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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잠기고 광고판 꺾이며 물 불어나는 동안,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입력 2023-07-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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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희생자가 늘고 생존자가 사투를 벌일 때, 사고를 막을 책임이 있었던 기관들은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는 점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저희가 사고 당일 아침 지하차도를 덮친 미호강 수위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물이 불어나는 모습만 봐도,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닌데 어디 하나 나서는 곳이 없었습니다.

강버들 기자가 설명합니다.

[기자]

사고 사흘 지난 오늘(18일) 오전 미호강을 보시죠.

이제 물이 빠져서 다리 아랫 부분과 제방 쪽 흙이 보입니다.

이 모습 기억하시고, 참사 15시간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14일 오후 5시 20분, 이 때 수위가 6.24m였습니다.

나무 기둥은 안 보이고, 다리 아랫 부분 3분의1 정도 잠겼습니다.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강물은 계속 불어납니다.

나무 윗 부분까지 점점 물이 차오르는데요.

주의보는 경보로 상향했고,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에 통보됐습니다.

좀 전에 봤던 나무 두 그루 가운데 한 그루는 안 보입니다.

광고판 아래 물이 닿으면서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위가 9.23m에 이른 6시 33분, 금강홍수통제소는 흥덕구청에 유선 전화를 겁니다.

'심각 수위이니 주민 통제 해달라'고 했는데요.

구청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시청에 전화했습니다.

시청은 어느 과 담당인지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냅니다.

[흥덕구청 관계자 : 구청이 관리하는 하천이 아니에요. 국가하천입니다.]

[청주시청 국가하천팀 관계자 : 안전정책과로 (전화를) 하라고, 전달을 하라고 했어요. 우리 업무는 아니니까.]

오전 7시 2분, 최초 112 신고가 들어온 때입니다.

나무 모습은 사라졌고 이제 다리 상판 가까이 물이 차올랐습니다.

'주민 대피와 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 '물이 임시 제방을 넘을 것 같다'는 112, 119 신고가 잇따라 들어옵니다.

그런데, 구청은 이번엔 읍사무소로 전화합니다.

[흥덕구청 관계자 : 오송 읍사무소에 전화해서 현장 빨리 확인해라…]

아까 들썩이던 광고판, 아예 들려 있습니다.

흙빛 물살이 거세게 흐릅니다.

8시 11분 입니다.

119 상황실이 '36번 국도 아래 물이 넘치려고 한다'고 청주시청에 통보한 시각입니다.

하지만 시청과 구청 공무원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사고 10분 전, 이제 미호천 수위는 임시 제방 높이인 9m 98cm를 넘어섰습니다.

충북도는 도로 CC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지하차도에는 물이 안 차서 우리가 할 게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우조/충청북도 행정부지사 : 하천이 '곧 무너질 것 같다'는 별도의 연락이 필요하지 않나.]

8시 40분, 광고판은 이제 위로 꺾일 지경인데요.

이 거센 물살이 쏟아지며 약한 임시 제방이 무너졌고요 그 5분 사이 지하차도는 물에 잠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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