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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태안 아내 살인 용의자 필리핀에서 추가 범행…현지 '황제 교도소' 직행하나

입력 2023-07-12 20:27 수정 2023-07-12 20:29

[트리거] '교도소살이' 연장하려 마약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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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교도소살이' 연장하려 마약 범행?

[앵커]

지난 1월, 충남 서산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던 용의자가 필리핀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에서 검거됐는데, 아직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지난달 현지 이민국 수용소에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다시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다량의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일부러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더 머무르기 위해서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최광일 PD가 필리핀 현지 교도소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기자]

필리핀 경찰이 아파트에 들이닥칩니다.

휠체어에 앉아있던 30대 한국 남성이 당황한 기색으로 일어납니다.

한국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38살 강모 씨입니다.

강 씨는 지난 1월 23일, 살해한 아내 시신을 충남 서산의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저수지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물렀던 강 씨는 이후 급히 한국을 빠져나갔습니다.

출국 직전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필리핀에 입국한 뒤 체포된 강씨는 외국인 수용소에서 한국 송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탈옥을 했고, 일주일만에 다시 붙잡힌 겁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강씨.

[강모 씨/아내 살해 혐의 :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죽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체포 당시 다른 한인 부부와 있었고 집안에선 필로폰 1kg이 발견됐습니다.

시가 3억 원 어치로, 3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A씨/강모 씨와 함께 검거 : 마약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JTBC 취재진은 강 씨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 5곳을 수소문한 끝에 그 중 한 곳에서 강 씨를 찾았습니다.

강 씨는 아내를 죽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즉답을 피했습니다.

[강모 씨/아내 살해 혐의 : {(한국에서) 부인을 죽인 거예요?}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체포 당시 발견된 마약에 대해선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모 씨/아내 살해 혐의 : {(외국인 수용소에서) 마약을 운반한 게 확실합니까?} 네.]

필리핀법 상 외국인이 마약을 거래하면, 종신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국내법상 처벌이 어렵습니다.

강 씨가 필리핀에서 외부를 돌아다닌 기간은 열흘도 채 되지 않습니다.

함께 검거됐던 한인 2명의 도움도 부인합니다.

[교도관/산후안 교도소 : 강씨가 직접 1㎏의 필로폰을 배달했다고 했다.]

강 씨가 마약과 관련한 단독 범행으로 현지에서 종신형을 받으면 국내 살인과 시신 유기 혐의는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앵커]

강씨가 마약범으로 종신형을 받게 되면 필리핀의 뉴빌리비드 교도소로 가게 됩니다. 여긴 돈만 있으면 자기 집을 지을 수 있고, 또 마약과 총기까지 판치는 돈 있는 범죄자들에겐 '황제 교도소'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계속해서 최광일 PD입니다.

[기자]

강 씨가 탈옥한 필리핀 외국인 수용소입니다.

6m가 넘는 담벼락으로 둘러쌓여 있고 감시도 삼엄합니다.

[강씨는 여기 없습니다. 그는 탈출했습니다.]

정작 강 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황당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강모 씨/아내 살해 혐의 : {여기서 어떻게 탈출했습니까?} 뛰어넘어서요.]

강 씨는 마약 소지와 관련해서도 조력자의 존재를 부인합니다.

단독 범행을 인정하면 종신형을 받을 거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강모 씨/아내 살해 혐의 : {마약 관련해서 지금 1㎏을 선생님이 가지고 오신 걸로 필리핀에서 이야기를 하거든요? 마약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여기서 평생 사셔야 합니다.} 네.]

종신형에 처해지면, 강 씨는 한국 송환 대신 도시 외곽의 뉴빌리비드 교도소로 가게 됩니다.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죄수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 곳.

여의도 절반 정도 크기에 2만여명이 수감되어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

명칭은 교도소지만, 교도관 수가 적어 통제가 거의 없습니다.

취재진은 이곳에 수감된 한국인을 만났습니다.

[뉴빌리비드 장기 수용자 : 한국 같은 경우는 감옥 하면 똑같지 않습니까? 근데 여기는 먹는 거부터 자는 것까지 너무 차이가 커.]

돈이 있으면 음식도 직접 해먹을 수 있고, 집도 지을 수 있습니다.

[뉴빌리비드 장기 수용자 : 집을 지어가지고 그걸 이제 개인이 삽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생활하고 물론 (개인) 화장실도 있고 콘도형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도 있고…]

최근 필리핀 당국이 내부를 불시 단속한 결과, 핸드폰과 개인TV, 주류는 물론 마약과 총기까지 적발됐습니다.

한국인 3명을 살해한 '마약왕' 박왕열도 지난 4월, 이곳에서 국내로 마약을 유통시키다 적발됐습니다.

[뉴빌리비드 장기 수용자 : (교도소 안) 한국 사람들이 아마 절반 이상 마약 장사를 한다고 봐야죠.]

(화면제공 : GNA)
(VJ : 한재혁 / 리서처 : 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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