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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20 유라시아대륙 양쪽 끝은 어떻게 결속하게 되었나

입력 2023-07-22 09:57 수정 2023-07-22 18:32

미국의 지정학적 접근, 유라시아 대륙 봉쇄망 구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중국의 대만 대칭 리스크
나토와 동아시아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의 명분 삼아
신냉전 시대 주(主)전선은 경제안보 공급망
미ㆍ중 진영 대결 구도와 블록화는 신냉전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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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정학적 접근, 유라시아 대륙 봉쇄망 구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중국의 대만 대칭 리스크
나토와 동아시아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의 명분 삼아
신냉전 시대 주(主)전선은 경제안보 공급망
미ㆍ중 진영 대결 구도와 블록화는 신냉전의 본질

유럽 국제정치 전문가 권오중 박사가 본 나토+한ㆍ미ㆍ일 협력


동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ㆍ미ㆍ일 군사협력이 접촉면을 넓히면서 결속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나토는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전략 경쟁자로 못을 박았습니다. 유라시아 서쪽에서 중심부를 향해 세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륙 반대편과 서태평양의 국가들까지 시야에 두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유라시아 대륙 양쪽에서 세 확장과 연합의 코드는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에서 상승한 경각심이 대륙 반대편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감과 맞물려 나토와 한·미·일의 결속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의 탈중국 흐름은 디커플링에서 다소 유화적인 디리스킹으로 용어를 순화했지만 본질은 미·중 대결 구도가 관철되는, 진 대립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신냉전'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진= AP,연합뉴스〉

〈사진= AP,연합뉴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경제안보에 대한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식량과 에너지 같은 핵심 전략자원의 공급망이 혼돈에 빠졌습니다.


정치 군사안보 동맹인 나토가 경제안보를 교점으로 한ㆍ일을 비롯한 호주ㆍ뉴질랜드와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럽의 이해가 철저하게 깔린 행보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한 미국은 나토와 한·일+태평양 주요 국가들을 묶어 대응책을 강구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1950년대 한반도ㆍ중국ㆍ동남아ㆍ중동ㆍ유럽에서 전개된 공산 세력의 군사적 팽창에 대해 미국이 제시한 해법의 재연입니다. 나토와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 남태평양의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 중동의 중앙조약기구(CENTO) 등인데요. 당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도 한ㆍ일이 참가하는 집단안보체제를 구상했지만 여건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불발에 그쳤습니다.

권오중 박사(독일 마부르크대).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주평통 상임위원을 역임했다.〈사진= 정용환 기자〉

권오중 박사(독일 마부르크대).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주평통 상임위원을 역임했다.〈사진= 정용환 기자〉

미국의 세계 전략과 봉쇄 구상을 연구해온 권오중 외교국방연구소(사)소장은 “한ㆍ일과 나토의 결속은 미국이 그리던 세계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란 말로 표현했습니다. 권 소장은 독일 마부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유럽의 국제정치를 관찰해왔습니다. 1950년대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서 미국 주도의 집단안보체제 구상에 대해 관련 논문을 발표해왔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나토와 한ㆍ미ㆍ일의 협력 강화는 어떤 시각에서 봐야 합니까.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영토적 팽창에 대한 봉쇄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걸쳐 거대한 울타리를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이는 트루먼 행정부 때 대소 봉쇄정책의 연장선에서 1950년대 말까지 구축했던 다자간 집단안보기구들의 연계와 유사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력 대상은 변함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죠. 50년대 울타리는 다자간 협력이 미비했습니다. 참여국가들간 경제력 차이 때문이었죠. 한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다자간 집단안보의 여건이 조성된 겁니다. 두 개의 블록으로 재편되는 제2봉쇄정책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국과 러시아를 전세계 공급망의 일원으로 진행된 세계화가 끝나고 새로운 질서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흐름의 성격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새로운 질서는 1990년 소련이 붕괴된 이후 이어져 온 과도기적인 국제질서를 정리하고 새로운 판을 짜는 것입니다. 냉전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의 힘의 균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동유럽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에는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 명분이 없었고, 국제 사회는 과도기적 현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냉전시대에는 이데올로기와 군사적 대립을 통한 힘의 균형이 국제질서의 기본 구조였습니다. 현재는 기술과 경제가 경쟁과 대립의 주요 전선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는 기술과 경제 전쟁을 통해 재편될 것입니다. ”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과 대결 구도가 새로운 질서 재편의 본질 아닌가요.
“서방 세계는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제조업의 근간에 타격을 가하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해외 특히 중국으로 나갔던 생산공장의 복귀를 의미하는 '스마트 팩토리' 전략입니다. 독일이 첫 테이브를 끊었구요. 스마트 팩토리 전략의 축인 IoT와 클라우드 컴퓨팅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서 분리시키는 초강수가 더해졌습니다. 새로운 질서 재편은 공급망 재구성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

블록화의 큰 기류 중 하나는 반도체 동맹 같이 중국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는 것인데 이게 한·미·일과 나토를 연결하는 큰 흐름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대서양~태평양 집단안보 흐름에서 중요한 대목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설계ㆍ소재ㆍ장비ㆍ제조 동맹과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봉쇄하면서 동시에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배제시킨다는 것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감 고조는 러시아ㆍ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망 배제의 명분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술과 경제 봉쇄가 주목적이고, 이를 위해 군사안보적 대립 구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이 한·미·일 협력체를 통해 나토의 안보 파트너로서 공조 체제를 갖추면 군사·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유럽은 대중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지 않으면서도 중국이냐 아니냐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입지를 다지는데 능숙합니다. 이런 나토와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긍정적 성과로 평가됩니다."

역사적으로 50년대 추진됐던 나토와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집단안보 구상은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나요.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 때 주창했던 동아시아조약기구(EATO)나 동북아시아조약기구(NEATO)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했습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방대한 원조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는데 이로 인해 집단안보체제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했죠. 그래서 일본을 끌어들이려 했던 거죠. 그런데 이 대통령이나 대만의 장개석 총통이 반대해 무산됐습니다. 반일 여론을 넘기엔 기반이 취약했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구상했던 미국의 봉쇄 울타리는 결국 마지막 구간인 극동에서 구멍 상태로 끝난 거 아닌가요.
“극동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미국이 결정한 것이 5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진행된 전략핵(어네스트 존) 배치였습니다. 표면상 대서양~태평양 다자간집단안보 구상은 미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한반도에 전략핵 배치로 대체됐다고 봐야합니다.”

극동에선 집단안보 대신 한ㆍ미상호방위조약과 미ㆍ일 안전보장조약 등 양자 동맹체제가 더 현실적이었던 게 아닌가요.
“둘 다 6ㆍ25전쟁을 계기로 출발했지만 집단안보 개념이 본격화 되기 전 구축된 동맹체제입니다. 필리핀, 대만 등을 포함하는 집단안보 개념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

일본은 시토(SEATO) 가입을 거부했는데 이유는 뭔가요.
“이 기구의 재정적 부담을 일본이 떠안아야 할 구조인데 일본이 선뜻 나설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반공동맹(이토) 창설을 계획했는데, 일본 참여 불발로 무산됐습니다. 일본 없는 집단안보체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란 어려운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한국과 대만, 필리핀 등 재정 형편이 어려운 나라들끼리 집단안보기구를 만들어봐야 현실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운 실정이었습니다.”

다시 이승만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조약기구(니토) 창설을 구상했는데 일본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런 구상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승만의 목적은 재정적으로나 반일 여론으로나 현실성 없는 이토나 니토의 창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심 의도는 전략핵 배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이토나 니토 창설을 둘러싼 이니셔티브를 이슈로 미끼를 던졌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반도 내에 전략핵 배치가 완료된 이후인 1958년부터 니토 관련 이슈는 다시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동아시아 집단안보에서 일본은 상수 또는 축선이라는 개념으로 읽힙니다.
“일본은 동아시아 안보, 더 나아가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핵심국가입니다.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일본의 역할을 고려해야 합니다. 서방 세계가 극동에서 어떤 군사적 동맹기구를 생각하거나, 경제적 연합을 구상할 때 일본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일본을 빼놓고 중국 봉쇄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어 갑니다.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쪽에 합류해야 하는데, 그쪽에 일본이 있다고 합류를 주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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