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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입력 2023-08-14 08:01 수정 2023-08-16 00:33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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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96)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인류는 현재 매우 책임이 막중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오늘(2023년 7월 27일), WMO(세계기상기구)와 유럽 CCCS(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2023년 7월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라는 공식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확정하기 위해 이달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남은 며칠 사이 미니 빙하기가 오지 않는다면, 2023년 7월은 오늘 예측대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것입니다.

그 결과는 분명하고, 비극적입니다. 몬순 폭우에 휩쓸려간 아이들, 불길을 피해 도망치는 가족들, 무더위에 쓰러진 노동자들… 북미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지구 곳곳에서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재앙입니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이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은 과학자들에겐 분명한 사실이고요. 모든 것은 그간의 예측, 그리고 반복했던 경고와 일치합니다. 유일하게 놀라운 점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 뿐입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끔찍하게도, 고작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우리의 지구는 구테흐스사무총장의 말대로 '끓는 중'입니다. 지난 7월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7월로 기록됐습니다. 간신히 '턱걸이'로 기록을 경신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프는 지붕을 뚫을 기세로 치솟았죠.

당장 지구에 가해지는 열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온실가스는 그렇게 들어온 열에너지가 다시 우주로 반사되어 나가는 것을 막고 있고, 그 결과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 중 기온, 즉 대기에 남는 열은 고작 2%에 불과합니다. 89%는 바다, 5%는 땅, 4%는 빙권이 품어주죠.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에너지를 품어주는 바다도 결국 '역대 가장 뜨거운 바다'가 됐습니다. 안 그래도 열을 많이 품어주고 있었는데, 그 바로 위의 공기마저 전례없이 달궈지니 해수면 또한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없었죠.

도대체 얼마나 뜨거워진 것일까. 보다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관측 이래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17℃를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순히 '관측이래'를 넘어, 2000년의 세월보다 더, 과거 10만년 넘는 시간 동안 이랬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 17℃의 벽은 2023년 7월 3일에 깨졌고, 7월 13~15일을 제외하고는 8월 첫 주까지 17℃ 아래로 내려오질 않았습니다.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산업화 이후 지구 기온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인데, 지금 이러한 수준의 기온은 불과 최근 30년 평균과 비교해도 1℃ 안팎이나 높은 수준입니다. 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라는 표현이 등장한 이유입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호통 며칠 후, 우리나라에서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한반도 곳곳에 찜통더위가 찾아온 겁니다. 8월 12일 기준, 전국 폭염일수는 11.6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전국 폭염일수인 10.6일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찜통더위가 한창 이어지다 갑작스레 이례적인 '태풍 관통'이 일어나면서 폭염 기록이 잠시 멈추면서 역대 최장 기록인 2018년의 31일이 깨질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이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역대급 이례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제6호 태풍 카눈을 전후로 전국 주요 광역시의 낮 최고기온을 살펴봤습니다. 전국적인 폭염특보와 함께 35℃ 안팎의 찜통더위가 한창 이어지다 태풍과 함께 기온은 급락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8월 8일 35.8℃까지 치솟았던 낮 기온은 이틀 만에 23.1℃로 12.7℃나 낮아졌죠. 마치 계절이 바뀌는 수준으로 기온이 떨어진 겁니다. 이후 이틀 동안 서울의 한낮 기온은 25℃를 밑돌며 가을을 방불케 했습니다.

태풍이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한 지난 10일, 대전의 낮 최고기온은 21.2℃를 기록했습니다. 여름의 한복판, 일 최저기온도 아닌 한낮 최고기온이 20℃를 간신히 넘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대전의 역대 가장 낮은 8월 한낮 최고기온으로 꼽힐 정도였죠.

이례적이었던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태풍의 경로입니다. 발생 이후, 북서쪽으로 이동하며 중국을 향하던 태풍은 8월 4일, 돌연 유턴하듯 방향을 바꿨습니다. 거의 수평 이동에 가깝게 일본 열도 남쪽으로 동진한 것이죠. 그러다 8월 7일, 이번엔 90도에 가까운 좌회전을 하며 한반도를 향해 북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러곤 백두대간 서쪽을 따라 그대로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관통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카눈이 찾아오기 전까지, 금세기 들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총 20개입니다. 그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륙 직전까지 갔던 태풍은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대부분 상륙과 동시에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태풍의 힘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수증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바다를 지나 육지에 올라오면서 태풍으로 남아있을 만큼 충분한 수증기를 공급받을 수 없었고, 상륙에 앞서 한반도 남쪽 바다를 지나며 세력이 이미 약해졌던 터라 한반도를 통과할 동안 태풍의 위용(중심 최대풍속 최소 17m/s 이상)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카눈은 상륙 이후 내륙을 거치면서도 휴전선을 넘을 때까지 태풍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금세기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20개 중 대부분은 남북으로 긴 한반도를 남서에서 북동으로, 즉, 대각선으로 관통했습니다. 그만큼 내륙을 지나는 거리가 짧았고, 이내 다시 동해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죠. 20개의 태풍 가운데 카눈처럼 한반도 남부를 시작으로 그대로 내륙을 관통해 휴전선 너머 내륙에서 소멸된 태풍은 없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20개의 태풍 중 대부분인 14개는 8월 하순 이후 발생한 태풍이었습니다. 땅보다 늦게 달궈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특성상, 바다가 충분히 달궈진 늦여름 태풍이 많았던 겁니다. 한반도로부터 한참 남쪽으로 떨어진 바다에서 만들어진 태풍이 한반도까지 찾아오려면, 그만큼 많은 열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이례적인 태풍이 8월 초부터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남은 기간 태풍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태풍은 우리가 반드시 걱정해야 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기상 현상이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스쳐가든, 관통하든, 어떤 식으로든 그 영향을 받게 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태풍. 이는 지구 차원에서 보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남쪽의 뜨거운 열에너지가 북쪽으로 옮겨가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 에너지가 얼마나 큰 것일까요. 얼마나 강력하기에 배가 뒤집히고, 전신주나 신호등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지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일까요.

태풍의 에너지는 평소 우리가 기상예보를 통해 '주의해야 할 것'으로 접하게 되는 돌풍의 10조배에 달합니다. 10조라는 숫자 자체가 그리 와닿지 않는다면, 나가사키 원폭의 1만배, '역대 최대, 최악의 화산 폭발'로 손꼽히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의 10배에 달합니다. 이는 바다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태양이 지구에 가하는 열에너지 중 89%를 품고 있는 바다는 그만큼 무시무시한 힘을 저장하고 있는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태풍 카눈이 발생한 7월 28일부터 강도 '매우 강'까지 세력을 키운 8월 1일까지 태평양이 품고 있는 해양 열용량을 들여다봤습니다. 해양 열용량은 수심과 밀도, 비열 등을 종합해 계산하는 값으로, 바다 표면의 온도를 넘어 바닷물이 어느 정도 깊이까지 얼마나 데워졌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에너지인 만큼, ㎠당 kJ(킬로줄)의 단위로 표기합니다. 통상,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을 50kJ/㎠ 정도로 보는데, 필리핀 동쪽의 태평양은 이러한 50kJ/㎠를 의미하는 녹색을 훌쩍 넘어, 엄청나게 넓은 면적이 붉게 물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체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것일까. 지난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태풍 힌남노 당시의 해양 열용량과 비교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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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더라도, 훨씬 넓은 면적에 걸쳐 많은 에너지가 저장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걱정을 키우는 것은, 이 둘의 시점이 비교 시점이 각각 7월 말과 9월 초라는 점입니다. 아직도 덥혀지고 있는 중인 2023년 7월 31일의 바다는 이미 정점에 달한 2022년 9월 5일의 바다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 바다는 앞으로 남은 여름 계속해서 달궈질 것이고,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오려는 무렵, 그 에너지는 정점에 달할 것입니다. 이는 더 많은 열에너지를 축적한 바다에서, 언제든 훨씬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카눈은 올해 태풍의 '예고편'에 불과한 겁니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느냐 묻는다면, 그 답은 우리 '인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대기가 달궈지고, 그 대기는 해수면을 달굽니다. 안 그래도 많은 열을 품고 있는 바다인데, 거기에 우리가 히터를 켜주고 있는 것이죠. 당장 한반도 인근의 바다만 봐도 그렇습니다. 2011~2020년 한반도 주변 바다의 해수온은 1981~1990년 대비 0.64℃나 올랐습니다. 이는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높은 수준입니다. 온난화와 바다를 생각할 때, 흔히 '해수면 상승'을 떠올리지만, 바닷물 자체가 뜨거워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부릅니다. 바로, '초강력 태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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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대기 등 지구가 뜨거워지면 태풍은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전체 태풍의 수 자체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온이 고르게 높아지면서, 대기의 수직 방향의 이동이 잦아들게 되기 때문이죠. 하층은 뜨겁고, 상층은 차가운, 상하층 간의 기온 차이가 커져야 이 흐름이 활발해지는데, 상층 또한 달궈지면서 강력한 상승기류(저기압)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태풍의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걱정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죠. 기온이 높아지고, 바닷물이 달궈지면서 수증기의 양은 늘어나게 됩니다. 태풍의 연료가 풍족해지는 겁니다. 대기가 제아무리 안정화된다 한들, 그 속에서 발생하는 나름의 불안정성으로 태풍이 한번 만들어지게 되면, 축적된 해양 열용량과 풍부한 수증기로 강한 태풍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10개의 태풍이 만들어지지만, 강도가 약하고, 금세 열대저기압으로 변질되는 상황과 태풍의 발생 개수는 절반으로 줄었어도 그중 대부분이 초강력 태풍으로 거듭나는 상황. 리스크 관리 차원에선 어떤 상황이 더 위험한 것일까요. 후자의 경우, 우리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기후변화가 현재 진행형인 문제인 만큼, 이러한 태풍의 변화는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한반도 영향 태풍 중 일 최대풍속이 가장 강력한 10개의 태풍 중 9개가 모두 금세기 들어 발생한 태풍이었습니다. 태풍 세기의 기준이 되는 '최저해면기압' 기준으로 보더라도, 10개 중 7개가 최근 20여년 사이에 발생한 태풍이었죠.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경고와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이 보낸 경고 외에도 우리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는 또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극한의 열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일수가 최대 11배로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발표된 겁니다. 기상청은 지난 2일, 열스트레스 미래 전망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기온과 습도, 일사와 풍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열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열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극한 열스트레스 발생일'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 온열질환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선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재 강원권(26.3℃)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여름철 열스트레스 지수는 28℃를 넘습니다.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여름의 시작부터 끝자락까지 모두를 포함한 기간의 평균값이기에 그렇습니다. 소위 '한여름'엔 온열질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기점인 열스트레스 지수 30℃를 훌쩍 넘어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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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이 열스트레스 지수는 금세기 말 무려 36℃ 안팎에 달할 걸로 예측됐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들 이 지수는 30℃를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이는 우리가 최대한의 감축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인 '마지노선'인 1.5℃는 일시적으로 넘어서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당장 우리가 배출한 여러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만 하더라도, 한번 뿜어져 나오면 대기 중에 200년 동안 남아있습니다. 감축을 미루면 미룰수록, 감축의 폭을 키우지 않으면 않을수록, 미래에 우리의 발목을 스스로 잡게 되는 것이죠.

전체 지역 면적의 10% 이상에서 열스트레스 지수 상위 5%를 넘는 날의 일수를 뜻하는 '극한 열스트레스 발생일'을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잘 보입니다. 현재 수도권의 극한 열스트레스 일수는 6.8일에 그칩니다. 하지만 감축노력 여부에 따라 금세기 말, 이는 최소 43.2일에서 90.9일에 달할 걸로 예상됩니다. '극한'이라고 부르는 날이 한 달을 넘어 석 달 가까이 되는 것이죠. 특히, 지난해 극심한 강수 부족과 지속적인 일사에 역대급 가뭄을 겪은 전라권의 경우, 극한 열스트레스 발생일이 연중 49일~97.8일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에이, 그래도 다른 나라는 더 하겠지'라며 위안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예측은 동아시아 전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한반도는 동아시아 주요 6개 권역 중 중국 북동부 다음으로 열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많이 높아진 곳으로 꼽혔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도, 그로 인한 우리의 피해도, 다른 나라나 지역보다 심각하면 심각하지, 결코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럼, 이러한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조금이나마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주 연재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지난달 발언과 함께 마치겠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지구의 공기는 더 이상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변했습니다. 더위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고요. 화석연료로 거둬들이는 수익도, 지금의 기후변화 행동의 수준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각국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더 이상 망설일, 변명할, 남들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더 이상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고, 최악의 기후변화를 피하는 일은 극적이고도 즉각적인 기후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조금의 진전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나 해운 부문의 일부 긍정적인 조치 등이 바로 그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충분히, 신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점차 빨라지는 기온 상승으로 우린 더 빠른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앞엔 몇몇 중요한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UN 기후변화 정상회의 COP28이 바로 그 기회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의 지도자들, 특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뿜어내고 있는 G20 국가들은 기후행동과 기후정의를 위해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어떤 행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요?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출량입니다. G20 회원국들은 더욱 강력한 국가 배출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는 기후 연대 협약에 따른, 기후행동 가속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만 하고요.

선진국들은 가능한 한 2040년에, 그 외 신흥 개발국들은 선진국의 지원과 함께 가능한 한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당사국들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공정한 전환, 공평한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고요. 기존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의 연장이나 신규 석탄,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또한, OECD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그 외 국가들은 2040년까지 탈석탄을 위한 신뢰도 높은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1.5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부합하도록 보다 강화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선진국은 2035년까지, 그 밖의 국가는 2050년까지 발전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합니다. 이와 함께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경고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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