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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왕릉에선 금지인데…"왜 안 돼?" 못 말리는 '맨발 걷기'

입력 2023-09-21 21:23 수정 2023-09-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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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 게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때와 장소를 못 가리면 문제겠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에선 맨발로 걷지 말라는데도 무시하는 사람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등산객이 산길을 올라옵니다.

그런데, 신발을 신지 않았습니다.

[유상희/'맨발 걷기' 등산객 : 오늘로써 326번째. 매일 걸어요. (맨발로 걷는 사람이) 작년보다 지금 한 7~8배 는 것 같아요.]

맨발 걷기의 성지인 서울 대모산 등산로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맨발로 걷기 위해 오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벤치 아래를 보면 신발이 있습니다. 여기에 신발을 벗어두고 올라간 겁니다.

[김윤정/'맨발 걷기' 등산객 : 몸에 좋다 그래서. 우선 몸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입소문을 타고 퍼져가는 맨발 걷기 때문에 곤란해진 곳도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 왕릉입니다.

서울 정릉 입구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요. 경건한 공간이라 맨발보행은 엄격히 금지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원래 이 안내판이 없었는데, 맨발 걷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찾아오면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산책길에 들어서자마자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신발은 벤치 앞에 둔 채로 한동안 맨발 산책을 이어갑니다.

['맨발 걷기' 방문객 : 잠시 걷고 지금 가려고요. {꽤 오래 걸으시던데요, 선생님.} {(안 되는 것) 알고는 계셨어요?} 네, 알고 있어요. 다 쓰여 있어요, 앞에. 건강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있는 거잖아요. 무덤 속에 계신 분도 여길 통해서 많은 분들이 나으면, 치유를 받으면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으시겠냐.]

다른 조선 왕릉도 맨발 걷기 명소가 돼버렸습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홍순남/서울 선릉과 정릉 안전관리 담당 : 도리어 저희한테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면서 '네가 뭔데 그러느냐. 그 규정이 어디 있느냐.']

정릉 물품보관함을 찾아와 봤습니다. 맨발 걷기를 하려고 흙 묻은 신발을 사물함에 넣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경고문을 곳곳에 붙여뒀습니다.

[박지희/서울 선릉과 정릉 환경미화 담당 : 오늘 아침만 해도 선릉에서 맨발로 화장실에서 발을 씻고 핸드 드라이기, 거기에다 발을 올려놓고 발을 또 말렸어요. 세면대가 막히고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요.]

맨발걷기를 홍보하는 한 단체는 조선왕릉 관리사무소에 "금지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 : 도심에서 사시는 주민들이 내 집 앞에서, 가까운 데서 맨발로 걷고 싶다(는 취지죠.)]

하지만 맨발걷기도 가려서 하자는 시민도 많습니다.

[박미학/'맨발 걷기' 등산객 : 다른 곳 걸을 데가 굉장히 많고, 굳이 하지 말라는 데서 가서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박귀선/'맨발 걷기' 등산객 : 왕릉이니까 보호하는 차원이잖아요. 규제를 할 건 해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각 지역엔 이미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들이 있습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 후손들이 아직도 많이 계시거든요. 제향을 지내세요. 남의 무덤에 가서 맨발로 운동을 하고 다니신다고 하면 그렇게 좋아하실 만한 분은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누구든 흙길을 맨발로 걷고 싶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렸으면 좋겠단 의견도 중요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유적지에서까지 맨발로 걸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 강은혜 / VJ 김대현 박태용 / 영상그래픽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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