼요.]

이러는 사이 갯벌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승수/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 : (유기물이) 축적이 돼서 나중에는 메탄가스가 되거나 심하면 황을 만듭니다.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은 폐사를 하고, 어류나 낙지, 게의 종류는 다 떠나버립니다.]

불법으로 땅에 묻은 고구마, 처리했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오염된 물이 흘러 땅이 까맣게 변했고, 갯벌은 멍들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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