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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해자 110회 넘게 가격한 정유정…'존속살인' 검색도

입력 2023-06-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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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흉악 범죄가 사라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이미 벌어진 사건을 꼼꼼히 파악하고 분석해서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는 걸 최대한 막는 겁니다. 저희 JTBC는 또래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의 조사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정유정의 범행 수법과 검거된 뒤에 보인 말과 행동에서 수사 당국이 주목한 점은 뭔지, 서효정, 박사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서효정 기자]

사건이 있었던 아파트는 고요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건을 입밖에 내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 어르신들이 충격받으니까…저도 꿈속에서 나올 정도로 무서운데 제발 어르신들 잡고 이야기하지 마세요.]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110회 넘게 찌르는 잔혹함을 보였습니다.

치명상을 주지 못한 신체 부위에서도 피해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정빈/법의학자 (정유정 사건 분석) : 손바닥을 칼끝으로 콕콕 콕 찌른 게 여러 개 있어요. 그러니까 저항이 없는데 찌른 거예요.]

시신을 버리기 전,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관련 신체 부위도 자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잔혹하고 치밀했던 정 씨 수법은 범행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조사 당시 검사에게 "분명히 피해자를 죽였는데 살아나서 나에게 말을 했다"며, "자신의 정신 감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정씨가 '심신미약' 판정을 노린 것으로 해석합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망상을 얘기하게 되면 국내에서 감형됐던 그런 실제 사례도 있거든요.]

검찰 조사에서도 일반적인 살인 피의자와 달랐습니다.

참혹한 피해자 사진을 보고도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정씨의 검찰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는 26.3점, 연쇄살인마 강호순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사라 기자]

[할아버님, 유정이 때문에 왔습니다.]

정유정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던 부산의 한 아파트.

불이 켜져 있지만 굳게 닫힌 문 너머는 대답이 없습니다.

[정유정 할아버지 : 아니 저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도 않고요. 너무 답답해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습니다.]

정 씨는 부모와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 살며 할아버지와 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에 대한 배신감과 좌절을 느꼈고, 할아버지와도 갈등을 겪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커왔던 게 범죄를 저지른 주요 이유였다는 겁니다.

범행을 이틀 앞두고는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며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가 큰 일을 저지르면 아빠가 고통받을 것이다" "큰 일을 저지르고 나도 죽겠다"며 어려웠던 환경에 대해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대입과 공무원시험 준비에 실패한 뒤엔 온라인에 '존속 살인'을 검색할 만큼 그 분노가 컸습니다.

검찰 심리 분석 결과, '정 씨가 애정을 갈구했던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제3자에게 피해를 주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애초 가족을 향했던 분노는 끝내 무고한 피해자에게 돌아갔습니다.

(PD : 박서혜 / VJ : 장지훈·한재혁 / 영상디자인 : 김충현·유정배 / 리서처 : 고선영·김지현·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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