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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급수 마을 덮친 폐수 찌꺼기 100톤…환경 담보로 '검은 거래'

입력 2023-09-25 21:05 수정 2023-09-26 09:57

[밀착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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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앵커]

음식물 쓰레기와 폐수 찌꺼기, 가축 분뇨까지 함께 썩힌 흙을 부숙토라고 합니다. 충분히 썩히면 숲에 필요한 비료로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성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썩히지 않은 부숙토가 충남 공주의 한 마을을 덮쳐 마실 물도, 먹을 물고기도 모두 망쳐버렸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수지가 검게 물들었습니다.

[노오순/주민 : 고추 봐요.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물이 내려가니까 썩은내가…새카만 물.]

지난 5월부터 갑자기 시작됐습니다.

[강성기/주민 : 25톤 트럭이 많이 올라가더라고. 다슬기고 뭐고 다 죽어버렸어.]

트럭이 올라간 곳을 쫓아봤습니다.

산속에 검은 흙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주변엔 썩은내가 진동합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폐수 찌꺼기, 가축분뇨를 썩힌 '부숙토'였습니다.

일정 기간 썩게 한 뒤 나무 거름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썩히지 않고 쓰면 독성 때문에 나무도 물고기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이나 하천에서 떨어진 평평한 곳에 쌓아놔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기다린 끝에 땅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누가 왜 그런 건지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땅 주인 : {땅 주인이신 거죠?} 네. {산골짜기잖아요. 계곡물도 흐르고.} 네. 이걸 흙과 메워준다고. (마을로) 안 내려가게 한다고.]

땅 주인은 부숙토 생산공장에서 돈을 받고 땅을 내줬다고 했습니다.

[땅 주인 : 땅만 빌려준 거야. 그 죄밖에 없어. {여기다 왜 폐수 찌꺼기를 매립한 거예요?} 갖다 놓을 데가 없어서.]

조경업자들이 이곳으로 흙을 옮겼습니다.

조금 더 썩히려고 했다는데 비가 오면서 다 마을로 쏟아졌습니다.

[조경업자 :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발효가 안 돼서 발효 시간을 갖고 있는 거예요. 나무에 주려고 쌓아놨었는데. 비가 오다 보니까 마을로…]

이곳에 있는 것만 백톤 쯤인데 뒤져보니 더 있었습니다.

숲길을 따라 산에 올라와 보니 소나무 군락지가 보입니다.

취재 결과 100미터 숲길에도 폐수 찌꺼기를 이렇게 많이 쌓아놨습니다.

나무 몇 그루는 이미 말라 죽었습니다.

[강범수/주민 : 여기 1급수에요. (업자들은) 갖다 놓을 순 있다는 거예요. 계곡에 갖다 놓으면 이렇게 시커먼 물이 내려가는데…]

지자체는 업자들이 관련 법을 어겼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처벌 근거는 부족합니다.

[공주시청 폐기물관리팀 : (부숙토는) '1천 제곱미터당 4톤을 초과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 이 내용만 돼 있거든요. {양을 초과하지 말고 빼라 이것밖에 못 하는 거예요?} 그렇죠.]

취재가 시작되자 업자들은 마을 피해를 인정하고 치우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지하수를 식수로 마십니다.

폐수 찌꺼기를 마음대로 버린 피해는 아무 잘못 없는 주민들에게 그대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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