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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 막겠다고 그늘 없앤 구청…주민들 "땡볕에 쉴 곳 없어요"

입력 2023-06-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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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지자체가 광장에서 술을 먹고 소란 피우는 사람들을 내쫓겠다는 이유로 나무 그늘을 없애고 의자까지 치워버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민들이 앉아 쉬던 공간만 사라지고 술판은 여전하다는 겁니다.

최재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앞에는 4천 평 크기의 대형 광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광장이면 있을 법한 그늘막이나 휴식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햇볕을 가려줄 나무들은 가지가 베어져 앙상하고 의자나 벤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낮 기온이 31도까지 올랐습니다.

오늘(23일) 날씨가 맑아 유독 볕이 뜨거운데요.

그런데도 이곳 광장은 그늘 아래 앉아 쉴만한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그나마 그늘이 지는 대형 전광판 아래 화단에 모여 쉽니다.

만나보니 아우성이 쏟아집니다.

[인천 주민 : 나무 다 베어버렸어. {저기 있던 나무를 다 베어버린 거죠?} 어어.]

[인천 주민 : 노인네들 앉을 데가 없어. 여기밖에 없어. 그늘이 여기밖에 안 지니까. 저기 어디 앉아 있을 수 있어요? 뜨거워서. 저쪽 의자도 다 치웠지.]

화단 자리마저도 곧 울타리가 들어서 앉을 수 없게 됩니다.

[인천 주민 : 여기 철조망 친대. 사람 못 다니게. {여기 울타리 친다면 어디 가서 쉬세요?} 갈 데 없지. 그러면 광장 앞 저기 앉아야지. 그러면 집으로 가서 쉬어.]

광장에 휴식공간이 사라진 건 술 먹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구청에서 이들을 내쫓겠다며 나뭇가지를 베어 그늘을 없애고 벤치까지 치워버린 겁니다.

[인천 동구청 관계자 : 주취자분들이 고성방가에 싸움을 엄청 많이 하시거든요. 민원이 정말 많이 들어와요. 이렇게 또 강력하게 안 하다 보면 이게 근절이 안 되잖아요.]

주민들은 과도한 조치라며 불만을 쏟아냅니다.

[인천 주민 : 그러면 광장이 필요가 없지. 사람이 안 오면, 뭣 하게 이 넓은 땅을 놔둬. {의자를 만들어줘야지. 똑바로.}]

게다가 구청 조치 이후에도 광장 한 편에선 여전히 술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술 먹고 소란 피우지 말자고 캠페인도 벌여보지만 아랑곳 않습니다.

[주취자 : 아저씨! 사진 왜 찍어요. 인권이 있는데! 야 XXX.]

구청은 다음 달부터 광장 전체를 금연·금주 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도 물게 한다는 방침입니다.

(화면제공 : 네이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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