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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흉기난동 남의 일 아니다' 호신용품 구매·문의↑

입력 2023-08-04 22:11 수정 2023-08-0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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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연합뉴스, JTBC〉

〈자료사진=연합뉴스, JTBC〉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한 백화점에서도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이 잇따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선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위협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호신용품을 찾는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후추 스프레이 등을 취급하는 호신용품 업체 세이버 관계자 신모 씨는 4일 JTBC 취재진에 "구입 추이를 보면 불특정 남성을 상대로 범행한 신림역 사건 이후에 2030 남성구입자가 특히 크게 늘었고, 해당 사건 이후 주문 폭주로 상품 대부분이 품절됐다"며 "이번 서현역 사건 이후엔 신림 때보다 2030 남성과 여성의 구입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신림역 사건 이후 잠잠했던 호신용품 검색 서현역 사태로 급증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모바일, PC 검색 중 주제어 '호신용품' 추출 결과. 남녀 1~60세 이상 모든 연령대.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모바일, PC 검색 중 주제어 '호신용품' 추출 결과. 남녀 1~60세 이상 모든 연령대. 〈자료=네이버 데이터랩〉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신림역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1일 이후 호신용품 검색이 급격히 늘었고, 이후 잠잠해졌다가 지난 3일 서현역 흉기 난동 이후 다시 호신용품 검색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추 스프레이를 구매했다는 40대 남성 정모 씨는 "아내와 같이 쓰려고 샀다"며 "키가 180cm가 넘고 몸무게가 100kg 가까이 나가는 나도 요즘은 조금 무섭다. 막무가내로 흉기를 휘두르는데, 내가 안 당하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전성용 대표 제공〉

〈사진=전성용 대표 제공〉

호신술을 배우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호신술 센터를 운영하는 전성용 대표는 "최근 수강생이 30~40% 정도 증가했다. 20대부터 40~50대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오신다"며 "다른 운동과는 다르게 자기 몸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수강한다. 삼단봉 등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는데, 실제로 직접 가지고 다니는 분들도 많다"고 했습니다.

사건 이후 현장 가보니…붐비던 거리 한산, 시민들 걱정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AK플라자 앞 상가 거리. 〈사진=이세현 기자〉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AK플라자 앞 상가 거리. 〈사진=이세현 기자〉

사건 이후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취재진이 서현역 AK플라자 사건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평소 붐비던 AK플라자 앞 상점들이 있는 거리에는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AK플라자 안에선 삼단봉을 찬 보안요원과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안. 〈사진=이세현 기자〉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안. 〈사진=이세현 기자〉

AK플라자 바로 앞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40대 A씨는 "20년 넘게 이 자리에서 장사했는데 이런 흉기 난동은 처음"이라며 "동일한 일이 또 발생할까 봐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흉기를 든 사람이 불쑥 들어올까 무서운데 장사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출입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0대 딸과 AK플라자를 찾은 경기 성남시 거주자 40대 주부 B씨는 "평소 사건이 발생한 플라자 광장 시계탑 벤치에 앉곤 했다"며 "사건 발생 이후 무서워서 근처 방문을 하기 두려운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가지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오른쪽 사진은 4일 오후 사건 현장의 모습. 〈사진=JTBC 방송화면, 장연제 기자〉

4일 오전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가지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오른쪽 사진은 4일 오후 사건 현장의 모습. 〈사진=JTBC 방송화면, 장연제 기자〉

흉기 소지범이 붙잡힌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습니다.

보안요원들이 한 명씩 터미널 곳곳을 순찰하고, 경찰관들도 2인 1조로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보안요원 C씨는 "이번 사건 이후 별도로 보안 인력을 늘리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평소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4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들. 〈사진=장연제 기자〉

4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들. 〈사진=장연제 기자〉

사건 현장 앞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30대 남성 이모 씨는 "한차례 소란 후 경찰관들이 범인에게 수갑을 채웠다"며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손님들도 걱정은 하는데 동요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휴가차 부산에 간다고 밝힌 20대 직장인 이석준 씨는 "사건이 일어난 걸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요즘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해 걱정스럽다. 특히 지금 휴가철이라 사람도 더 많을 텐데 자칫 큰 사고가 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4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장연제 기자, 신세계백화점〉

4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장연제 기자, 신세계백화점〉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연결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선 보안요원들이 방검복을 입고 삼단봉을 찬 채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서현역 사건 이후 매장 안전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주요 출입구에 보안근무자를 배치하고 매장 순찰도 강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상황에서 흉기 난동범을 맞닥뜨렸을 땐?…전문가 "안전거리 확보 우선"

전문가들은 주변에 흉기를 막을만한 보호장구가 없을 경우엔 범인을 제압하는 것보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22경찰경호대 출신 전병모 한국경호경비협회 대표는 "자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제일 우선"이라며 "호신술을 할 수 있고, 호신용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만 믿으면 안 된다. 호신용품을 꺼내려다 자칫 몸을 피할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주변에 흉기를 막을 만한 것이 없다면 우선 몸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평소에 호신술을 배워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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