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 미국 몬태나주 법원이 역사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5∼22세 청소년 16명이 주(州)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청소년 손을 들어준 겁니다.
청소년들은 "주 정부가 화석연료 개발을 무분별하게 승인해 건강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 몬태나 주에서는 이상 기후로 인한 모래폭풍이 발생해 차량 21대가 추돌했고 6명이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자료=JTBC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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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근거, 주(州) 정부가 시민 기본권 침해
소송이 시작된 2020년, 몬태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과 홍수가 잦았습니다.
당시 청소년들은 주 의회 활동을 주시했습니다.
미국에서 화석연료 관련 사업을 하려면 주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 후 승인해줍니다.
그런데 당시 몬태나주 의회는 배출량 조사 없이 사업을 승인해주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청소년들은 주 정부가 헌법을 어겼다고 주장했고 주 법원이 이를 받아 들였습니다.
몬태나주 헌법은 "주 정부는 주민의 삶을 유지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 명시합니다.
리처드 라자루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주 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획기적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폭염에 유럽이 신음 중이다. 지난해 여름에만 유럽 전역에서 이상 폭염으로 약 6만1000명이 숨졌다. 〈자료=JTBC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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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건강권 침해 기후변화 소송 이어져
기후 위기 소송은 미국 전역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와이 청소년들이 눈길을 끕니다.
이들은 주 정부의 고속도로 이용 권장 캠페인을 문제 삼았습니다.
고속도로로 다니는 차가 많으면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데, 주 정부가 이를 유도하는 건 환경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는 주장인데 법원 판단이 주목됩니다.
유럽은 스케일이 더 큽니다.
스위스에서 64세 이상 여성 약 2400명이 모여 스위스 정부를 유럽인권재판소에 고발한 겁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막지 않아 건강권을 침해받았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여름 유럽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약 6만1000명이 숨졌고 상당수는 80세 이상 여성이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은 내년쯤 나옵니다.
폭염에 유럽이 신음 중이다. 지난해 여름에만 유럽 전역에서 이상 폭염으로 약 6만1000명이 숨졌다. 〈자료=JTBC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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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기업 정조준하는 기후 위기 소송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5년간 전 세계에서 제기된 기후 소송이 2180여 건이라 발표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은 기업에 제기된 소송인데 위장 친환경, 이른바 '그린워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 두 건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글로벌 석유회사 쉘에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의 절반으로 줄이라 명령했습니다.
페루의 농부 사울 리우야 씨는 독일 에너지 기업 에르베에(RWE) 때문에 안데스산맥에 홍수 위험이 커졌다며 독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을 맡은 독일 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페루에 조사단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실태 조사 중입니다.
이런 소송은 기업의 가치에 위협을 줍니다.
헤이그 법원의 판결 직후 영국 셸은 주가가 3.8% 내려갔습니다
독일 RWE는 페루 농부의 기후소송 제기만으로도 주가가 6% 하락했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 그랜섬연구소는 최근 '기후소송 글로벌 트렌드 2023' 보고서를 냈습니다.
2005~2021년에 미국·유럽에 상장된 98개 기업에 제기된 108건의 기후소송을 분석했는데, 소송 제기만으로도 주가는 평균 0.4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3월 13일 국내 첫 기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빠른 판결을 촉구했다. 〈자료=청소년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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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걸음마 단계…헌재 기후소송 5건 계류
기후소송 관련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국내 첫 기후 소송은 지난 2020년에 있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입니다.
당시 청소년들은 "국내법과 시행령에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이 낮아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기후 소송이 4건 추가돼, 현재 5건이 헌재에 계류 중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아직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청소년 측 변호인단인 박지혜 플랜1.5 변호사는 "정부와 의회가 기후 위기와 관련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헌법적 판단은 향후 모든 판단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