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송충이가 뚝뚝?…나방 유충 '철 없는' 습격

입력 2023-10-25 21:00 수정 2023-10-25 22:1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최근 전국에서 송충이를 닮은 벌레가 들끓고 있습니다. 잎을 갉아 먹어 나무를 죽게 하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입니다. 보통 날씨가 쌀쌀해지면 사라지는데 요즘엔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평범한 산책로처럼 보이지만 바닥에는 벌레가 기어 다닙니다. 검게 짓이긴 흔적도 보이고요. 옆에 있는 벽에도 기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어가서 이런 운동기구 위에도 올라갑니다.

[정숙희/서울 합정동 : 옷에 붙어있지, 머리에 떨어져 있지, 막 떨어지면 '어 뭐야…으으.']

돗자리 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아정/서울 양재동 : (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이리로 올라오기도 하고, 계속 포크로 퍼냈어요.]

외래종 미국흰불나방의 유충입니다.

나무 줄기 위에도, 잎사귀에도 다닥다닥 붙었습니다.

제가 10분동안 이 흰불나방 유충을 잡아봤더니 페트병 아래쪽이 검게 변할 정도로 가득 모였습니다.

흰불나방 유충은 나방이 되기 전 활엽수 잎을 갉아먹습니다.

유충의 공격을 받은 나무는 잎을 잃고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나뭇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가지는 힘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잎을 자세히 보면 미국 흰불나방 유충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잎을 다 갉아먹으면 땅 아래로 내려가서 또 다른 나무에게로 옮겨 붙습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보통 서늘한 9월이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올해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며 10월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한강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방제용 약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물을 뿌려 떨어뜨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속도는 더 빠릅니다.

이른 새벽부터 방제용 약이 공원을 뒤덮습니다.

[손상범/전주 완산구청 공원관리팀장 : 예년에는 보통 5월에서 9월까지 유충과 성충이 반복한 후에 9월이면 마무리…]

올해는 11월 초까진 해야합니다.

[방제 작업자 : 옷에 뭐 시커먼 게 붙어서 불 켜봤더니 흰불나방이 (천장에) 붙어있더라고. 집에서 하룻밤 잤어, 같이…]

워낙 생명력이 강해 살충제를 쳐도 다시 운동기구 위까지 올라옵니다.

[김용신/전북 전주시 효자동 : 이거 봐요, 이거. 내가 아까 싹 쓸어냈거든, 빗자루로. 기어 올라오잖아, 이 밑에서…]

산림청은 내년에도 올해만큼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민중/국립산림과학원 병해충연구과 : 교미교란제라든지 환경에 부담이 적은 친환경 방제제를 개발…]

전문가들은 쌀쌀한 날씨가 늦게 찾아오면서 겨울잠에 들었어야 할 벌레가 한 번 더 알을 깠다고 말합니다.

잦아진 벌레의 습격이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건 아닐까요.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취재지원 황두길]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