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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노미] '사이버 보안' 스터디그룹 17…그들과 손잡은 핀테크기업

입력 2023-08-30 12:42 수정 2023-08-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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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터디그룹이 28일 킨텍스에 모였습니다.

공부 모임과 비슷한 것 같은데 규모가 꽤 큽니다. 외국인도 많이 보이는 걸 보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것 같습니다.

현수막엔 ITU라고 적혀있습니다. 찾아보니 유엔 기구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이들의 한 스터디그룹 모임이 한국에서 열린 겁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하반기 국제회의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하반기 국제회의


전기통신이라고 하니 문뜩 전신주 전선이나 전파상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생각과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무려 전기통신 쪽에 세계의 기준, 표준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차세대 통신망이나 메타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요즘 쏟아지는 첨단 기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 기구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리고 공부와 토론을 거친 뒤 세계 표준을 정합니다.

이 기구 조직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집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회의를 가진 모임은 전기통신 분야(ITU-T)입니다. 그리고 이런 스터디그룹이 11개 있다고 합니다. 날로 새롭게 나오는 첨단 기술에 맞춰서 표준을 논의해야 하니 그 규모는 쉽게 이해됐습니다.

그리고 사족을 말씀드리자면 이 기구 이름이 예스럽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이 기구가 정말로 UN에서 가장 오래된 기구(1865년)이기 때문입니다.

과기정통부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번 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작년 겨울 의향서를 보냈고 여러 노력 끝에 개최하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 유치는 지난 2006년 제주 회의 이후 17년 만입니다.

그리고 이 스터디 모임엔 번호가 있는데, 17번(SG17) 사이버보안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하반기 국제회의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하반기 국제회의


전 스터디그룹의 정체를 더 알아보기 위해 이 그룹의 의장을 수소문해 봤습니다.

"여기 의장은 누구신가요? 만나 뵐 수 있을까요?"

"회의가 끝나야 나오실 거예요."

회의를 계속 주재해야 하는 의장이다 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해가 뉘엿뉘엿해질 무렵에야 회의는 끝났고 의장과 멋쩍은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건네받은 명함에 '염흥열' 한글이 또렷이 보입니다.

"한국분이셨네요. 짧은 영어 때문에 고민했는데요."

"허허. ITU-T 스터디그룹에 한국 의장이 저 말고도 또 있습니다."

염흥열 의장(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은 취재진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4년마다 회의가 열리는데요. 우리가 만들었던 표준을 한자리에 모여서 평가해보고 다음 4년 연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염흥열 ITU-T SG17 의장 (순천향대 교수)

염흥열 ITU-T SG17 의장 (순천향대 교수)


이들이 다루는 사이버 보안 분야는 너무 광범위했습니다. 또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양자, 사물인터넷, 6G 등 최근 화젯거리인 것들로만 구성돼 있었습니다.

"표준의 중요성은 각설하더라도, 새로운 사이버보안 기술이 나올 때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럼 산업계도 미리 대비할 수 있겠군요."

"네, 이미 제품화된 것뿐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우리 제품과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뷰가 끝난 뒤 바로 옆 홀에선 한 국내 기업이 ITU와 특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에프엔에스밸류(FNSValue)라는 핀테크기술 기업이 그 주인공입니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프엔에스벨류 파트너십 체결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프엔에스벨류 파트너십 체결


이 회사는 규모와 달리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사이버보안 관련 특허기술을 받았고, CC(Common Criteria) 글로벌 레벨의 인증이 있습니다.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거래나 인증을 위해 비밀번호를 쓰고 있는데 이 기술은 비밀번호가 필요 없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써서 주변에 있는 기기들이 '본인' 또는 '사용자'를 인증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비밀번호가 없으니 탈취 가능성도 없습니다. 쉽게 말해 누군가 "이 사람이 A가 맞냐"고 물었을 때 여러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이 A가 맞다"라고 확인해주는 기술인 겁니다. 이 기술은 현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ITU가 이 회사를 주목한 건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ITU 본부)에서 사이버 보안 기술을 발표할 때였다고 합니다. 이후 ITU는 이 기업에 샌드박스(신기술을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우선 출시해 검증하는 것) 랩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국제기구와 손잡는 일은 흔치 않을뿐더러 대단한 이벤트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승주 에프엔에스밸류 대표는 협약에 앞서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ITU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보안인증 샌드박스 랩이 만들어지면 사이버 보안과 규제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전문인력들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선진국보다도 개발도상국 등에서 유용한 인증 수단이 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국가들은 우리가 쓰는 간단한 인증 절차조차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우리가 쓰는 걸 도입하기가 힘듭니다. 문맹률이 높은 곳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이들이 쉽게 쓰려면 보안성이 높으면서도 간편하게 인증이 가능해야 하는데 저희 블록체인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날 협약식엔 세이조 오노에 ITU TSB 총괄 디렉터가 함께했습니다.
 
왼쪽부터 세이조 오노에 ITU TSB 총괄 디렉터, 전승주 에프엔에스밸류 대표

왼쪽부터 세이조 오노에 ITU TSB 총괄 디렉터, 전승주 에프엔에스밸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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