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르포+] "천일염 사러 세 번째 왔다"…정부 비축분 판매 첫날

입력 2023-06-29 12:49 수정 2023-06-29 13:5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천일염 사러 온 게 벌써 세 번째예요. 두 번 다 허탕쳐서 오늘은 좀 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주부 김모 씨·서울 송월동)

오늘(29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안 식자재 코너에 카트 줄이 늘어섰습니다.

정부가 비축했다가 시장에 공급한 천일염을 사러 온 사람들입니다.

아침 8시 20분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주부 이모 씨(67)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걱정돼서 소금을 미리 사두려고 왔다"며 "요즘에는 20kg짜리를 구할 수도 없어서 얼마 전엔 1kg짜리 천일염을 1만 5000원 넘게 주고 사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29일 오전 9시, 정부 비축 천일염을 사러 마트를 찾은 시민들. 〈사진=이지현 기자〉

29일 오전 9시, 정부 비축 천일염을 사러 마트를 찾은 시민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양재동까지 온 70대 김모 씨는 "김장할 때 소금이 필요해서 사두려고 하는데 최근 사재기 현상 때문인지 올 때마다 구할 수가 없었다"면서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지인 중에는 소금이 없어서 음식점에 가 20kg짜리를 5만 원 넘게 주고 산 사람도 있었다"면서 "오염수 걱정 때문에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니까 정작 필요한 사람은 못 사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장 때문에 소금을 사러 왔다는 주부 오모 씨(60)는 "올해 김장 때문에 소금을 사둬야 해서 왔다"면서 "사실 얼마 전에 20kg짜리를 5만 원 넘게 주고 사뒀는데, 싸게 파는 김에 더 사러 왔다"고 했습니다.
 

정부 비축 천일염 400톤 공급…20kg짜리 3만원에 판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에서는 오전 9시부터 천일염 판매가 시작됐다. 〈영상=이지현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에서는 오전 9시부터 천일염 판매가 시작됐다. 〈영상=이지현 기자〉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로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자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 비축분 최대 400톤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천일염 가격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치솟았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굵은 소금 5kg짜리의 평균 소매 가격은 1만 4016원이었습니다. 평년 가격(7992원)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된 정부 비축 천일염. 〈사진=이지현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된 정부 비축 천일염. 〈사진=이지현 기자〉


정부는 이번 비축분을 공급하면서 6월 소비자가격보다 2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입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는 정부 비축 천일염 20kg을 한 포대에 3만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부 비축분이 아닌 일반 천일염이 옆 매대에서 4만 5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는 걸 고려하면 시장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셈입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 비축분 640포대가 들어왔다"며 "앞으로 6일 동안 하루에 100포대씩 팔 계획이며, 첫날만 140포대를 판매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정부 비축 천일염은 한 사람당 한 포대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6월 중순보다 사재기 움직임은 덜 해"


싼 가격에 정부 비축분을 풀었지만 사재기 움직임은 전보다 덜한 편이었습니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천일염을 사가는 시민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천일염을 사가는 시민들. 〈사진=이지현 기자〉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6월 중순에 사재기가 심할 때만 해도 천일염이 아예 품절되는 날도 있었다"며 "그땐 공급이 불안정해서 오전에는 5만 원대에 판매되다가 오후에 4만 원대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사재기하려는 손님들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소금을 사러 온 손님들도 당장 쓸 소금이 필요해 찾아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A 씨는 "김치를 담그려면 소금이 꼭 필요한데 요즘은 구할 수가 없더라"면서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20kg짜리 천일염 한 포대를 4만 5000원 정도에 사뒀었는데, 그건 환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는 판매 시작 3시간 만에 천일염 100포대 정도가 판매됐습니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된 정부 비축 천일염은 판매 3시간 만에 100포대 가까이 팔렸다. 〈사진=이지현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된 정부 비축 천일염은 판매 3시간 만에 100포대 가까이 팔렸다. 〈사진=이지현 기자〉


정부는 오늘부터 7월 11일까지 전국 마트와 전통시장에 비축된 천일염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천일염은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대전·부산점, GS 더프레쉬 명일·의왕점, 탑마트 대구점, 수협바다마트 강릉점 등 최소 25개 지점에서 판매되며, 천일염 구매가 가능한 전통시장은 30일 수협중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