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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가자지구에 정말 썼나…광범위 살상무기 '백린탄'

입력 2023-10-13 07:16 수정 2023-10-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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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공개된 사진. 〈사진=엑스(X·옛 트위터) '@Timesofgaza'〉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공개된 사진. 〈사진=엑스(X·옛 트위터) '@Timesofgaza'〉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바다가 됐습니다. SNS에는 가자 도심 곳곳에 연기가 치솟고 흩어진 불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백린탄을 사용했다"며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백린탄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린탄이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SNS에 공개된 영상. 〈영상=엑스(X·옛 트위터) '@MahaGaza'〉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SNS에 공개된 영상. 〈영상=엑스(X·옛 트위터) '@MahaGaza'〉


백린탄의 주성분은 인(P)입니다. 이 물질은 산소와 결합하면 즉시 격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엄청난 열과 많은 양의 독성 연기를 만들어 냅니다.

탈 때 온도는 섭씨 815도까지 치솟으며 피부나 옷 등 표면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산소를 차단하거나 전부 연소하기 전까지 계속 타오릅니다. 물로 꺼지지도 않습니다.

특히 백린탄은 독성 물질을 광범위하게 살포하고 불까지 붙인다는 점에서 '악마의 무기' 또는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논란되는 이유는?

가자지구 북서부 주택가에서 촬영했다는 백린탄 영상. 〈사진=X·연합뉴스〉

가자지구 북서부 주택가에서 촬영했다는 백린탄 영상. 〈사진=X·연합뉴스〉


백린탄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살상력 때문입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백린탄을 포함한 소이 무기는 극심한 화상을 입히고 호흡기 손상, 감염, 쇼크 및 장기 손상을 일으킨다"며 "시간이 지나도 흉터가 남고 근육조직을 훼손시켜 신체 장애를 유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소이 공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 피해자의 외모가 변하는 등의 여러 문제는 무력 분쟁 뒤 심리적 피해와 사회적 배제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특히 휴먼라이츠워치는 무력 충돌 상황에선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아볼 수 없는 경우가 있어 그 피해가 더욱 커진다고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백린탄은 넓은 범위를 무분별하게 공격해 민간인에게도 피해를 입힌다는 점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백린탄은 금지 무기?...국제협약 봐도 '애매모호'

제네바협약 제1의정서 제35조. 〈사진=대한적십자사〉

제네바협약 제1의정서 제35조. 〈사진=대한적십자사〉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제3 의정서는 주거지역이나 민간인이 밀집한 시설에 백린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협약 제2조항을 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민간인이나 민간 물자를 소이무기의 공격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즉, 민간인에겐 어떤 경우에도 백린탄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군사 표적에 대해 사용해서 안 된다는 언급은 없으며 연막이나 조명 목적의 백린탄 사용을 막는 규정도 없습니다.

반면 일부에선 백린탄은 애초에 금지된 무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제네바협약 제1 의정서 제35조에는 과도한 상해 및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는 성질의 모든 무기를 금지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백린탄 역시 과도한 상해와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므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백린탄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모호하고 백린탄이 가진 특성이 명확하지 않아 무력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백린탄 사용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백린탄 민간인 피해 사례

우크라이나 측이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며 공개한 영상. 〈영상=마리우폴 당국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측이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며 공개한 영상. 〈영상=마리우폴 당국 텔레그램〉


#1 2009년 1월 4일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백린탄이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한 민간인의 집 지붕을 뚫고 떨어졌습니다. 백린탄으로 인한 화재로 일가족 5명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5명이 다쳤습니다.

사바 아부 할리마는 "모든 것이 불에 탔다"며 "남편과 4명의 자녀가 내 눈 앞에서 산 채로 불에 탔다. 나는 그들을 구할 수도 도울 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2 2009년 3월 14일 아프가니스탄 8살 소녀 라지아의 집에 백린탄이 떨어졌습니다. 라지아는 크게 다쳤습니다.

라지아를 담당한 의료진은 "라지아는고통스러워 하며 계속 울었다"면서 "포격이 라지아의 삶을 지배했다. 백린탄과 같은 무기는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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