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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사랑해, 형제들 건강해'…심리학자가 말하는 명절 가족 대화법

입력 2023-09-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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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경일 교수님께 효도에 대해서 직접 한번 여쭤보고자 합니다. 심리학자가 보는 가장 최고의 추석 선물 뭐라고 보십니까?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이거 현금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 세상 모른다 이렇게 생각을 하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현금이라는 말씀은 저도 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중요한 것은 현금을 어떻게 드리느냐가 진짜 중요합니다. 이게 의외로 우연하게 발견된 현상인데요. 어렸을 때 많이 안아주지 않은 아이들. 부모가 살이 맞닿은 경우가 경험이 별로 없는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 범죄율이 굉장히 높고요. 그리고 심지어는 아무도 안아주지 않은 아이들.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라고 하는 희대의 독재자에 의해서 내려진 조치인데 아이들이 병들면 약값 들어가니까 아이들을 안아주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 아이들이 나중에 굉장히 많은 수가 사이코패스 됐죠. 그래서 이게 우연하게 밝혀진 거거든요. 어렸을 때 안아주고 많이 살이 닿는다는 것은 애착이 생기는 건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 문화는 그렇게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하느냐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나를 많이 가장 많이 나와 살 닿아주고 안아준 분은 내 부모님이죠. 그래서 그 부모님은 역으로 나중에 나이 드셨을 때 자식이 만져주고 안아주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고 합니다. 최고의 효도는 사실은 부모님을 안아드리고 만져드리는 거예요. 실제로 항암효과가 있다라고 하는 연구까지도 나오거든요.  이런 포근함과 이런 게. 내가 내 아이를 50년 전, 60년 전에 그렇게 안았는데 40년 전에. 그런데 그 아이가 나를 안아주는 거예요. 사실 이게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현금 드리는 거 제가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게 1등이라는 거 거부할 수 없는데 현금 드리면서 손 만져드리고 어깨 만져드리고 안아드리고. 이거 해 드리면 최고의 효도예요.]

[앵커]

살갗을 비비는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거죠.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그럼요.]

[앵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진짜 어릴 때 예쁘니까 많이 안아주시고 안 힘들게 안아주시고 그리고 이렇게 배 아프면 약손이라고 해서 비벼주시고. 부모님들은 참 저희를 많이 만져주셨는데 오히려 이렇게 저희가 부모님들을 만져드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이번 추석 명절 때 많이 만져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앵커]

그러네요. 진짜 명절에 부모님 만나면 사실 이번에 얘기도 많이 들어드리고 말씀 잘 들어드시고 또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을 텐데 내가 잘해 드려야지 하고 출발을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런저런 얘기 듣다 보면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너무 많고 어느 순간은 좀 계속 듣던 얘기만 듣는 것 같고 저도 영혼 없는 리액션이 나올 때가 가끔 있어요. 들어드리는 것도 힘들어요. 이게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그래서 나중에 나는 왜 이거밖에 안 될까. 나는 좀 못된 자식 아닐까, 이런 자괴감을 가지신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소개팅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처음에 이 사람과 어떤 얘기를 하느냐에 앞서서 본격적인 주제에 앞서서 서로 이렇게 좀 워밍업을 하잖아요, 대화를. 그러니까 그쪽 동네 사시고요. 그런데 그런 색깔 좋아하시는구나. 이런 것도 관심을 가지시네요. 이게 가족들 간에는 그 워밍업이 없어요. 자주 안 만났는데, 최근에. 그러니까 이게 소위 말하는 의미 없고 그다음에 약간 신변잡기적인 대화가 있어야 돼요. 그런데 갑자기 대부분 보면 명절인데 가족이니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딱 앉자마자 누구를 뽑을래, 막 이런 얘기를 한다거나. 갑자기 주택 얘기를 한다거나 이러면서 얘기가 갑자기 서로 영혼 없는 리액션이 될 수밖에 없는 서로 동의를 할 수가 없는 대화들을 하기 시작해요. 

사실 저는 그래서 항상 만날 때 하나씩 가져갑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 되게 중요한 사건. 혹은 제가 아주 신생아 때 중요한 사건. 그때 부모님이 옛날 얘기를 하시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작년에 그걸 했어요. 예전에 제가 태어날 때쯤에 김기수라고 하는 권투선수께서 세계 챔피언이 됐거든요. 이탈리아 벤베누티라고 하는 선수. 그러니까 저는 그걸 기억할 수가 없죠, 신생아니까. 그런데 갑자기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정치 얘기나 여러 다른 얘기를 항상 이렇게 혹은 요즘 젊은 사람들 이런 얘기를 하시는데 김기수 씨 얘기를 딱 했더니 그 예전에 그렇게 잘했어요? 하니까 그때 있잖아. 내가 너무 좋아서 갓난아기인 너를 들고 있다가 너 던지면서 권투 시합 중계를 봤어. 53년 동안 제 아버지와 제가 그 에피소드를 한 번도 얘기를 안 했던 거죠. 갑자기 화기애애해지는 거예요.]

[앵커]

뭔가 이야깃감을 하나 준비를 해 가는 거죠.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전략적으로 해야 돼요, 옛날 얘기. 왜냐하면 그러면 아버지가 저보다도 더 젊은 나이로 가잖아요. 젊은 나이로 가시니까. 그래서 옛날 얘기해 주세요라고 그냥 하시는 것보다 어떤 그런 실마리가 될 만한 것들. 그런 거 한두 개씩 가지면서 슥 한번 얘기해 보시면 그때는 말이야, 내가 진짜 30살 때 말이지. 이렇게 되면 내가 기분 좋아지게 얘기를 시작하니까 상대방한테도 부담스러운 주제를 잘 안 꺼내요. 그러니까 아무 주제나 꺼내니까 이게 대화가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앵커]

약간 구체적으로 이야깃감을 하나 가져가야겠네요. 너무 좋은 꿀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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