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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역대 가장 뜨거워진 지구…남극은 녹고, 한반도엔 낙뢰 쏟아지고

입력 2023-07-10 08:01 수정 2023-07-10 08:5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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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91)

1940년대부터 2021년까지 지구 기온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픽 자료. (자료: NASA)

1940년대부터 2021년까지 지구 기온의 변화를 나타낸 그래픽 자료. (자료: NASA)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말, “말해 뭐 해”싶을 만큼, 거의 매일같이 언론 보도와 각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접한 내용일 겁니다. 너무도 자주 들어서일까요. 우리는 그 말이 갖는 무게와 심각성을 잊은 채, 그저 고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곤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매일 듣던 말'임에도 한 번씩 이 말에 귀 기울이곤 합니다. 어떤 '모멘텀'이 있을 때, 비록 아주 잠시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죠. 지난주는 바로 그런, 하나의 모멘텀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3일부터 지구의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 기록'을 연일 깨는 중입니다. 지금껏 계속 달궈져 왔던 지구지만, 전 지구 평균기온이 17℃를 넘어선 적은 없었습니다. 당초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날은 2016년 8월 13~14일로, 이틀간 16.92℃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일, 관측 이래 처음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17℃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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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17.01℃. 역대 최고 기온입니다. 그러더니 4~5일엔 17.18℃로 더 뜨거워졌습니다. 6일엔 무려 17.23℃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연속 경신했습니다. 7일 17.2℃, 8일 17.17℃로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의 고온 현상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어디가 얼마나 더 뜨거워졌나 좀 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 가장 뜨거워진 지구…남극은 녹고, 한반도엔 낙뢰 쏟아지고
위의 지도는 평년(1979~2000년) 대비 위치별로 얼마나 기온이 높거나 낮았는지를 색으로 표현한 지도입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으면 파랗게, 높으면 붉게 표시되죠. 위도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졌지만, 특히 남극의 고온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7월 8일 기준, 한반도가 속한 북반구는 평년보다 0.94℃의 기온이 높았습니다. 곳에 따라 5도 이상 더운 곳도 있었죠. 그런데, 우리가 평소 관심 갖지 않는 남극은 무려 3.72℃나 뜨거웠습니다. 3.72℃는 남극 전반의 상황일 뿐, 곳에 따라선 무려 20℃ 넘게 기온이 높아진 곳도 있었습니다. 20℃ 차이는 그저 단순히 “평소보다 좀 덥군” 한마디 던지고 지나갈 차이가 아닙니다. 우리로 치면, 계절이 뒤바뀔 수준입니다.

현재 남극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미 봄부터 남극 곳곳에선 눈과 얼음이 사라지며 남극 해빙은 2023년 2월 '역대 최소 면적'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3월에 이미 한 차례 '역대 최소 면적' 기록을 세웠었는데, 이듬해 또다시 이 기록을 깬 겁니다. 시간이 흘러도 남극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6월에도 다시역대급 기록을 썼습니다. 북반구와는 계절이 반대인 만큼, 겨울이 찾아오며 점차 해빙 면적은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6월 평년 대비 250만㎢나 작은 상태인 겁니다. 결국, '역대 6월 최저 면적' 기록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EU의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촬영한 베가 아일랜드와 디셉션 아일랜드의 위성사진을 보면, 극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흙과 돌이 가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U의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포착한 남극 베가 아일랜드(2월 19일 촬영)와 디셉션 아일랜드(3월 17일 촬영)의 모습. (자료: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EU의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포착한 남극 베가 아일랜드(2월 19일 촬영)와 디셉션 아일랜드(3월 17일 촬영)의 모습. (자료: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그런데, 남극만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국내에서도 각종 '역대급 기록'이 쏟아졌습니다. 6월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22.3℃로 평년 대비 1℃ 가까이 높았습니다. 역대 4번째로 더운 6월이었던 겁니다. 낮에는 덥더라도 밤에는 좀 식었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6월 평균최저기온은 18℃로 평년보다 1.2℃ 높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역대 4번째로 높은 기온입니다.


앞선 달들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각종 기상 지표들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얼핏 들쭉날쭉한 모습이지만, 기온은 높아지고 전체 월 강수량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일조시간은 무려 215.5시간으로 평년보다 무려 30.4시간 길었는데요, 반면 시간당 30mm 넘는 강한 비가 내린 날은 전국 평균 0.6일로 평년(0.2일)의 3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쨍한 날도 많았는데, 반면 비가 한번 오면 강하게 퍼부었던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 가장 뜨거워진 지구…남극은 녹고, 한반도엔 낙뢰 쏟아지고
이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의 기상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기온은 높아지고, 맑은 날은 늘고, 전체 강수량은 조금씩 줄어들지만… 어쩌다 한번 비가 오면 엄청난 양의 비, 스콜 같은 소나기가 퍼붓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의 결과인 것이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현상이 있으니, 바로 낙뢰입니다. 낙뢰와 기후변화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먼저 낙뢰 그 자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로 소나기와 함께 찾아오는 번개 가운데 그 불빛이 땅까지 이어지는 것을 낙뢰(Lightning Stroke)라고 부릅니다. 기본적으로 번개는 구름과 구름 사이, 또는 구름과 지표면 사이 방전이 일어나며 발생합니다. 구름 속의 작은 물방울들과 주변의 공기는 서로 전자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전자를 주고받는 양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커지게 되면, 결국 불빛을 내며 강한 폭발이 발생하죠. 이때의 불빛은 번개, 폭발음은 천둥이라고 부르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 가장 뜨거워진 지구…남극은 녹고, 한반도엔 낙뢰 쏟아지고
지난달, 국내에서 발생한 낙뢰는 무려 2만 1,596회에 달했습니다. 최근 10년 평균(1만 977회)의 배에 달합니다. 전체 발생 횟수로만 따지면, 2만 2,241회의 2014년보다는 적지만, 한번 낙뢰가 발생한 날, 쏟아진 낙뢰의 수는 비교 불가한 수준이었습니다. 지난달 일 평균 낙뢰 횟수는 무려 1,080회로 2014년(741건)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죠. 역대 최다 기록이 쓰여진 겁니다.

어디에 얼마나 집중됐을까.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겠습니다. 광역시도별로 보면, 강원(4,404회), 광주와 전남(3,970회), 수도권(3,866회), 대구와 경북(3,661회)으로 전국 각지에 고르게 발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낙뢰가 발생한 지점들을 점을 찍어 살펴보면, 그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단위면적당 발생횟수로 따져봤을 땐 경기 북부와 전남 서해안(광주 일부 포함)에 유독 많은 낙뢰가 떨어졌죠. 이들 지역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강한 소나기가 집중됐었다는 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 가장 뜨거워진 지구…남극은 녹고, 한반도엔 낙뢰 쏟아지고
최근 소나기 예보를 잘 살펴보면, “강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다는 문구가 항상 함께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소나기는 '대기 불안정' 속에 만들어집니다. 본래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위로, 차고 건조한 공기는 아래로 움직입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특징입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 집에서 장시간 조리를 하다 보면, 앉았을 때와 서 있을 때의 온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집의 '윗공기'는 덥고 습하고, 바닥 근처에만 에어컨의 찬 기운이 맴도는 거죠. 대기가 이런 상태일 때, 우리는 이를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대기의 상하층이 뒤죽박죽 섞일 일도, 급격히 움직일 일도 없는 그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하층에 더운 공기가, 상층에 차가운 공기가 있다면 말입니다. 하층의 더운 공기는 본래의 성질대로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가도 그 주변과 위쪽에 차가운 공기가 있으니… 이 더운 공기는 끊임없이 위로, 더 위로 향하게 되죠. 자신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게 될 때까지 말입니다. 이처럼 상승기류가 지속되고, 강화하면 대기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승기류는 결국 저기압이 되고, 강한 강수, 즉, 소나기를 부르게 됩니다. 또, 이러한 대기 불안정이 부르는 현상은 소나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박, 천둥·번개 등도 모두 대기 불안정으로 비롯된 현상입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기후변화는 이러한 대기 불안정을 더욱 빈번하게 만듭니다. 기온이 오르며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고, 이는 단순히 습도를 높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갑작스런 상승기류와 그에 따른 소나기구름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가뭄과 집중호우가 동시에 빈번해지고, 그러면 하늘의 물방울과 공기가 부딪칠 일 또한 잦아지게 되죠. 결국, “강수량은 줄어드는데 호우일수는 늘어난다”는 한반도의 미래 기후변화 예측 속엔 '낙뢰와 우박 등의 가능성 또한 커진다'는 예측이 숨겨진 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낙뢰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상청은 레이더에 관측된 비구름대의 위치나 강수 강도 등에 기반해 낙뢰가 우려되는 지점에 대한 초단기 예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초단기'이자 모델링에 기반한 '예측'이다보니 변동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당장 비구름대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각 지역 마다의 대기 흐름이 '대기 불안정'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시간과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기에 그만큼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고요.
 
10일 오후 5시 30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낙뢰 추정 사고로 6명이 쓰러졌다. 〈사진=연합뉴스·강원도 소방본부〉

10일 오후 5시 30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낙뢰 추정 사고로 6명이 쓰러졌다. 〈사진=연합뉴스·강원도 소방본부〉

'일 평균 최다 낙뢰 발생' 기록이 세워진 지난 6월, 우리는 실제 낙뢰로 인한 큰 인명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10일, 강원도 양양의 해변에서 단 1건의 낙뢰로 1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쳤습니다. 최근 10년간 낙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7명, 부상자가 19명이었는데, 불과 한 차례의 낙뢰로 이러한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겁니다.

그간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현상으로 인한 인명피해로는 더위나 비 피해를 주로 떠올렸었는데, 지금과 같은 양상이 계속된다면, 낙뢰 또한 우리가 주목하고 유의해야 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지구가 우리에게 또 다른 '경고의 시그널'을 보내게 된 것이죠. 우리가 계속해서 기후변화를 '극지방의 일'로, 혹은 일부 '다른 지방의 일'로만 여기고 적극적인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현상으로 강력한 경고를 보낼 겁니다. 하지만, 그 경고는 그저 '시그널'이라고 부르기엔 인적·물적 피해가 큰, 말 그대로 '리스크'가 될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 가장 뜨거워진 지구…남극은 녹고, 한반도엔 낙뢰 쏟아지고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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