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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교사, 감정노동 텔레마케터와 같은 상태...언어폭력에 만성 우울"

입력 2023-09-06 14:12 수정 2023-09-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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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
일시 - 2023. 9. 6

 

인터뷰 요약

◇신규 교사 "정글에 던져진 기분", 어떤 상황?..."생명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점"
◇교사 우울증상 비율 일반인의 4배..."최근의 일이 아닌 만성 우울 상태"
◇언어폭력에 교사 66% 노출..."감정노동하는 텔레마케터와 같은 상태"
◇"교사니까 참아라, 능력부족하다 비난...울분 쌓여 외상 후 울분장애 겪는 교사 많아"
◇"하루라도 싸움, 민원, 공문 없이 가르치고 퇴근했으면"소망...교사 정체성 위기의 단면
◇"혼자 된 느낌 오면 위기 자각"...'혼자 있지 말고 홀로 두지 말자' 생명 살리는 구호
◇"부당한 '예' 요구에 '아니오' 말할 수 있게 교사 연대 굉장히 중요"

 

인터뷰 전문

 
지난 4일이죠 국회 앞에서 있었던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셨습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 대해서 ”마치 정글에 던져진 기분“이라는 한 상담 교사의 얘기를 대신 전하셨어요.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지금 변화된 교육 현장 속에서 학부모님들이나 또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준비가 채 되지 않은 그런 신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 투입됐을 때 정말 어려운 일을 학생들로부터도 겪고 또 학부모님들의 여러 과다하고 힘든 요구를 듣기도 하고 이런 심정이 마치 정글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마치 (동물) 새끼가 정글에 던져지면 정말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을 무릅쓰고 생존하기 위해서 애써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때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교직에 선다는 게...”
 
그래서 보니까 교사 직무 관련되는 정신,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전교조하고 녹색병원이 공동 조사한 건데요. 일선 교사 3500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심한 우울 증상 비율이 38%로 일반인보다 4배나 높게 나왔습니다


 
“이번에 나온 결과 이전에도 전교조에서 2017년에 한 조사에서도 거의 40% 육박하게 나왔거든요. 이건 최근에 생긴 일이 아니라 오래된 우울이다 우울로 치면 만성 우울 상태다 그렇게 현재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심한 우울 증상 비율은 38%고요, 경도의 우울 증상은 또 30% 가까이 되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교사 절대 다수가 우울 증상이 있는 거예요


 
“꽤 많은 선생님들이 악성 민원이나 과다한 행정 업무나 또 학교 폭력 관련 업무들로 인해서 교사로서 원래 원했던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아주 상처받고 박탈되고 혼란스러운 생활을 한 지가 최근의 일이 아니라 굉장히 오래된 일인데 이제 개선되는 게 없으니까 더 무기력해지는 것 같고 개선되는 상황은 없고 이렇게 이제 자살을 포함한 여러 극단적인 상황이...”


 
학교 내 폭력 경험 항목에서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교사 비율이 66%예요. 일반인보다 최소 10배 높게 나타났거든요. 이러한 언어폭력 같은 것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우울 증상으로 바로 발전해 가는 건가요


 
“사실 감정노동하시는 텔레마케터 분들도 굉장히 많은 언어폭력을 당하면서 자살을 포함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로부터 거의 매일 민원과 욕 속에 지내시니까 아주 감정적으로는 정말 힘든 상태죠. 아이들을 잘 가르치겠다고 교사가 됐는데 막상 일어나는 일들은 학생들 사이의 문제 때문에 학부모에게 욕 먹고 애들이 욕하는 것도 다 들어야 되고 하는 이런 상황이니까."
 
실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항목에서도 직업적으로 힘들다는 경찰이나 소방공무원보다도 3배에 달하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여러 절차를 통해 개선돼 왔는데 교직 분야에서는 학교 폭력이나 악성 민원에 대해 교사가 참으라든지 아니면 교사의 능력이 부족하다든지 하면서 뭔가 혁신적인 좀 나아진 대책이 없기 때문에 울분이 더 쌓여 외상 후 울분장애를 겪는 교사들이 진짜 많은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호소하는 것에 가장 힘들다는 것은 교사 당신이 선생님이니까 참아라 이런 게 가장 힘들다고 그러나요 무엇이 가장 힘들다고 그러나요


 
“교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존재인데 가르치는 일을 할 수가 없고 제가 상담했던 선생님이 '정말 하루를 돌이켜보면 가르치는 일은 잠깐 한 것 같고 온갖 민원과 행정 업무에 다 시간을 쏟아부은 것 같다 학생을 제대로 만나서 상담할 시간조차도 없다', 쉽게 말하면 의사가 진료하지 않고 행정업무 봐라 이러면 그 의사 역할을 못하는 거잖아요.
 
교사로서의 정체성...학교 현장에서 확인 받지 못하고 있나요
 
“교사 본래의 정체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건데 지금 많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보다 다른 일이 더 많고 다른 일로 인해서 치명적인 자신의 자존심이나 명예를 손상 받으니까 그런데다가 사회적 지지는 매우 그동안 부족했었거든요. 교사에 대한 비난은 많았고 그러니까 이제 쉬운 말로 설 자리가 없는 거죠. 힘들다고 말하지만 힘들다고 하는 것을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절망으로..., 제가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라는 책을 쓰게 하신 장본인인데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하루도 아이들끼리 싸움이 없는 날이 없다. 하루라도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민원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공문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분의 교사로서의 삶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게 아이들 사이에 폭력, 악성 민원, 공문이라고 하는 것을 여실히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하루라도 가르치는 일로 기뻐서 퇴근할 수 있는 그런 날이면 좋겠다 이렇게 호소를 하셨었죠.“
 
이번에 국회 앞에 교사분들이 20만명 30만명이나 운집했습니다. 아픔을 같이 하는 분들이 대규모로 모이면 그분들한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되레 더 경계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 걸까요


 
“함께 모여서 자신들의 처지를 주장하고 또 지지받고 호소할 수 있다는 어떤 연대감 속에 있는 게 집단 안의 구성원들에게 되게 치유적인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에는 각각 뿔뿔이 흩어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에 무력한 존재였는데 지금은 조금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진 연결된 존재라고 하는 게 집단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 “교권 확립과 교육현장 정상화에 만전" 강조, 그런데 치유책이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절망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는 건가요
 
“국가나 사회가 어쨌든 현 시점에서 교사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우리 교사들을 살리는 데 정말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제는 국가와 국회가 답해야 된다."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지는 가장 첫 출발점 또는 위기점 분기점은 어떤 상황입니까
 
“본인은 굉장히 힘들게 지내는데 동료 교사 또는 관리자 또는 여러 제도나 이 사회가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하는 게 갑자기 '혼자가 된 느낌'이라고 다들 하세요. 이런 사회적 지지의 부재 또 동료들의 외면 이런 것들이 전환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 어떤 기분 어떤 생각이 들 때 교사분들이 스스로 '나 지금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이렇게 자각을 해야 될까요


 
“많은 선생님들이 혼자가 된다는 기분일 때라고 얘기해요. 이제는 진짜 나 혼자구나 홀로 감당해야 되는구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구나 이런 혼자가 된다는 기분이 정말 큰 경고가 돼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혼자라고 하면 더 이상 서 있을 자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어떤 시발점이 된다고 해요 선생님들의 경험 속에서요“
 
자살 생각을 한 교사들의 비율이 16%, 또한 자살 계획이라는 단계까지 간 교사분들이 또 일반인들보다 최고 9배나 높다는 수치인데요, 교사들에게 상당히 어렵겠지만 정확한 해법의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말씀을 해 주신다면은요


 
"비슷한 일을 겪었던 일본 사례도 있고 또 다른 나라의 많은 제도적인 변화가 있기 전에 여러 선생님들이 서로에게 해 준 위로의 말이 있는데요. '혼자 있지 말고 홀로 두지 말자' 거든요. 선생님들이 힘을 잃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에 혼자일 때라고 말한 것처럼 어려움이 있을 때 혼자 끙끙 앓거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이제 힘을 합쳐서 시스템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그런 집단에서의 움직임이 굉장히 중요해서 일종의 구호처럼 쓰기도 하지만 '혼자 있지 말고 홀로 두지 말자' 이게 아주 중요한 사람을 살리는 멘트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상사라든지 위계상 무엇을 지시하게 되면 아니오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데요
 
“자기를 잃지 않으려면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알아야 되는데 혼자일 땐 그렇게 말하기 힘들죠. 동료가 함께 하고 또 제도가 뒷받침할 수 있다면 부당한 예를 요구하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더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힘도 결국 선생님들의 연대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이 20만명 30만명이 모여서 교권 회복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또한 학습권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교권의 확립 없이 학습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교권의 확보는 학습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절차라고 생각해요. 교사에게 가르칠 권한이 없는데 학생은 배울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교권이나 학습권이 상호 부딪치는 개념이 아니라 교권이 있어야 학습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나라들이 그런 제도를 보장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죽음으로 가는 결정을 보는 학생들 많은 학생들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이 싫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더 다가서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그런 안타까운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그런 어려움이나 아픔을 우리도 같이 슬퍼하고 같이 애도하고 기억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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