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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현진 감독 "OTT시대 창작자는 '하청'...저작권 차별"

입력 2023-10-21 09:08 수정 2023-10-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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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 〈사진=박지윤 기자〉

박현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 〈사진=박지윤 기자〉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부대표인 박현진 감독은 지난 20일 "OTT 시대 한국 창작자(감독·작가·배우 등)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 영화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2007년 영화 '6년째 열애중'으로 데뷔한 이후 '좋아해줘' 등 다양한 로맨스와 코미디 영화를 연출한 박 감독은 지난 3월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에 취임하여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와 정당한 보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OTT 시대, 한국 영화 창작자 비례 보상 '깜깜이'


한국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하면 관객 수가 많을수록 창작자와 제작사, 투자사 모두 수익을 많이 받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OTT는 기존에 개봉된 영화나 상영된 드라마를 서비스할 때는 저작권을 가진 투자사 혹은 제작사로부터 이용권을 삽니다.

또 OTT가 직접 투자할 경우 제작사에게 제작 단계에서 제작비에 확정 수익을 더한 금액만 지급합니다. 넷플릭스는 주간 단위로 글로벌 톱 10 조회수와 상영 시간만 공개하는 등 OTT들은 조회수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며, 비례적 보상(추가 수익)은 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제작 단계에서 약 253억원을 투자한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6주 동안 1위를 하는 등 가치가 약 1조6500억원에 달했지만 창작자들에게 추가 수익은 없었습니다.
 

"창작자는 재하청노동자...K-영화 인기 불꽃처럼 사라질 수도"


박 감독은 "저작권을 양도하는 창작자는 제작사나 투자사가 플랫폼과 계약을 할 때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당함을 주장할 길이 없다"며 "창작자는 산업 구조상 재하청 노동자 신분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감독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몇 년간 작업을 하는데, 적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기간을 버티기 힘들다"면서 "창작자들이 떠나면 한국 영화 인기는 반짝 불꽃처럼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현진 영화감독 〈사진=연합뉴스〉

박현진 영화감독 〈사진=연합뉴스〉


박 감독은 그러면서 "90년대 외면받던 한국 영화가 2000년대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된 배경엔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박스오피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전에는 극장 별로 판매 정보를 관리해 투명하지 않아 창작자들이 흥행 여부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3년 통합전산망 덕분에 전국 판매 정보 실시간 집계가 가능해져 창작자들이 다양한 영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기업 투자도 가능해져 1000만 관객 달성 영화와 오스카상 수상 등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OTT, 투명하게 조회수 공개해야...OTT시대 새로운 해법 모색 필요"


이와 관련해 박 감독은 "OTT도 조회수를 공개하고, 창작자에게 흥행 여부에 따라 비례적 보상(추가 수익)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같은 문제 등이 제기돼 할리우드 영화와 방송작가들이 속한 미국작가조합(WGA)가 파업을 했습니다. WGA가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등이 속한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협상한 결과, 스트리밍 데이터를 WGA에 제공하고 재상영시간에 따라 추가 분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국에서도 OTT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출처 : 성일종 의원 페이스북〉

〈출처 : 성일종 의원 페이스북〉

유정주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 촉구 기자회견 〈사진=유정주 의원실〉

유정주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 촉구 기자회견 〈사진=유정주 의원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 유정주 의원과 성일종 의원이 각각 지난해 8월과 9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성일종 의원은 “K콘텐트가 글로벌 문화 콘텐트 산업을 선도하는 가운데 창작자 권리 보호는 해외에 뒤처진다”고 지적했고, 유정주 의원은 "승자 독식 고문으로 창작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됐지만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작품의 흥행 여부에 관계 없이 제작 단계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있는 보상을 선지급하여 창작자분들도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이로운 구조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오징어게임2처럼 넷플릭스와 후속 시즌을 제작할 경우 해당 계약 체결 때 창작자분들께 추가 보상을 반영하며,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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