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빌린 돈을 못 갚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부실채권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제2 금융권은 지표만 봐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말 79개 저축은행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눈에 띄는 건 99.4%를 기록한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입니다.
NPL 커버리지비율이란 금융사가 갖고 있는 부실채권 잔액 대비 내부 충당금 비율입니다.
100%를 넘으면 충당금이 더 많다는 의미로, 기관이 당장은 안전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게 100% 아래로 내려간 건 2019년 말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국내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이 늘면서 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자료=JTBC 뉴스룸〉
눈여겨볼 건 수치가 악화한 속도입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114.1%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14.7%포인트가 내려간 겁니다.
저축은행의 기초체력이 부실해졌다는 건데, 이런 상태에서는 연체율이 조금만 올라도 업게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별로는상상인저축은행의 커버리지비율이 67.4%로 제일 낮았습니다.
이어 △페퍼저축은행(81.3%) △애큐온저축은행(82.0%) △한국투자저축은행(93.2%) 순입니다.
저축은행 대신 카드사로 대출이 몰리면서 부실채권도 동시에 크게 늘었다. 〈자료=JTBC 뉴스룸〉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개선을 위해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실채권은 카드사를 향하고 있습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 등 국내 7개 카드사에 쌓인 지난 1분기 석 달 넘게 연체된 부실채권은 1조7008억 원입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48.0%, 5512억 원 늘었습니다.
부실채권 보유는 신한카드가 45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카드 3278억 원 △롯데카드 2784억 원 △삼성카드 2582억 원 순이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부실채권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를 유지 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이후 4번 연속 동결했지만 이미 고금리 여파는 국민 생활 전반에 파고들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 4.00% 이후 최고치입니다.
높은 금리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어도 돈을 제때 갚다가 더는 못 버티고 연체자 명단에 오르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6월 말 새마을금고 평균 연체율은 6%대였습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5.1%입니다.
과거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 금융권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금융기관의 평균 연체율은 3%였고, 미국 상업은행의 연체율은 최고 7%대였습니다.
물론 아직 1금융권은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지난 4월 0.3%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 자체는 양호하지만 지난해 대비로는 2배로 급증한 것이라 방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높은 연체율은 우리나라같이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에선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4.8%였습니다.
미국 74.3%, 영국 86.6%, 캐나다 99.4%, 독일 55.3%, 프랑스 66.9%(21년)보다 훨씬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고금리→연체자 증가→금융기관 부실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금리를 못 건든다면 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이라도 꺼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