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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입력 2023-10-23 08:01 수정 2023-10-23 13:55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6)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3)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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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6)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3)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1998년 4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한 범정부 대책기구를 구성한 이후,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2001년 9월), 녹색성장위원회(2009년 2월), 그리고 탄소중립위원회(2021년 5월)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20022년 3월)에 이르기까지. 최소 15년간 이어진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관련 기구나 조직이 개편되고, 신설될 때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더 강력한 목표를 제시해온 것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 1인당 전력 사용량, 경제의 에너지 집약도, 재생에너지 비중 등 주요 지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요. 그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앞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기후변화 대응의 각 분야별 전문가 11명과의 연속 인터뷰, 세 번째 인터뷰이는 녹색성장위원회부터 탄소중립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기구 내에서 녹색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입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Q) 오랜 기간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 갖고 집중하게 된 시기와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당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 여건이나 사회 전반의 관심도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어땠나요?

A) 처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떤 에너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 운동 당시에 현장에서 만난 주민이 “우리나라가 핵발전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에너지 대안이 있는 거냐?”라는 질문을 주셨는데, 제가 답을 못했어요. 녹색연합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이렇게 에너지 문제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문제도 일로써 접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부안 핵폐기장 반대 운동이 진행된 지 20년이 지났네요. 10만 년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의 문제를 우린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고,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도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때문입니다. 원자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이처럼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가 너무 큰 겁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제가 처음 참여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회의였어요. 그때 남태평양의 작은 섬 '카트레츠'에서 온 우르술라 라코바 씨를 만났어요. 카트레츠는 원래 여섯 개의 섬으로 이뤄졌는데, 당시 몇 해 전부터 섬이 하나 더 생겨서 일곱 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원래 두 개의 봉우리로 연결돼 있던 섬이었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그 봉우리 사이에 차오르면서, 하나였던 섬이 두 개로 나뉜 것이죠. 정작 그 섬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환한 미소와 그분의 이야기가 대비되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발리 총회는 교토의정서가 1차 의무 감축 기간이 끝나는 2012년 이후의 대응 방안, 즉 '포스트 2012'를 논의하는 자리였어요. 당시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2050년까지 50% 감축한다고 밝혔고, 미국은 교토의정서조차 비준 안 한 상태, 한국은 감축 목표 자체가 없었어요. 또, 2007년 발표된 IPCC 4차 보고서에선,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 상승했다고 나왔었어요.

우리나라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서야 처음으로 감축 목표를 발표했고, 이후 아시다시피 2020년에는 탄소중립을 선언했죠. 현재 한국을 비롯해 150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어요. 그리고, 4차 보고서로부터 16년이 지난 2023년 발간된 6차 보고서에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 상승했고요. 기후변화협상이 느린 것 같지만, 진전을 한 셈인데, 그만큼 기후변화 자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해요.

Q) 이후로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보시기에 우리 사회는, 정부는, 산업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까요?

A)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의지나 역량이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논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반면 해외의 변화는 컸습니다. 2018년, IPCC의 〈1.5℃ 특별 보고서〉가 나오고, 그레타 툰베리가 주도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가 2019년 EU의 기후중립 선언을 이끌어냈어요. 2020년 9월,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과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등장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문제를 넘어 국제통상, 산업, 일자리, 경제 정책으로 확장해왔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위의 그림은 유럽연합의 그린딜이 지난 5년 사이에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데요. 2030년까지 55%감축 목표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소비 절감과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사업법, 전력시장설계 계획과 같이 촘촘하게 제도를 만들고 실행에 들어가고 있어요. 미국도 IRA에 이어 2024년부터 12개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을 발의했습니다.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누출을 방지하고, 탄소배출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며, 탄소중립 목표와 산업전환을 연계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세계 경제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세계 경제가 판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를 산업계는 이제야 인지하고 준비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지난해 10월, 애플이 2030년 공급망 탄소중립을 요구하면서 우리 산업계도 본격적으로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코프3(Scope 3)를 포함한 기후공시 의무화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지난 2년 사이에 기후변화에관한비재무공시(TCFD) 보고서를 본격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도 2020년부터 RE100 선언에 참여했는데, 이제는 참여정도가 아니라 실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갈라파고스'처럼 외부적인 요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 흐름에 이끌려 선언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탄소중립 산업전환 정책이 보이지 않아요. 에너지정책도 오로지 원전확대 정책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A) EU 그린 딜, 미국 IRA, 중국 '1+N' 정책의 핵심은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설치만이 아니라 전력망 구축과 운영, 전력시장제도, 전력가격, 섹터 커플링 등 에너지 시스템을 전력과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완전히 바꾸고 있어요. 현재 전 세계 1차 에너지의 77%를 차지하는 화석에너지를 0으로 만들려면, 전력화와 재생에너지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고,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전력의 70~80%를 차지하려면 제도와 가격, 기술, 데이터 인프라가 모두 바뀌어야 하니까요.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한 전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 이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산업과 일자리 규모가 얼마나 클까요. 에너지 자체가 하나의 산업인데, 한국 정부는 수출경쟁력은 낮은 에너지요금으로 떠받치는 '보조 산업' 정도로 에너지 분야를 좁게 바라보다 보니,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사회 전체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각각의 영역에서 진심으로 이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Q)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시간인 2030년은 속절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장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가장 부족하고, 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A) 우리나라는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이듬해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성과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본법 또한 만들었고요. 이렇게 제도적 기반을 닦아 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30년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공식적인 국가계획 수립에 비해 실질적인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해서 늘었습니다. 배출량이 줄어든 시기는 1998년 IMF 시기와 2020년 코로나19 시기뿐이죠. 이후 2021년 배출량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오히려 늘어났다. 2022년 잠정 배출량이 소폭 줄었다곤 하지만, 감축 성과라고 보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2050년 탄소중립을 하려면, 2021년 6억 8천만 톤이 넘는 총배출량을 2050년에는 8천만 톤(시나리오 A) 수준으로 줄이고, 8천만 톤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2030년까지는 총배출량 5억 1,200만 톤으로 줄여야 하고요. 앞으로 7년여 동안 1억 6,800만 톤을 줄이는데, 그다음 20년은 4억 3,200만 톤을 줄여야 하니 감축 부담을 뒤로 미룬 셈입니다.

현재 정부가 수립한 계획만 보더라도, 기후위기를 당장의 시급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고정관점에 사로잡힌 채, 당장의 현실적인 해법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감축이나 탄소포집저장, 원전에 집중하는 것만 보더라도, 여전히 기후위기가 가져올 충격과 국제사회의 변화를 정부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바로, 이 부분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국가 계획의 실질적 실행력은 정치적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현재 국내에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다른 경제, 복지, 부동산, 교육 의제에 비해 정치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거나 경제, 복지, 교육, 부동산 의제와 연결되지 못하고 습니다. 한국의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 선거에서 기후위기 의제는 다른 이슈들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죠.

기후위기 대응이 한국 사회에서 우선 의제가 되기 위해선, 중요한 선거 시기에 쟁점이 되어야 하고, 유권자들이 정당과 정치인들의 기후위기 대응 여부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기후 관련 공약에 따라 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매해 강도를 더해가는 기후재난이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재난 자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기후위기이며, 그에 따라 적응과 감축, 에너지전환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해법을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위기를 우선순위로 삼고, 기후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과 정당, 이를 뒷받침하고 지지하는 대중이 등장하고, 에너지, 건물, 수송, 산업부문 전반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이 제시되며, 이를 실행에 옮길 예산과 인력이 동원될 때. 우리는 비로소 기후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하게 될 겁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Q)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여러 면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부족한 성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으로의 여정에 있어 우리가 지닌 강점, 다른 나라보다 더 뛰어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저 '안 될 일'이라고 낙담하기보다, 작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한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 기업과 배터리 산업, 해상풍력공급망 체인에서 핵심인 조선산업과 철강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고, IT 강국이며, 인력과 한국 기업의 자본력까지 갖추고 있다. 탄소중립 산업전환에서 핵심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데, 왜 변화가 이렇게 더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5월에 만난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그랜트 하우버(Grant Hauber) 아시아지역 전략에너지금융 고문이 한 말입니다. 당시 그는, 왜 더딘지에 대한 나름의 자신만의 답도 이야기했는데요, 그 이유로 '일관성 있는 정책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이 말은 곧,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고, 정책을 수립한다면, 이를 실행할 기반은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7월에 매니페스토 전국대회가 열렸고, 저도 참여해서 다양한 사례 발표를 들었습니다. 당시, 인구 3만이 무너진 경북 봉화군은 기후환경 분야에서 1위를 했습니다. 봉화군은 주민 소득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참여 태양광 정책'을 펼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결과, 봉화군의 신재생에너지 주택 보급률은 16.2%가 되고, 녹색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고 있고요. 봉화군은 또, 에너지사업 기금을 설치해서 융자와 취약계층 보조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희망이라고 하면, 한국사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노력이 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2010년에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라는 에너지 자립 마을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홍성군 성우농장에서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도, 또 괴산과 완주에서 지역의 우드칩을 활용한 산림 에너지 자립 마을 사업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전주 지역에너지센터나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처럼, 지역에서 만들어낸 중간 지원 조직도 있고, 경기도엔 34개의 에너지협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시민'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기후에너지 싱크탱크로 사단법인 넥스트, 플랜 1.5,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같은 민간연구소들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결과를 사회에 제시하고, 기후위기에 진심인 기자와 언론인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희망입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Q)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전문가로서, 일반 시민 독자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관계자, 입법을 하는 국회 관계자, 각종 활동의 주체인 산업계 관계자 등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시민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지금 기후위기도 심각하지만, 우리나라는 합계출생률이 0.78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1975년 우리나라의 주위연령은 19세였는데, 2022년에는 45세가 됐고, 2030년에는 50세가 됩니다. 인구의 절반이 50세가 넘을뿐더러, 현재 100명이 39명을 부양하고 있다면 2050년경에는 100명이 100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옵니다. 이렇게 인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 세계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데다가, 국내에선 수출과 내수와 생산을 지탱했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성장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선 '포스트 성장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우리의 한정된 자원. 즉, 재정, 인력, 시간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뽑는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은 바로, 이 자원을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하는 사람들이고요. 내년 총선에서도 개발과 성장을 앞세우는 이들보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역에 꼭 필요한 에너지전환을 찾아 나서고, 폭염과 한파에도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주택을 보급하고, 공공교통과 안전한 먹거리, 농업과 돌봄 대책을 제시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산업계의 경우,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여수 광양의 GS칼텍스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공장 벽에 걸려있던 1960년대 호남정유공장 전경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그 허허벌판이 지금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습니다. 한국의 제조 산업계가 어떻게 이 작은 나라를 철강, 조선,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는지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였죠.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생산하는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고, 탄소 배출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스코프 3를 포함한 공급망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도 본격적인 고민과 변화에 나서야 합니다. 담장 밖 배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받거나, 협력 업체의 배출량을 관리할 때엔 이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또한, 기업 스스로 전환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 등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 또한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현재 기후위기 대응이든, 에너지전환이든, 시기적으로 너무도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전환, 전력망 계통문제 해결, 에너지 갈등, 에너지 가격 상승, 탈탄소 압박… 지금 모든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오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현장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시민들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전환의 큰 그림을 그리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모여서 논의할 공간' 조차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것이죠.

입법부인 국회에선 '기후 정치인'의 등장을 기대합니다. 이미 해외에선 기후위기 대응이 주목받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국내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이 주제가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이 과정에서 기후위기를 그저 '정치적 이슈'로만 가져가려는 정치 분야의 그린 워싱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또, 급격한 사회전환기에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면서 그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될 이들에 대한 안정망을 포함해 '정의로운 전환'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물론, 그런 정치인이 등장하려면 양극단의 주장만 존재하는 지금의 모습부터 탈피해야 할 테지만요.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릴레이 인터뷰는 조명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성창모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특임교수(녹색기술센터 초대 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리서치센터장,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 등 11명의 전문가와 함께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위기 대응 '갈라파고스' 한국…우선 의제로 거듭나야”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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