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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촌 연세로 '차 없는 행인 위한 거리'?…오토바이 쌩쌩 '취지 무색'

입력 2023-09-23 09:11 수정 2023-09-25 23:55

통행 금지된 이륜차, 1시간 동안 215대 지나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취지 무색 지적에 "집중 단속 실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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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금지된 이륜차, 1시간 동안 215대 지나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취지 무색 지적에 "집중 단속 실시" 해명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앞 연세로 거리에서 이륜차가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해 인도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앞 연세로 거리에서 이륜차가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해 인도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배달을 빨리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40대 배달원 A씨)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배달 음식을 갖고 나온 40대 배달원 A씨는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려고 했습니다. A씨는 "차 없는 거리 일환으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됐지만 배달을 빨리 해야 하는 점심 시간대엔 어쩔 수 없다"며 "통행 금지를 지키려면 멀리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다른 콜을 놓칠 수 있지 않냐"고 했습니다.

A씨처럼 다른 이륜차 운전자들은 단속을 의식해 눈치를 살피다가 통행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통행 금지된 이륜차, 1시간 동안 215대 지나가…경찰 "단속 한계 있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건 지난 1월부터입니다. 이 곳은 지난 2014년부터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다가 지역 상인들의 요청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이달 30일까지 일시 해제된 바 있습니다. 당시 승용차 등은 통행이 허용됐지만 교통사고 발생 확률 등을 이유로 이륜차만 통행이 금지됐습니다.

연세로의 이륜차 통행이 정말로 이뤄지지 않는지 취재진이 확인해봤습니다. 배달 물량이 몰리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지켜본 결과 연세로를 통행하는 이륜차는 총 215대였습니다. 1분 만에 4대가 지나가기도 했고 100여대가 지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가운데 지난 22일 낮 12시쯤 별다른 단속이 없어 이륜차들이 통행하는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가운데 지난 22일 낮 12시쯤 별다른 단속이 없어 이륜차들이 통행하는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취재진이 연세로에 머무는 동안 이륜차의 통행을 단속하는 경찰이나 구청, 시 관계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실제 단속이 많이 않아 배달원들과 음식점주들 사이에서 통행금지 조치가 실효성 없는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30대 배달원 B씨는 "통행금지 불편함 때문에 연세로 주변에서 들어오는 주문 콜은 받지 않게 된다"며 "배달원들끼리도 그런 상점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주문이 몰리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 배달원들이 콜을 받지 않게 되면서 실제로 매출이 떨어졌다는 식당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연세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이곳에 있는 식당, 카페 등은 방문하는 손님들 뿐만 아니라 배달로도 수익을 올리는 곳이 많다"며 "이륜차 통행 금지는 시켜 놓고 단속은 하지 않고 배달원들은 통행금지에 대한 눈치만 보는 어중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이륜차 단속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신촌로터리 쪽 사고도 많고 다른 우범지역 순찰 등도 진행해야해 현실적으로 연세로에 상주하며 이륜차 단속을 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통행에 불편하다는 신고가 들어오거나 인근 순찰을 돌 때 한번씩 단속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이륜차들이 단속을 피해 연세로로 주행하는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 서울 연세로 거리(신촌오거리~연세대사거리)에서 이륜차 통행이 금지된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이륜차들이 단속을 피해 연세로로 주행하는 모습. 〈사진=이세현 기자〉

서울시 "대중교통전용지구 취지 맞도록 다음달부터 집중 단속"


이 가운데 다음달 1일부터 연세로가 다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변경 운영돼 버스와 긴급차를 제외한 승용차 통행이 다시 제한됩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재운영에 들어가면 미흡한 부분에 대한 관리를 점검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세로 진출입로에 단속 카메라가 있어 버스 등 허용 차량 이외 차량들은 출입 제한을 할 수가 있긴 하다"며 "다만 현재까지 이륜차 통행에 있어 관리가 약했던 부분이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에 들어가면 일반 차량 운행이 없어 이륜차 통행이 더 눈에 띌 거고 경찰과 집중 단속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배달원, 점주 등) 여러 이해 관계가 많아 이륜차를 비롯해 일반 차량 등의 연세로 통행 금지를 완전히 결정하지 않았다"며 내년 6월까지 존폐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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