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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선생님 대신 학부모가…어느 학교의 '특별한 돌봄'

입력 2023-09-04 21:02 수정 2023-09-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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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4일) 밀착카메라는 공교육이 멈춘 하루 동안 교사들을 위해 학부모들이 나선 학교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거리로 나간 교사들을 대신해 학부모들이 직접 돌봄교실을 꾸렸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은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나섰습니다.

등굣길도 평소보단 조용합니다.

[국성경/세종 해밀초 학부모 : 우리 구구단 몇 단까지 했지? {3단.} 자 3단 시작. 3X1은 3. 3X8은? {27.} 다시…]

이 학교는 오늘 재량휴업을 한 전국 38곳 중 한 곳입니다.

그래도 학교는 아침부터 문을 열었습니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부터 하던 돌봄교실은 일찍 당겨서 시작한 겁니다.

[얘들아 다트게임 할 사람 줄 서시오. {저요. 저요. 저요!} 잘했을 땐 박수 쳐주시고…]

한 아버지도 전통놀이를 가르쳐 주려고 학교에 왔습니다.

[김찬호/세종 해밀초 학부모 : 9시부터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새벽부터 좀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이 교실에선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는데요.

학부모들 도움을 받아서 아이들이 직접 타코야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반죽을 젓고 재료를 넣으면 금세 동그란 타코야키가 만들어집니다.

[모리 레이나/세종 해밀초 3학년 : {타코야키 선생님은 누구예요?} 우리 엄마예요.]

오늘 하루 교사가 없는 자리를 학부모들이 대신 했습니다.

[여은정/세종 해밀초 학부모 : 아이들도 마냥 어리다고 '오늘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야 뛰어놀아'가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고…]

돌봄이 꼭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수업 신청을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박석희/세종 해밀초 학부모 : 마감이 바로바로 안 됐어요. 사실은 그날은 정말 필요한 아이들한테 프로그램이 제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가…]

아이들도 오늘의 의미를 새겼습니다.

[이규형/세종 해밀초 2학년 : 엄마가 선생님들이 슬퍼하는 날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저도 조금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집에서도 누가 아프면 저도 같이 울거든요.]

[장연우 김동하/세종 해밀초 5학년 : 선생님 다음부터는 안 좋은 선택하지 말고 우리 많이 사랑해주세요.]

탓하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서로 부족한 걸 채워주는 진정한 교육공동체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유우석/세종 해밀초 교장 : 사람들이 학교 교육공동체라는 말을 쓰잖아요. 그냥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거죠. 학습권이 좋아진다는 건 교권이 좋아지는 거나 똑같아요.]

혼자 감당해 왔던 묵은 마음들을 오늘은 마음껏 슬퍼하고 풀어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자리를 비운 선생님에게 학부모들이 보낸 마음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법,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 아닐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허성운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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