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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추억을 상영합니다" 2천원의 행복 실버영화관

입력 2023-09-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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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관은 영화관인데 팝콘 대신 가래떡을 팔고 콜라 대신 미숫가루를 파는 곳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입장료 2천원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고전영화를 틀어주는 '실버 영화관'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1950년대 옛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실버 영화관입니다.

요즘 영화 한 편 보려면 만원이 넘게 드는데요. 이 영화관에선 55세 이상 어르신들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천 원짜리 2장만 있으면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상영하고 있는 영화는 1957년에 개봉한 <밤길>입니다.

[재밌게 보세요.]

영화표를 꼭 쥐고 극장으로 들어갑니다.

[연덕흠/실버영화관 관람객 : {어떤 작품 예매하셨어요?} 빅 컨트리. {보신 적 있는 작품이세요?} 옛날에, 몇십 년 됐지. 2천원이니까 부담감 없이 오는 거예요.]

저도 티켓 한 장을 끊었는데요. 이 영화관의 장점은, 하루에 한 작품만 세 번 상영해서 티켓 한 장만 있으면 여러 번 봐도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김형채/실버영화관 안내 담당 : {선생님, 저 이거 이따가 또 봐도 돼요?} 네, 괜찮습니다. 계속 보십시오. 추억이 되살아나서 아주 기분이 째지도록 좋았다. 저한테 '감사합니다' 그러고 가요.]

영화관에서 흔히 파는 팝콘, 나초는 이곳엔 없습니다. 대신 이 매점에선 가래떡 구이, 미숫가루, 계란 같은 메뉴를 팔고 있습니다. 딱딱하지 않아서 노인분들이 먹기도 편한 메뉴들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무인 단말기 대신 직원이 있는 것도 반갑습니다.

[송관섭/실버영화관 관람객 : 유일한 낙이라는 게 이거거든. 영화 보는 거거든. (대형 영화관은) 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몇 번 시도했는데 직원도 없고 하니까 물어보기도 그렇고 잘 안 가게 돼. 여기 없어지면 안 되지.]

상영관으로 들어가면 추억에 잠깁니다.

자막 크기는 일반 영화관 보다 두 배 가까이 큽니다.

좌석 번호도 알아보기 쉽게 크게 썼습니다.

[문태섭/실버영화관 관람객 : 서울에 이런 게 있다 하는 것이 남아 있는 어르신들한테는 축복이야 축복. 50년, 60년 전에 본 영화를 내가 여기서 다시 또 보니까, 엄청 좋은 거야. 나는 뭐 거의 매일 오듯이 오거든.]

이런 실버 영화관은 전국에 5곳뿐입니다.

항상 적자다 보니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대구 실버 영화관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조미견/대구 그레이스 실버영화관(2021년 폐관) 대표 : 코로나까지 겹쳐 버리는 바람에 굉장히 많이 힘들어졌고 400, 500(만원)씩 적자가 계속 났었어요.]

실버 영화관에 기금을 지원해 줄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적은 있지만, 폐기됐습니다.

[김은주/'추억을 파는 극장' 대표이사 : 모두에게 확실한 것은, 우리의 미래는 모두가 늙어간다는 것입니다. 그 길을 함께 가서 '내 나이 듦이 외롭지 않다' '헛헛하진 않았다' 이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대한민국에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영화 한 편. 실버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이 곳이 오래오래 남아있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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