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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가 불 붙인 '카메라 촬영음'…"필요한 규제" vs "무음 앱 많다"

입력 2023-11-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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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휴대폰 기본 카메라로 촬영하면 소리가 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촬영을 막기 위해 카메라에서 무조건 소리가 나게 되어 있죠.

그런데 이 촬영음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미 무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앱들이 많이 있는 데다, 카메라 촬영음이 불법 촬영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사진=JTBC 캡처〉

〈사진=JTBC 캡처〉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자율화에 '찬성' 85%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설정 자율화'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설정 자율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85.19%(3281명)는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휴대폰 촬영음을 강제하지 않는 데에 85% 넘는 사람들이 찬성한 겁니다.

촬영음 자율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4.8%(570명)였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 있다'고 답한 사람은 85.27%(3284명), 없었다고 답한 사람은 14.72%(567명)였습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번 달 5일까지 진행된 설문에는 3851명이 참여했습니다.

응답자 중에는 30대(39.6%)가 가장 많았고, 20대(27.31%), 40대(20.51%), 50대(6.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78.16%, 여성이 21.83%였습니다.

권익위원회가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자율화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사진=권익위원회〉

권익위원회가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자율화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사진=권익위원회〉

2004년부터 '촬영음' 도입…'도둑 촬영' 문제 불거져


기본 카메라 촬영음은 지난 2004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도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한 도둑 촬영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정보통신부와 휴대폰 제조업체 등이 협의를 통해 카메라 촬영음을 도입하기로 한 겁니다.

이에 따라 촬영 대상자가 촬영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60~68데시벨(㏈A)의 촬영음이 나도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표준규격을 마련했습니다.

표준 규격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합의해 촬영음이 나는 휴대폰들이 출시됐습니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재 UN 139개국 중 한국과 일본에서만 휴대폰 촬영음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미 무음 앱 많아 범죄 예방 효과 없어"


규제가 도입된 지 20여 년. 그 사이 국민 의견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카메라 촬영음 자율화에 찬성하는 한 누리꾼은 "이미 무음으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앱이 매우 많다"며 "이는 기본 카메라 앱에 촬영음을 강제하는 것이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휴대폰 촬영음에 대한 규제보다 몰래카메라 등 촬영으로 인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찬성 의견으로도 "범죄 예방이라는 명목이라면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다"며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 불편하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미 무음 카메라 앱이 수도 없이 많은 상황에서 기본 카메라 촬영음은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카메라 촬영음 의무화 이후 '무음 카메라 앱'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볼륨 조절 버튼으로 촬영음 소리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앱부터, 촬영음이 아예 나지 않는 앱, 심지어 촬영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는지 알 수 없도록 다른 앱을 띄운 뒤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앱까지 나왔죠.

결국 TTA는 2013년 표준을 개정해 앱을 무음 앱에서도 카메라 촬영음이 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권고사항에 불과해 무음 카메라 앱을 규제할 순 없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촬영시 촬영음이 나지 않는 무음 카메라 앱.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휴대폰 카메라 촬영시 촬영음이 나지 않는 무음 카메라 앱.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여전히 많은 불법촬영…최소한의 규제 있어야"


반대로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만큼 불법촬영이 심각한 곳도 없는데 최소한의 규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불법촬영에 대한 대응도 안 되는데 대책 없이 규제를 푸는 게 말이 되냐"며 "대책을 먼저 제시하라"고 지적했습니다.

권익위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지난 2004년 231건에서 2011년 1523건으로 늘었습니다. 2015년에는 7623건까지 증가했고, 이후로도 매년 5000건 넘는 불법촬영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 촬영음이라는 최소한의 규제마저 없을 경우 불법 촬영 범죄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오히려 무음 카메라 앱이나 촬영음 소리가 나지 않는 해외 휴대폰 직구도 제지하는 등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TTA "표준화위원회에 관련 안건 상정해 검토 예정"


권익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TTA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카메라 촬영음 도입 당시에도 정부 규제가 아닌 업계 자율로 표준 규격을 만들었던 만큼, 이번 여론도 역시 업계에 논의를 맡길 것으로 보입니다.

TTA 관계자는 "전달된 의견을 바탕으로 표준화 작업을 하는 표준화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표준화위원회에는 이동통신사업자와 휴대폰 제조업체 등이 참여합니다.

위원회에서 검토와 합의를 거쳐 휴대폰 촬영음 자율화 여부에 대해 논의한 뒤,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치려면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TTA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휴대폰 촬영음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고 위원회에서 검토 작업을 통해 개정을 거쳐왔다"며 "이번에도 국민들의 의견이 모였으니 다양한 의견을 놓고 위원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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