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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대기의 강' 뒤덮인 한반도…더 강한 물폭탄 쏟아진다

입력 2023-07-18 11:54 수정 2023-07-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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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부근에서 발달한 대기의 강이 물결치는 모습 〈출처=위스콘신대 우주과학공학센터〉

적도부근에서 발달한 대기의 강이 물결치는 모습 〈출처=위스콘신대 우주과학공학센터〉


비가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집니다. 현재까지 50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온 이번 폭우는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폭우는 하늘 위를 흐르는 강으로 불리는 '대기의 강'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호우는 일일 강수량이 전북 익산 기준으로 388mm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수도권 집중호우(서울 기준 381.5㎜)나 태풍 힌남노(포항 기준 342.4㎜)는 물론 우면산 산사태(359mm)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린 겁니다.

최대 누적강수량 역시 충남 청양에 580mm의 비가 내리며 수도권 집중호우 때의 534mm를 앞질렀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로 범위를 넓히면 16일까지 누적 전국 평균 강수량은 511.7mm로 기상청이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평년 같은 기간(238.4mm)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이번 집중호우는 대기의강을 통해 공급된 수증기가 영향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집중호우는 대기의강을 통해 공급된 수증기가 영향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하늘 위를 흐르며 수증기 공급통로 된 대기의 강


이런 '물폭탄' 같은 강수량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강물이 대지를 흐르는 것처럼 수증기가 집중돼 하늘 위를 흐르는 '대기의 강'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대기의 강'은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대기에서 커다란 규모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는 14일부터 서해를 건너면서 뚜렷해진 구름 떼가 좁고 긴 띠를 이루면서 상공으로 흘러들어왔는데 바로 이 좁고 긴 띠가 '대기의 강'입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열대지방에서 만들어진 수증기가 일종의 통로인 '대기의 강'을 따라 이동한 뒤 우리나라에서 재해성 폭우로 변해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대기의 강은 갑자기 생겨난 현상은 아닙니다.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흔하게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대기의 강은 6월에는 중국 동남부 지역과 일본 남쪽 해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7월에 가까워질수록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며 우리나라도 영향권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실제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국립기상과학원과 함께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여름철 폭우가 내린 날의 61%는 대기의 강이 영향을 끼쳤고 특히 6월 하순 내린 강한 비는 77%가 대기의 강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이후 집중호우로 5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번 비피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기의강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장마가 시작된 이후 집중호우로 5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번 비피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기의강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점점 더 강해지는 대기의 강, 극한 호우 쏟아낸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의 강' 현상이 점점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7% 증가하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온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일부터 지구 평균기온이 연일 섭씨 17도 선을 넘어서면서 3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까지 덮치면서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수증기가 폭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은 '대기의 강' 통로를 점차 넓히면서 점점 더 많은 수증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몰려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의 강이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증기가 늘어나게 됐고 이것이 우리나라 인근 수증기와 합쳐지면서 예년보다 더 극단적인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겁니다.

미 항공우주국은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추세대로 이어지면 “금세기말이면 대기의 강의 폭이 너비가 25% 늘어남과 동시에 발생 빈도가 50% 증가한다”며 “이 경우 대기의 강이 불러오는 극한호우 현상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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