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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국내 최대 마약병원장 "코로나바이러스 퍼지는 것처럼 확산 심해져"

입력 2023-09-14 13:45 수정 2023-09-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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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시 - 2023. 9. 13
 

인터뷰 요약

◇"젊은세대, 각자 구한 마약 공유 파티...마약 확산 코로나바이러스 퍼지는 것같아"
◇"다른 정신증환자 치료보다 10배 이상 어려운 마약환자...의료 수가는 똑같아"
◇"마약은 의지만으로 끊기 어려워...10년 끊고 다시 접하면 10년 굶은 것처럼"
◇정부 내년 마약예산 2.5배 확대 기대감?..."전문치료병원 지원 없어, 적재적소 배정 안돼"
◇"국내 최대 인천참사랑병원 간호인력, 5월 이후 3분의 1 이상 현장 떠나"
◇"적어도 주사기는 쓰지마라 누군가 얘기해줬으면...40대 가장 눈물 철철"

 

인터뷰 전문

 
인천참사랑병원은 전국에 있는 마약 중독 전문치료기관 21개 가운데 하나잖아요. 그런데 참사랑병원 한 곳에서 전체 치료의 70% 가까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일단 마약 환자 진료하는 게 너무 어렵다 보니까요. 마약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되게 중요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런 걸 갖춘 병원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특히 국공립 의료기관 경우에는 요새 정신과 의사들 개원 열풍으로 일반 정신과 환자들 소화하기도 되게 벅찬 상황이거든요. 궁극적으로 민간 병원들 중에서는 저희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죠.”
 
2021년 2022년도 참사랑병원에서 치료한 환자수가 전년 대비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현장에서 볼 때 남녀 연령 계층 무관하게 일반인까지 폭넓게 퍼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십니까


 
“젊은 연령층에서 폭발적인 증가가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한 10년 전만 해도 마약 중독자 하면 대개 40-5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혼자서 골방 같은 데서 하는 식의 마약 투여 패턴이었는데 지금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파티룸이건 무슨 서퍼비치건 이런 데서 파티를 열면서 각자가 구한 마약을 공유하고 그러면서 마약을 하지 않는 애들까지도 끌어들이게 되다 보니까 거의 코로나 바이러스 퍼지는 것처럼 확산이 계속 심해지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이거든요.”
 
서로 잘하는 음식 싸 가져와 소담하게 정 나누는 자리가 요즘 자기가 확보한 마약 가져와 자랑도 하고 거기서 같이 환각 파티 한다는 건가요


 
“그냥 혼자 혼술를 했으면 지금은 모여서 하는 식인 거죠. 젊은 층에서는 마약이 나쁘다고는 하는데 진짜 왜 나쁜 건지 얼마나 나쁜 건지 이런 엉뚱한 호기심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경향인 것이죠.“
 
치료재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각성제로 대표되는 필로폰 사용자들 같은 경우에는 공격성도 심하고 피해망상 등 정신병적인 증상이 심하다 보니까 이런 어려운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시스템이 현재 없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인 거죠. 마약류 환자를 진료하고 입원을 진행하다 보면 기존에 있는 다른 조현병이든 조울병이든 일반 정신과 환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지금의 구조인 거고요.“
 
같은 병원 안에 있으면요


 
“폐쇄병동 안에 지금 내 옆에 마약 환자가 같이 입원해 있다 그러면 어느 보호자가 입원을 시키겠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도 마약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손해를 보는 구조고...”
 
어려운 치료인만큼 의료 수가 적절하지 않나요
 
“조현병 환자를 한 달 입원시켰을 때 받게 되는 (의료)수가나 마약 중독자를 힘들게 한 달 입원시켰을 때 수가가 지금처럼 동일한 상태에서는 특별히 마약 환자 진료한다고 돈을 더 얹어주는 건 아니거든요. 민간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마약류 환자를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죠.“
 
마약중독자는 단속과 입원에 대해 어떤지. 마약에 손을 대고 치료받으러 오기까지 과정에 대해 어떤 감정의 상태인가요


 
“두 가지 정도 경우로 첫째는 마약을 하다가 정말 환청, 피해망상 이런 것들로 인해 피폐해지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정말 약을 끊어야겠는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자발적으로 오시는 쪽이 있고요. 또 한쪽은 소위 양형 자료라고 하죠. 재판 과정에서 감형 받거나 좋은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위해서 억지춘향으로 오는 경우도 분명히 있거든요. 근데 저는 억지로라도 치료받기 위해 오는 경우도 되게 의미 있다고 보는 게 그렇게라도 함으로써 전문가를 만나게 되고 본인이 약물 중독자라는 걸 인지하고 단약을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거든요.”
 
치료 재활을 받은 환자는 마약을 완전히 끊게 되는 건가요 아니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도 많이 보시나요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요. 마약류 중독이라는 것은 평생 동안 지속되는 질환이거든요. 뇌에 생긴 병이기 때문에 중요한 거는 얼마나 오랫동안 치료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가가 되게 중요한데 이걸 의지나 결심으로 끊으려고 하시거든요. 10년을 단약을 했다고 할지라도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거의 10년 동안 굶은 것을 한꺼번에 하듯이 망가져 무너져 내리는 걸 너무 많이 보게 되기 때문에 중요한 메시지는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시면...”
 
마약대응 정부 내년 예산 600억원, 올해보다 2.5배 확대. 이 가운데 마약중독 재활센터 현재 3곳을 17곳으로 늘리기 위해 관련 예산 74억원을 편성했다고 그러는데요. 참사랑병원과 같이 정부가 지정한 치료보호 기관 21곳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겠군요


 
“이것은 좀 다른 게요. 지금 편성된 예산은 지역사회 재활센터와 관련된 예산으로 알고 있고요. 저희 병원같이 마약류 중독자 치료하고 있는 치료보호기관에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정부 예산이 늘어나는 건 정말 고무적인 건데 이 예산을 적재 적소에 효과적으로 쓰는 게 되게 중요한 거거든요.”
 
재활센터를 늘리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왜 적재적소라고 판단하지 않으십니까
 
“74억원을 들여 17곳으로 늘린다고 하는데 지금 현장에는 17개 센터를 운영할 만한 경험을 가진 인적 자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거든요 무조건 사업만 벌인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중독재활센터는 식약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거든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요


 
“참사랑병원 같은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 관할이에요. 처벌 이후에 치료재활의 문제는 또 법무부 소관이고 이게 부처가 다 갈려 있는 거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 그리고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고민이 좀 있어야 된다는 거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관련 예산도 증액하고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도 많은 치료 기관들이 환자 치료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떠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거든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국공립 의료기관은 요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정신증 환자 응급 진료를 담당하기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마약류 중독 치료 부분에서는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고요. 결국에는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민간 의료기관이 힘들고 어려운 마약 환자를 보기 위한 나름의 인센티브 시스템이나 의료수가적 보상이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된다는 거죠.“
 
마약 중독자 치료가 이른바 조현병, 알코올 환자, 성격장애 환자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고단함이 더 강하다는 건가요


 
“어느 정신과 전문의를 붙잡고 물어보셔도 똑같은 대답을 할 겁니다. 거의 10배 이상의 노력과 스트레스와 인력이 투입된다고 생각을 하시면 되죠.”
 
몇 안 남은 전문 치료 기관들도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사실상 폐원해야 된다는 비관적 입장을 솔직히 전하기도 합니다. 현 시점에 가장 중요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궁극적으로는 마약 환자를 진료해 손해 봐서 병원이 망하는 일은 없어야 되는 거잖아요."
 
마약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데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가적인 보상의 문제가 제일 중요한 거고요. 인력 지원이나 시설 지원 이런 디테일한 문제들은 향후 연구를 통해서 저희가 좀 고민을 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수도권 유일의 역할을 하는 인천참사랑병원도 일각에서는 폐원 가능성 얘기까지 심각하게 돌지 않았습니까


 
"예 맞습니다.”
 
어느 정도 이길래요


 
“병원 운영에서 손해 부분을 제하더라도 제일 큰 문제가 지금 직접 환자를 대하고 치료해야 되는 간호 인력들이 저희 병원 같은 경우에는 5월 이후로 벌써 25명 이상이 다 그만뒀거든요.”
 
몇 분 중에서요
 
“저희 전체 간호 인력이 보호사님 합쳐 60명이 조금 안 되는데 3분의 1 되는 인원이 나간 거지요. 원래는 3교대를 해야 되는데 이제 2교대 하고 이런 상황까지 가다 보니까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어려운 겁니다.“
 
단기전은 어찌어찌 하더라도 중기 장기전은 못하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 분야는 특히 경험을 오래 쌓은 직원이 되게 중요해요. 왜냐면 알코올은 저도 술 먹고 환자분도 술 먹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데 마약 분야는 '너 마약 해봤어?' 이런 어떤 컬트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경험을 갖고 있는 치료진이 접근하기가 되게 어려운 분야예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고 버텨낼 수 있는 요인은 궁극적으로 거기에 상응하는 페이(임금)를 받고 전문성을 이끌어갈 수 있게 좀 도와줘야 되는 건데...“
 
단속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약에 일단 접근을 차단하고 최소화시켜야 되잖아요.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털어놓는 가장 진솔한 얘기는 뭡니까
 
“40대 가장이 제 앞에서 철철 울면서 하는 제일 많은 얘기 중에 하나는 그 얘기예요. 어려서부터 마약이 나쁘다는 얘기만 들었지 누구도 구체적으로 이 마약이 왜 나쁘고 왜 지옥행 열차를 타게 되는지에 대해, 또 적어도 주사기만큼은 쓰지 마라 이런 얘기를 누가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자기가 이렇게 되지 않았다는 거죠.”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무엇일까요
 
“마약이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근데 이것을 막연하게만 가르치다 보니까 청소년층에서는 오히려 나쁘다니까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든요. 궁극적으로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연령대에 맞춘 철저한 교육이 되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마치 교육을 하는 것이 아이들한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잘못된 인식이고요. 어차피 아이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다 검색해 별의별 약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약을 절대 한 번도 손대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쳐줘야 된다는 거죠.“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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