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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미집' 전여빈의 광대무변 "좋은 배우 되고픈 열망 커"

입력 2023-10-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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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미집' 전여빈의 광대무변 "좋은 배우 되고픈 열망 커"
배우 전여빈이 '거미집'으로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전여빈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에서 영화 제작사 신성필름의 직원 미도로 분해 열연했다.

그간 전여빈은 영화 '죄 많은 소녀', JTBC '멜로가 체질', 넷플릭스 '낙원의 밤', '글리치', tvN '빈센조'부터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 등 매 작품 색다른 변신을 이어왔다.

'거미집'에서는 숏커트의 유학파 영화인 미도로 완벽 변신, 영화를 위한 불타는 열정과 극 중 유림(정수정)과의 '웃픈' 갈등은 물론, 발연기 장면도 재치있게 소화했다. 전여빈은 "미도와 나는 다른 부분도 많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은 비슷한 거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여빈은 '거미집'을 통해 김지운 감독, 송강호, 임수정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함께했다. 또 이 작품으로 제76회 칸영화제 무대도 밟았다. 전여빈은 "영화인들의 소원과 염원의 무대 아닌가. 칸영화제가 고향이신 (송)강호 선배님이 계셔서 친숙한 느낌으로 다녀왔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 '거미집' 전여빈의 광대무변 "좋은 배우 되고픈 열망 커"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 산업을 배경으로 한다. 주변 반응은.
"업계 관계자 분들은 정말 좋아하신다. 일반 친구들도 (VIP시사회에) 많이 왔다. 영화에 대한 갈망, 열망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거 같다고 하더라. 자기 안에 열정이 다시 간질간질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일반 친구들 같은 경우는 색다르다는 표현을 해줬다. 물론 김열(송강호) 감독님을 선두로 극을 이끌어 가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만의 다른 방식으로 반짝반짝 빛내면서 빈틈없이 연기를 해주니까 재밌었다고 했다. 칸에서 첫 상영 때 보고 놀란 게 언어로 하는 유머들이 블랙 유머들로 느껴지는 구간이 있다. 그걸 듣고 웃어주셔서 놀랐다. 외국 사람들에게도 통하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언어의 맛을 알고 공기의 흐름을 타시니까 그게 배가 됐나보다. 쉴새없이 웃었다 이야기해주셨다."

-대본 보고 미도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나.
"'거미집' 대본 받고 미도를 보는데 떠오르는 건 불도저였다. 그 불도저가 엄청나게 쇳덩이이긴한데 그게 누군가에게 위험이 되는 건 아니었다. 다소 귀여운 느낌이 있달까. 감독님이 배우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신다. 캐릭터 목소리를 시연해주신다. 감독님에게 힌트를 얻었다. 연기 진짜 잘하신다. 나만의 해석을 해보고 싶었다. 미도의 열정이 예뻐보이자는 건 아니었고, 이 열정이 사랑스러워보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진짜 퓨어한 마음이다. 이 세상에 사랑할 게 없다가 드디어 사랑할 걸 만난 사람이다. 불나방 같은 사람이다. 한편으론 미도에게 영화는 첫사랑 같은 마음일 거 같기도 하다. 그런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중점적으로 신경쓴 건 앙상블 영화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감각을 최대한 열어야겠다 싶었다. 영화 자체가 1970년대 시간적 공간이 있었고, 신성필름이라는 공간적인 제안이 있어서 어울리는 톤 앤 매너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그 안에 어울리되 내 색을 살릴 건 무엇인가 싶었다. 강호 선배님, 장영남 선배님, 정수정과 부딪히니까 그분들의 연기를 가장 많이 봤다. 이건 놓치면 안되겠다 싶었던 건 집중과 리듬, 에너지였다. 당시에 '너의 시간 속으로' 촬영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 역활과는 너무 상이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구분이 잘 됐다. 물론 동시에 진행하니까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졌다. 이 벽을 깨보자 하는 미도의 열정을 전여빈의 집념으로 끌고 오자 싶었다. 이 모든 시간이 끝나갈 쯤엔 미도에게 고맙더라. 글 속에서 사는 인물 자체가 주저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주는 느낌도 들었다."

-김지운 감독 왈, 전여빈은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하던데.
"지운 감독님은 굉장히 집요하고 조용히 치열한 방식의 감독님이다. 많은 테이크를 가게끔 허용하시는 감독님이다. 첫 테이크부터 마지막 테이크까지 오케이도 안내시고, 단 한 컷도 허투루 하시지 않는다. 항상 집중하고 계신다. 미도로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열어주시다보니 자유롭게 커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좀 더 표현이 확장이 됐던 거 같다. 그리고 지운 감독님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높은 사람이다. 애정과 관심이 비단 배우들에게만 통용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스태프 한명 한명, 단역 한명 한명까지도 적용됐다. 조용한 분이신데 존재로 인정하고 협업하는 기분이었다. 조용한 배려 속에서도, 이 온도는 높다. 이 영화에 대한 애정, 이 집념이 느껴졌다. 김열 감독과 표현 방식은 다른데, 어떤 방식에서는 김열 감독님 같은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다. 예술가 대 예술가로서 김열 감독을 미도가 존중하지 않나. 배우 전여빈으로서 순간 순간 감독님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인터뷰] '거미집' 전여빈의 광대무변 "좋은 배우 되고픈 열망 커"

-극 중 미도와 배우 전여빈이 닮은 부분은.
"미도의 방식과 나 전여빈의 방식은 좀 다르긴 하다. 미도는 정확하지만 거칠고, 나는 정확하지만 그래도 좀 더 유연한 방법을 택하려고 하는 거 같다. 소통하는데 있어서 점점 배워나가는 건, 이 일이라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살펴야 하고, 소통이 일궈내는 것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도는 나같은 열정은 있었지만 귀를 열거나 누군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거 같진 않다. 나도 미도를 감히 나쁜 사람이라 말하긴 어려운 거 같다. 방식이 아주 많이 서툰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다. 열정에 대한 방식을 이야기하면 미도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데, 나도 내 마음 안에 느낀 것을 내 신체로, 언어로, 에너지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한 훌륭한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좋은 배우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그런 열정은 아직도 닮아 있는 거 같다.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내 노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노력을 할수록 확률은 높아진다고 반드시 믿는데 불확실성은 크다. 도저히 이걸 포기하지 못하겠다. 포기 못하겠는 마음이 닮아 있었던 거 같다."

-꿈이었을 송강호,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조용한 가족'이나 '반칙왕'을 재밌게 봤었고 '장화홍련'은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다. OST도 좋아해서 통화연결음으로 했을 정도다. 지운 감독님과 이게 첫 작품은 아니다. '밀정'과 '인랑'에서 아르바이트 할 기회를 주셨다. 연이 닿아있었다. 좋은 영화계 선배님임을 이미 인지한 상태였다. 그래도 디렉팅 받을 일은 없다 보니 그런 꿈을 꿨던 거 같다.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 두분 20년이라 됐다니 싶으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고, 두 분의 사이가 부럽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 배우로서는 강호 선배님과 함께 눈을 맞아보고 에너지를 주고 받는 건 꿈이었다. 그 꿈의 실현에 기회가 왔으니까 나 스스로 마음을 강하게 먹자 차분하게 갖자, 내가 배우 대 배우로서 표현해야 할 것을 제대로 직면하자 싶었다. 꿈과는 다르게, 좀 더 마음을 이성적으로 먹고, 최대한 후회하지 않게 다 준비하고 내어놓자는 각오가 되어있었다. 너무 존경하지만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존경하는 선배님과 감독님에게 그런 실망감 주고 싶지 않았다. 한 개인으로서 큰 책임감이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연기하거나 그럴 때 설레고 들뜨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화학적인 반응이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거나, 이런 순간이 있긴 했다. 그래서 결국은 큰 덩어리로 말씀드리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원해왔던 순간이다. 영화적인 순간이다. 이 순간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지 오롯이 느끼고 표현해야지 싶었다.

-현장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준다면.
"하나라도 흘려지는 건 없도록 모든 걸 받아들여야지 싶었다. 촬영하는 순간순간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다. 원했던 긴장의 순간이었다. 매 순간 깨어지는 느낌이 들고, 배우는 상대 배우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스태프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분위기 흡수를 많이 한다. '거미집' 현장은 어느 하나 거를 것 없이 계속 모든 걸 배우고 흡수하고 싶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러고나서는 내가 '거미집' 현장 마치고 느낀 점은 이전과 다른 내가 되어 가는 거 같다. 확실히 1cm라도 더 커졌다. 마음의 진폭이건 표현이건 영감이건 삶이건 무엇이든 좀 더 짙어지고 넓어졌구나 싶다. 책을 읽거나 마음을 나누거나 하는게 자기가 겪는 세상을 좀 더 누리는 것이다. 지식을 받아들일 때도 그 경험으로 인해 큰 기쁨을 누릴 때가 있고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유레카!'를 외치는 깨달음이 오는 순간에는 분명히 1분 전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런 걸 많이 느꼈던 현장이었다."

-정수정과의 기싸움(?) 신도 눈길을 끈다.
"다소 그 신은 과격해보이는데 현장에서 서로를 굉장히 많이 아꼈다. 학창시절에 크리스탈(정수정)을 마음에 안 품은 여자 없다. 그만큼 아끼는 사람이니까, 절대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투수정(임수정·정수정)을 어떻게 안사랑할 수 있나. 때문에 촬영 중에도 실제로 뺨을 때리진 않았다. 합을 잘 맞춰서 최대한 그렇게 과격해 보일 수 있는 장면으로 탄생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이 끝나면 '괜찮냐'고 물었다. 심리적으로라도 힘들까봐 더 신경썼다."

[인터뷰] '거미집' 전여빈의 광대무변 "좋은 배우 되고픈 열망 커"

-'추석 3파전'인데 '거미집'의 강점은.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앙상블이 알록달록 향연을 이루는 영화를 찾고 계셨다면 마음껏 반길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피식 피식 웃고 싶다면, 혹은 여운을 안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린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가을이 왔는데 선선한 가을에는 높아진 하늘도 보면서 자기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 같다. 물음표가 생기는 시기인 거 같기도 하다.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 영화 거미집을 만나게 된다면 같이 고민해주는 동지를 얻게될 거란 생각이다."

-배우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광대무변(廣大無邊)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배우에게 광대라는 말도 쓰지만, 그 광대가 아니긴 하지만 배우의 마음을 닮아있는 사자성어라고 생각했다. 마음 속에 품은 단어와 키워드였다. 예상하지 못한 표현의 영역이나 생각해보고 싶었던 글들을 만나서, 한없이 깨어지고 싶고 넓어지고 싶고 물들고 싶고, 그 욕망만 큰 듯 하다. 어떤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좋은 재료로서 마음껏 쓰이고 싶다. 그 표현을 할 때 나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고 함께 만드는 분들도 세 합이 맞아졌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거 같다. 나 혼자 자족하는 건 좋은 만족감은 아닌거 같다. 제일 첫 행복감이어야 할 거 같다. 현장에서 희열을 느낄 때 원초적으로 행복한 거 같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사이코패스 역할도 해보고 싶고, 또 다른 한편으론 예술가의 생애를 표현할 수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큰 작품을 두개나 선보인 가을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와 '거미집' 촬영이 겹쳤었는데 오픈까지 비슷한 시기에 할 줄은 몰랐다. 이번 가을은 잘 뿌린 씨앗을 잘 거두는 계절 같다. 좋은 곡식들만 얻어져서 관객 분들이나 시청자 분들에게 맛있는 쌀밥으로 드리고 싶은 소망이 있다. 지금의 마음은 설레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복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드는 마음은 감사한 마음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완성해냈고, 이 세상에 좋은 것으로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누군가가 이걸 보면서 기뻐하는 희망을 품는 시간이다. 이 마음 자체가 감사하다."

26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거미집' 국내 매체 인터뷰를 가졌다.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장영남, 박정수, 정수정이 참석했다.  칸(프랑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26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거미집' 국내 매체 인터뷰를 가졌다.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장영남, 박정수, 정수정이 참석했다. 칸(프랑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거미집'으로 다녀 온 칸영화제는 어떤 경험이었나.
"칸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소원과 염원이다. 아무래도 칸영화제 고향이신 강호 선배님이 계셔서 친숙한 느낌으로 다녀왔다. 우리끼리 잠깐 어디 옆동네 영화마을에 소풍 다녀온 기분이었다. 전혀 떨리거나 그러지 않았다.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겠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낯선 곳이지만, '이런 세상이 또 있었네' 하며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처럼, 그 아이가 혼자 있지 않고 손 잡아줄 부모님, 친척, 친구 있는 기분이었던 거 같아서 마음껏 즐기고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조니뎁이 걸어가는 걸 봤다. 보기만 했다. 유유자적 거리를 걸어가더라. 칸에서 처음 본 배우였다. 그 뿐 아니라 내 눈 앞에 펼쳐진 모든 모습이 신기했다.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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