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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복귀 김선호 "'거슬리게 하지 말자' 인생의 모토"

입력 2023-07-0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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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튜디오앤뉴〉

〈사진=스튜디오앤뉴〉


기사회생이 전화위복까지 된 모양새다. 배우 김선호(36)가 매체 복귀와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귀인 박훈정 감독을 만나 배우로서 스펙트럼 변주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김선호는 다른 무엇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본업 능력치를 입증 시키며 스크린에서도 어울리는 이미지임을 몸소 보여줬다. 관객들의 다채로운 반응을 자아낸 영화 '귀공자'에서 '김선호 연기 만큼은 확실히 남았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필모그래피 첫 영화인 만큼 자신의 영화를 들고 진행하는 인터뷰도 처음. 특히 개인적 이슈 이후 인터뷰로는 첫 대면 자리였던 터라 김선호나 취재진들이나 시작 전에는 여러모로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깔끔하게 풀어낸 것도 김선호다. 정갈한 세미 수트를 차려 입고 인터뷰 현장에 다소 일찍 도착한 김선호는 자발적으로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공간을 한 바퀴 돌며 꾸벅 꾸벅 인사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계시는구나. 신기하다"며 지어 보인 특유의 살인 미소는 좋은 컨디션과 긍정의 긴장감을 동시에 확인 시켜 취재진들의 미소까지 자아냈다.

인터뷰는 더 유쾌하게 이어졌다. 하필 옆 건물 공사 타이밍과 인터뷰 시간이 맞물려 인터뷰 내내 목소리를 두 톤은 높여 이야기 해야 했던 김선호는 최대한 차분하고 진솔하게 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지만 말을 하면 할 수록 어쩔 수 없이 흥분되고 떨리는 마음도 숨기지 못해 결국 취재진들을 폭소케 했다. "원래 평소 말하는 스타일이 그렇냐"는 물음에 "절대 아니다. 되게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는데 지금 멋진 모습을 하나도 못 보여드리고 있다"고 토로, 사람 김선호를 아주 살짝이나마 엿보이게 했다.

결과적으로 상업 영화로서 0순위 목표인 흥행은 아쉽게 됐지만 김선호 개인으로서 '귀공자'는 잃은 것 없는 도전이 됐다. 첫 영화 현장, 완벽한 귀공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 활동까지, 향후 배우로서 살아갈 날들에 있어 '귀공자'는 김선호의 존재감이 빛난 대표작으로 꾸준히 따라다니게 될 전망이다. 박훈정 감독과 연달아 호흡 맞춘 '폭군'과 함께 브라운관 차기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떤 작품이든 저라는 사람을 찾아 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김선호면 같이 하고 싶지'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하다"는 솔직함은 배우 김선호를 완성하고 움직이는 힘이다.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사진=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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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첫 영화, 스크린 데뷔작이다.
"모든 반응이 신기하다. 이상한데 기분 좋은 마음이다."

-첫 관람 소감은 어떤가.
"솔직히 말하면 잘 못 보겠더라. 스크린이 워낙 크니까 내 단점만 보였다. 쉽게 진정이 안 됐다. (김)강우 선배가 옆자리에 계셨는데 내가 잔뜩 긴장해 있으니까 '처음엔 다 그래'라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그제서야 익숙해진 척 '보던 얼굴이네' 하고 넘어갔지만 영화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촬영 후 1년 여 만에 보는 것이라 어색하기도 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 연기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귀공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상당한데.
"그 또한 신기하다. 나에게 영화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주면 '너 말고 네 친구는 어떻대?'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완전히 제 3자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더라. 사람이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안 좋은 일 있을 때나 산책을 하지 않나. 좋은 일은 더 크게 느끼고 안 좋은 일은 빨리 털어 버리려고. 나는 그렇다. 특히 좋은 일 있을 땐 콧노래를 부르면서 산책을 시작하기 마련인데, 지금 내 감정이 딱 그런 느낌으로 출발하는 것 같다. 설레는 긴장감을 품고 있다."


-기대의 중심엔 팬들이 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조금은 느끼고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말로 표현이 잘 안 되는데….(웃음) 팬 분들의 마음은 '작은 사람을 크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나왔을 때 '선호야 너 이제 어떡하냐' 무서웠는데, 팬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진정이 좀 됐다."


-'귀공자'의 귀공자다.
"무섭다. 하하. 스스로 부족한 것도 알고 있고, 귀공자를 연기하면서 안 풀리는 것들도 많았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도 감독님을 믿고 일단 최선을 다했다. 1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귀공자'라는 타이틀롤과 함께 관심과 기대에 의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어? 나 괜찮나? 잠깐만.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들더라. 타이틀롤이 마냥 좋지 만은 않았는데 지금은 귀공자로 불러 주시니까 신기하다. 처음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브라운관에서는 로맨스 장르 속 다정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귀공자'는 전혀 다른 장르에 캐릭터도 강렬하다. 변신을 꾀한 선택이었나.
"아니다. '귀공자' 캐스팅은 드라마 이전에 제안이 왔다. 대본을 보기도 전에 감독님을 먼저 만나 '팬이다.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대본은 받지 못했지만 첫 미팅 자리에서 '어떤 역할'이라는 것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이 더 컸던 터라 어떤 작품이었든 했을 것이다."

-지금의 장르가 아니어도 했을까.
"어떤 작품이건 나라는 사람을 찾아 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김선호면 같이 하고 싶지'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감독님께도 '같이 하고 싶다'는 말씀을 먼저 드렸던 것이다."


〈사진=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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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직전 사생활 이슈가 불거졌다. 박훈정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조심스럽지만 박훈정 감독님의 심정은 알 길이 없었다. 나로서는 송구스럽고 감사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감독님과 스튜디오앤뉴 장경익 대표님이 함께 회의를 진행하면서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결정을 하신 것으로 안다. 최종적으로는 '너만 괜찮으면 우리는 끝까지 할 생각이 있다'는 말씀을 주셨고, 나는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후회스러운 마음은 없었나.
"이미 영화 촬영이 조금 미뤄졌고, 감독님 말씀처럼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하면 더 미뤄지거나 손해가 나는 상황이었다. 경황이 없어서 무언가 후회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떤 감정이었다'고 말씀 드리기도 어렵다. '귀공자' 팀에는 감사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감독님도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셨다. '하기로 했으면 하는거지'라는 말씀이 전부였다. 송구스러웠고, 죄송했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 개봉하게 됐지만, 사실 촬영은 특별한 쉼 없이 곧바로 들어가야 했다.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나.
"그 시간은 어쨌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고, 없었고 때문에 배우로서 내 실력이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좁아지는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귀공자'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다른 작용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있었다면 내가 이 작품을 하는데 방해가 됐을 것이다."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에게는 귀인이 됐다.
"지금 나에게 감독님은 여전히 엄청난 연출자이자 더 나아가 좋은 형이다. 어떻게 보면 친구 같기도 하다. 연기 외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 주시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발전적으로 이 상황이 변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해주도 하셨다. 산책하면서.(웃음)"


-차기작 '폭군'까지 일사천리로 함께 했는데. '귀공자'의 경험이 '폭군' 촬영 때 도움이 됐나.
"너무 큰 도움이 됐다. 배우로서 연출자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더 필요한 사람이다. 다만 그 시간이 충족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연출자의 디렉팅을 이해할 수 있는 배우인 것 같다.(웃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명확한 소통을 위해 감독님의 말씀을 더 잘 들으려 노력했고, 중·후반 이후에는 실제로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을 굉장히 빨리 알아 들었다. 감독님께서도 그 지점을 좋아해 주셨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귀공자'를 통해 이미 가까워졌기 때문에 '폭군'은 사전 시간 필요 없이 바로 돌입할 수 있었다."


-첫 촬영의 느낌도 달랐겠다.
"첫 장면을 찍고 카메라 감독님께서 '워~' 하며 박수를 쳐 주셨다. 진짜 기분이 좋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감독님들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이 기분 좋더라. 다음 장면을 찍기 전까지 딱 3일의 시간이 있었는데, 기분에 한껏 취해 있다가 다시 갔을 땐 '역시 난 부족해!' 했다. 하하. 사실 내가 박훈정 감독님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알게 된 만큼, 감독님도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되지 않았겠나. '넌 그것보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어' 하시면 '제가요? 안 될 것 같은데' 머뭇거렸다. 근데 감독님은 끝까지 '아니? 넌 할 수 있어'라면서 끌어 주셨고 믿어 주셨다. 그렇게 나온 신들이 많아 감사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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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귀공자' 이야기를 해보자면, 대본을 받기 전부터 '하겠다'는 약속은 했지만 실제로 시나리오를 봤을 땐 어땠나.
"'나에게도 이런 역할이 왔구나' 싶었다. '킬러 역할'이고 '추격을 펼친다'는 사전에 듣기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은 또 다르더라. 감독님도 궁금하셨던지 읽자마자 '어땠니?'라고 물어 보셨고, 재미있는 부분과 어려울 것 같은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작품을 진행할 수 있겠구나. 많이 힘든 점은 수정을 해 주시겠구나' 믿음이 충만했다. 재미있게 읽었다."

-귀공자의 캐릭터 전사는 특별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나 역시 굉장히 많이 생각했지만, 생각에도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께 질문을 하면 산책을 시작 하신다.(웃음) 감독님 사무실에 놀러가 '그래서 얘가 왜 이러는 거예요?'라는 원초적 질문부터 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 씩 해결해 나가면서 방향성을 잡았고 연기도 구체화 시켰다. 아마 많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 '마르코에게 그냥 말하면 되지. 왜 저렇게 애를 괴롭히고 쫓아다니나' 인 것 같다. 나도 그게 답답했다. 감독님이 '마르코라는 아이는 말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고, 귀공자는 따라 다니는 자체부터 즐긴다고 생각하면 어떨까'라는 해답을 주셔서 '그냥 즐겨!' 싶었다. 프로 귀공자 인생에서 마지막 의뢰였으니까."

-'맑은 눈의 광인'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인데, 욕 대사도 많았다.
"감독님이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셨다. 내가 욕하는 게 본인 기준에서 어색하셨던 모양이다. 웃으면서 '너 평소 말투가 너무 호의적이야. 참고 영상, 영화들 많이 봐'라고 하시더라. '분노를 할 땐 참는 연기는 필요 없고, 더 분노하는 연기가 필요해'라는 조언도 해주셨다. 그래서 유튜브로 찾아 볼 수 있는 건 다 찾아 봤다. 근데 감독님이 '너 뭐 봤니?'라고 물으시더라. 유튜브 이야기를 했더니 그 땐 진지하게 '어디 어디로 들어가 결제해서 다시 보고 와. TV로 보면 또 달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도 달라'라고 단호하게 말씀 하셨다. '뭘 봐야 할까요' 레퍼런스를 여쭤봤더니 '볼 건 너무 많지. 내 작품 중에 '신세계'도 있잖아' 하시더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많이 배우고 공부했다."

-평소 욕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인가.
"친구들과 있을 땐 하기도 하는데, 뭔가 입에 착 붙는 찰진 욕과 장난으로 하는 어설픈 욕은 다르지 않나. 인생의 모토가 '누구한테 거슬리게 하지 말자'여서.(웃음) 작품들을 보니 '왜, 뭘 봐.' 한 마디 하는 것도 달랐고, 감독님이 원하고 말씀하신 분노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명확히 알겠더라."

-첫 촬영이 많이 부담됐을 것 같은데, 어떤 장면이었나.
"첫 촬영이 회상 신이었다. 병원에서 이기영 선배님과 '죽기 전에 좋은 일 하나 합시다' 이야기 장면. 콜라를 한 7병 정도 마신 것 같다.(웃음) 말씀 드렸다시피, 나는 감독님마다 스타일과 디렉팅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촬영 초반에는 현장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귀공자'도 영화가 처음이라서 보다는 박훈정 감독님과 호흡이 처음이라 눈치 아닌 눈치를 봤다. '선호야. 창문 밖을 봐. 기영 선배 보면서 리액션 해 줄 필요 없어'라고 하시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겠더라. '창 밖을 보고, 그게 그럴 수가 있나요?' 하면서 콜라 5병을 순식간에 마셨다.
근데 콜라를 그렇게 마시다 보니까 자꾸 트름이 나오려고 했다. 트름을 못하면 속이 아프지 않나. 근데 감독님이 무서워서 말을 못하고 있다가 결국 연기도 제대로 못했다. '너 왜 대사 안 해!' 하시길래 그제서야 '트름이 나올 것 같아서 한 번 하고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감정적으로 아주 중요한 신도 아니었는데 전체 촬영 중에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린 신이었다."

〈사진=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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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서사에는 반전이 있다. 배우는 시나리오를 모두 읽고, 그러니까 결말을 알고 연기를 하게 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만약 보이지 않았다면 제 연기가 부족한 탓인데, 마르코를 열심히 쫓아 가다가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한다. 그리고 따라가지 않는다'는 설정이 있었다. 쫓아가다가 괜히 한 번 웃기도 한다. 터널에서 '하하하' 하지 않나. 그 표현들이 사실 쉽지는 않았다. 원래는 체력이 좋은 친구인데 몸이 아프다고 알고 있으니까 '나 힘들지 않아'를 여유 있게 표현하면서 내 스스로의 연기에도 타당성을 만들어갔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보이기를 바랐다.(웃음)
귀공자는 엄살도 되게 심하고 아픈 걸 정말 싫어한다. 감독님은 '걘 원래 그런 애야'라고 정의를 내리시더라. 내가 아픈 게 싫어서 누군가를 죽이는. '귀공자는 왜 이렇게까지 전투적이고 겁먹지 않아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냥 애초에 겁이 없지 않을까' 하셨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 배우 스스로 설득과 납득이 된다면 어떤 연기든 할 수 있다. 조금씩 빌드업하면서 귀공자를 이해했다."

-그래서 진짜 겁 없이 즐겼나.
"즐기려고 노력했다.(웃음) 우리는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나 역시 감독님께 '귀공자가 왜 피까지 토해요?'라고 여쭤 본 적도 있다. 어쨌든 위트라고 생각했고, 뒤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티내면서 연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물로서는 계속 모른 척 '난 죽어. 힘들어. 그러니까 이 상황을 즐겨' 세뇌 하면서 연기했다. 귀공자의 상황을 덧붙이자면 윤주에게 제안을 받고 '내가 이 일 할게!'라고 했지만 몰래 등을 돌린 것이다. 에이전트는 이미 나온 상태에서 의뢰 받은 일을 지 맘대로 한 것이다.(웃음) 아마 윤주도 알았을 것이다. 만약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에이전트에 쫓기는 귀공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박훈정 감독의 스타일은 완벽히 이해했나. 손 발이 맞아 들어갈 때 짜릿함도 있을 것 같다.
"맞다. 되게 신기한 것이 연출이 원하는 방향과 작가님의 의도가 딱 파악됐을 때 '이런 행동도 재미있지 않아요?'라고 하면 감독님들 입에서 '그래, 내가 생각한 게 그거야!'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이다. '귀공자'에서도 '와 역시 자동차는 벤츠야'라는 대사를 같은 대사인데도 '귀공자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고

-'귀공쟈'는 궁극적으로 코피노를 소재로 한다. 평소 코피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깊게 생각 해 본 적은 없다. 코피노라는 단어 자체를 공부하게 된 것이 사실 이 작품 때문이었다. 공부하면서 명확하게 알게 됐고, 역할에 몰입하면서 나도 한 방 먹이고 싶어 지더라. 감독님이 '차별 받는 자들이 차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는 이야기'라고 설명하지 않았나. 어떤 의도인지 파악했다. 비하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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