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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로운 사기' 천우희 "낯선 방백 연기…NG만 20번 났다"

입력 2023-07-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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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천의 얼굴 천우희다.

천우희는 최근 종영한 tvN 월화극 '이로운 사기'를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가장 최근 선보인 드라마인 '멜로가 체질'(2019)에서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강렬한 변신을 해냈다.

'이로운 사기'는 공감 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절대 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이다. 천우희는 극 중 공감 불능 사기꾼 이로움으로 분했다.

캐릭터 변신뿐 아니라, 시청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방백 연기로 큰 화제를 모았다. 20번이나 NG를 낸 장면이 있었을 정도로, 이 또한 큰 도전이었다.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천우희는 "나이 들어서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4년만의 드라마다.
"매번 작품을 하고 있어서, 4년이나 된 건지는 몰랐다. 벌써 4년이나 지났다고 하니, 저보다는 시청자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더라. 특히나 '멜로가 체질' 이미지를 생각하셨던 분들에겐 ('이로운 사기'를 통해)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다. 시청자 여러분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반응, 댓글을 살펴봤나.
"시청률과는 상관 없이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 저에 대한 반응이나 작품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꽤나 나름 조금은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
"연기 맛집 천우희.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즐거워 해주시는 것 같다."

-주로 영화를 해왔는데,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드라마와 영화를 굳이 나누지는 않는다. 그때그때 끌리는 작품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의 기회가 더 많았을 뿐이다. 굳이 영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작품을 할 때는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큰 목적이었다. '이로운 사기'라는 제목부터 끌렸다. 모순적인 제목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두 인물도 양극간에 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 궁금했다. 이로움이 사기꾼이다보니, 얼만큼 도전하고 이행할 수 있을지 저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캐릭터 특성상, 다양한 인물로 변신해야 했다.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일단 표면적으로 차이가 나길 바랐다. 연기적으로 톤이 확연하게 달라야 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걸 최대한 구현하려고 했다. 걸음걸이든 말투든, 외형적인 것들을 최대한 구축해 나가려고 했다. 이 인물이 하나도 겹치는 선이 없었으면 했다. 처음 인물들을 만들어나가면서, 이후엔 그 인물을 피해서 만들어나갔다."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방백 연기를 하다가 NG를 20번이나 내기도 했다고.
"그때는 심리적으로 뭔가 딱 들어맞지 않았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동선과 시선과 저의 발성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 순간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나면 안 되는데, 그 오차가 계속 생겨서 20번 정도 NG가 났다. 처음엔 낯설었다. 방백 연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좀 멈칫하더라. '카메라 보는 게 실수였나'라는 순간도 있었다. 다른 인물로 분해서 액팅을 만들고 있을 때, 갑자기 로움이로 방백을 하려고 하면 약간의 단차가 날 때가 있다. 그것들을 최대한 오차가 안 나게끔 하는 게 중요했다. 처음에만 그렇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는 게 있었다. 이로움이 가진 앞으로의 계획을 잘 설명하기 위해선 방백을 잘 해야 하는데, 연기적인 기술보다 정말 말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위적인 어떤 형식을 만든다기보다 말로써 전달을 잘 하려고 했다."

-많은 연습을 했나.
"저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대본을 보며 구상을 해본다. 연습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할 때가 있고, 틀에 갇힐 때가 있다. 수월하게 이야기를 해야하는 신에서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그 외엔 이 인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떄문에 갇히고 싶지 않다. 대본을 계속 많이 보고 상상해본다."

-의상도 좋았다.
"영화는 연출자가 구상한 걸 따를 때가 많은데, 이번엔 드라마를 하면서 제 의견을 많이 넣었다. 워낙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야하니, 제 의견을 많이 녹여냈다. 반응도 좋아서 흡족하다."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김동욱은 낯을 가리기로 유명한 배우인데.
"저도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오빠도 낯을 많이 가린다. 연기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친밀도가 높아야지 연기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연기를 해가면서 한순간 '오빠가 저를 되게 편하게 생각하는구나'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본연의 모습이 나오더라. 낯을 많이 가리지만, 그 부분이 해제되면서 정말 웃긴 사람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쉽지 않을 뿐이다."

-키스신이 인상적이었다.
"감정이라기보다 페이크인 장면이다. 드라마가 너무 어렵다. (이로운 캐릭터가) 밤을 새도 예뻐야 하고, 잡혀간 뒤에도 예뻐야 한다. 키스신을 많이 찍어본 적이 없다보니까, 예쁜 각도, 감정이 잘 담기면서도 예쁘게 나오는 장면을 연기적으로 연출하는 게 쉽지 않더라. 되게 머쓱했는데, (김동욱) 오빠는 아무렇지 않고 진지하게 능수능란하게 하더라. 저는 굉장히 머쓱했다."

-문가영과의 여여 케미가 화제였다.
"대본 상에 모든 것들이 다 설정이 돼 있었다. '문가영이 천우희 플러팅한다' 이게 짤처럼 돌더라.(웃음) '여여 케미를 바라는 분들이 많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문가영 특별출연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가영이 나오는 것만으로 팬서비스이기 떄문에, 그거에 맞춰서 케미를 잘 살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문가영에게 도움을 청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최대한 진솔하게 연기했다. 성별이 다를 뿐이지, 연기할 때 다른 건 없었다."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데뷔 20년차에 접어든 소감은.
"물론 탄탄대로를 걷진 않았을 테지만, 가시밭길이건 오솔길이건 잘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지금 걸어온 길이니, 나름의 의미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지나오고 나니까의 생각인 거다. 저는 미지의 영역을 다 밟아보고 싶은 사람이다. 어떤 탐험 정신이 좀 있는 것 같다. 길이 아닌 곳을 개척해 나가는 것에 대한 값진 자부심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

-박정민과 류준열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족보 브레이커'가 됐다던데, 무슨 사연인가.
"박정민이 빠른년생인데 제가 빠른을 인정하지 않는다. 박정민과 저는 친구고, 준열 오빠는 86년생이다. 정민이는 빠른 87년생으로, 둘이 친구다. 정민이에겐 '정민아'라고 하고 준열 오빠에겐 오빠라고 하다보니 족보가 좀 꼬였다.(웃음)"

-이로움은 사기꾼인데, 혹시 사기 당한 적 없나.
"사기를 당할 뻔한 적은 있었다.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절대로 사기를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도꺠비에 홀리듯 그럴 때가 있더라. 제 대사처럼 '어떤 사람이 사기를 당하는가. 그냥 사기꾼이 찍은 사람이 당하는 거다'다.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평소 의심이 많은 편이다. 누가 공짜로 뭘 준다거나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든가 그런 걸 믿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절대 사기 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배우 천우희.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쉬지 않고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여유를 찾고 싶지는 않나.
"과연 그 여유가 뭘까. 무조건적으로 '연기를 해야해'는 아니지만, 연기가 주는 의미가 크다. 앞으로 나이 들어서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그게 가능할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안 쉬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에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을 때는 계속해서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 어느 순간 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해나가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지만, 마음에 따라서 그때그때 선택할 것 같다. 20년이고 40년이고 60년이 돼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을 것 같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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