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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훔쳐도 은행은 몰랐다…금융계 '역대 최대' 횡령사고

입력 2023-09-2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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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 횡령 사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건은 그중에서도 최악의 사건이 될 걸로 보입니다. 돈 빼돌린 50대 부장급 간부는 부동산 PF, 부동산 사업 대출 업무만 15년을 했습니다. 그동안 돈 빌려달란 시행사 자체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꾸며서 대출금 빼돌렸고요. 정상 대출로 시행사들이 은행에 돈 갚는 것도 빼돌렸습니다.

그렇게 횡령한 돈으로 부동산 사고, 주식 사고, 자녀 유학 보냈고요. 도망칠 때 대비해서 현금다발, 골드바로 바꿔 숨겨뒀습니다. 처음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땐 횡령액수가 500억 원 수준인 줄 알았습니다. 이게 조사 과정에서 1300억 원 수준으로 늘고요. 오늘(20일) 금융감독원 발표로 3천억 원 가까이 빼돌렸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김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은신처에선 100억 원어치의 골드바와 수십억 원의 현금다발이 쏟아지고, 집 김치통엔 4억 원의 현금과 수표가 나옵니다.

횡령 혐의로 구속된 BNK경남은행 50대 직원 이 모 씨가 숨겨놓은 금품을 검찰이 찾은 건데, 무려 147억 원어치입니다.

애초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초 처음 밝힌 횡령액은 562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렇게 집에 숨겨놓은 금품 등을 찾아내면서 지난 8일 기소 당시엔 횡령 금액이 1300억 원대로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금감원이 다시 한번 추적해 봤더니 횡령액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검찰 기소 때의 배 이상인 3천억 원 가량으로 집계된 겁니다.

국내 기업과 금융권을 통틀어 개인 횡령으론 역대 가장 큰 규모입니다.

직원 이 씨는 15년 동안 PF 사업장 17곳을 담당하면서 지속적으로 은행 돈을 빼돌렸습니다.

[금감원 관계자 : 다른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돌려막기 한 정황이 발견이 된 거고요. 그렇다 보니 횡령금액이 크게 불어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된 건 15년간, 지주사인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이 PF 계좌를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의 PF대출을 한번도 점검한 적이 없습니다.

경남은행은 직원 이 씨에게 대출 사후관리 업무까지 맡기는가 하면, 고위험 업무담당자에게 내리는 명령 휴가도 한 번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자체 감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씨가 돈을 빼돌리는 걸 감시하거나, 빼돌린 걸 알아챌 장치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은행권에서 한 업무를 오래 한 직원이나 PF처럼 리스크가 큰 업무를 하는 직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단 방침입니다.

[영상디자인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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