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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온 사람만 바보 된 거죠" 오락가락 정책에 '허탈' 불만도

입력 2023-11-08 10:17 수정 2023-11-08 11:38

생산량 늘린 종이 빨대 회사는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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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늘린 종이 빨대 회사는 '날벼락'

[기자]

앞으로 카페 매장 내에서도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를 쓸 수 있게 됩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인데,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종이컵을 식당이나 카페 매장 안에서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위반하면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인데, 그동안은 제도에 적응하는 차원에서 단속을 유예해 왔습니다. 1년 유예 기간이 끝나고 오는 24일부터는 단속 시작, 그러니까 '종이컵 전면 사용 금지'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어제 '소상공인 부담 덜어주겠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매장에서 종이컵은 아예 계속 쓸 수 있었고요.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 비닐봉투 등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해서 사실상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 차관 이야기 들어보시죠.

[임상준/환경부 차관 :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을 겪고 계시는 우리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

[앵커]

일회용품 줄여야 환경 지킬 수 있다는 건 유치원생도 아는 건데… 정부가 계도 기간 종료를 불과 보름 정도 앞두고 사실상 '정책 후퇴'를 선언한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이번 정부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감량 지속 확대'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규제 필요성도 강조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입장을 바꿨고 구체적인 보완책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한 곳은 단속을 앞두고 준비한 자영업자들입니다. "환경 보호하자는 정부 지침에 맞게 착실히 준비했는데, 갑자기 이게 뭐냐"는 반응입니다. 들어볼까요?

[고장수/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 : 매장에서 '쌀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1년 넘게 준비해온 사장님들은 완전히 바보가 된 거죠.]

저도 작년에 환경부에서 일회용제품 규제를 시작할 때, 한창 현장에서 취재를 했었거든요, 당시 카페 사장 입장에선 정부 규제도 눈치 봐야 하고,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의 불평도 들어야 해서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힘든 시간을 겨우 지나서 이제 카페 사장도, 손님도 제도에 익숙해졌는데, 허탈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앵커]

카페뿐만 아니라 쌀 빨대나 종이 빨대 제작 업체들은 사실 계도 기간 종료를 앞두고 생산량을 늘려놨는데, 이거 다 어떻게 처리 할지도 고민일 것 같아요. 한 업체는 직원을 모두 내보내야 하는 처지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더라고요.

[기자]

반면에 일부에선 "종이컵을 계속 사용할 수 있어서 소상공인 입장에선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는 반응도 있긴 합니다. 다만 환영한다는 사람들도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면 혼란스럽다'는 반응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기자]

종이컵을 사용하는 한 분식집 점주는 "일단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들어보시죠.

[신진범/분식집 사장 : 추운 겨울날 손님 오셔서 어묵 드시고 종이컵에 따라서 따뜻하게 마시고 가시는데 이런 걸 규제한다고…]

환경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정부가 1년간 계도기간을 뒀는데, 뭘 한 거냐?" 너무 급하게 결정했다며 결국 환경을 위해선 일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앵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되돌리면서 친환경 정책은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당장 일회용 컵만 연간 300억 개가량이 버려진다고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견을 잘 모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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