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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열돔 폭염에 신음하는 지구…“예고편에 불과”

입력 2023-07-20 11:55 수정 2023-07-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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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 곳곳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붉은색은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들. 〈사진=영국 기상청 트위터〉

북반구 곳곳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붉은색은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들. 〈사진=영국 기상청 트위터〉

중국에서 한 남성이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수건을 입에 물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

중국에서 한 남성이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수건을 입에 물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


강한 고기압이 고온의 공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heat dome)이 이어지며 전 세계 곳곳이 폭염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극심한 폭염으로 북반구 대부분 지역의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고 있다”며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아시아, 미국 남부의 많은 지역이 열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이번 여름 '통제 불가능한' 기온 이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다가올 대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도에서 한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돌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인도에서 한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돌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목숨 앗아가는 살인 더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현지시간 19일 낮 기온이 47도를 기록하며 20일 연속으로 43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폭염이 이렇게 오랜 기간 이어진 것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입니다.

텍사스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교도소 내부 온도가 49도를 넘어서는 등 폭염이 이어지며 6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교도소 내 수감 중인 9명이 심장마비로 숨졌고 다른 14명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는 현지시간 17일 낮 기온이 42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한 가운데 폭염관련 응급실 환자가 25% 이상 급증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나폴리 남부의 카르다렐리 병원은 6분마다 1명꼴로 하루 만에 231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해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일본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열도를 강타했고, 인도에서도 40도가 넘는 날이 며칠간 이어지며 최소 90명이 더위로 숨졌습니다.
 
북반구 곳곳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붉은색은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들. 〈사진=영국 기상청 트위터〉

북반구 곳곳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붉은색은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들. 〈사진=영국 기상청 트위터〉

열돔 현상 뭐길래?


기상학자들은 북반구 전역에 이어지고 있는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꼽고 있습니다.

열돔현상은 고기압 정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며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마치 돔(dome·반구형 지붕) 안에 갇히면서 계속해서 지상의 온도를 높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번 폭염은 기후변화로 대류권에서 고기압을 밀어내던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마비되면서 고기압이 오랫동안 정체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기후 전문가인 알바로 실바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장기간의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폭우가 내리는 고정된 날씨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대서양 바다표면 온도가 지난해는 물론 평년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로이터〉

북대서양 바다표면 온도가 지난해는 물론 평년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로이터〉

지구 온난화+슈퍼 엘리뇨


기후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날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특히 올해는 바닷물이 덥혀지는 슈퍼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극단기후가 더 혹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근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동안 장기 평균 대비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올해는 2도 이상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가 예상됩니다.

외신들은 이번 엘니뇨가 21세기 역사상 최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올해 엘니뇨가 7년 만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인 데다, 하필 지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기후담당 수석과학자인 개빈 슈미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세계 기온이 슈퍼 엘니뇨로 인해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이번 달 지구의 평균 기온은 17도를 넘어서며 1979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해수면 온도(SST)도 지난 16일 20.98도로 역대 최고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991∼2020년 평균 온도보다 0.638도 높습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극한기후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극한기후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

대재앙의 시작인가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다가올 대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올여름 지구 곳곳이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이어진다면 더 극단적인 기상재난이 이어질 거라는 분석입니다.

영국 기상청 소속 연구원인 피터 스콧은 CNN과 인터뷰에서 “극한 기후변화는 더욱 격렬해질 거고 날씨의 패턴은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립 네덜란드 기상 연구소 기후 과학자인 비키 톰슨은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을 주는 기상현상이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며 “극한 더위는 곧바로 사회에 농업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는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레딩 대학교 기후과학 한나 클로케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은 과학자들이 경고가 1.5도보다 낮은 1.2도 오르는 데 그쳤지만 그 여파는 벌써 치명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가 더 많은 조치를 더 빨리 취할수록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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