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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입력 2023-06-18 06:01 수정 2023-06-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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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온통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물결치고 있습니다. BTS 데뷔 10주년을 맞아서 이번 달 내내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죠. 5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해외 팬입니다. K팝이 우리나라로 또 다른 관광객을 불러모을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숙박 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수치를 한번 볼까요. 최근 1년(2022년 4월~2023년 3월) 동안 개인실 숙박 예약이 가장 빨리 늘어난 지역이 바로 서울 마포구입니다. 국내 순위가 아닙니다. 에어비앤비가 진출한 220여 나라 전역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거죠.

정말 'K팝 관광 열풍'이 불고 있는 걸까요. 서울 저동 에어비앤비코리아로 찾아가 물었습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동북아시아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대중문화 중심지인 홍대 앞 거리가 있는 서울 마포구가 1위를 차지한 걸 보고 사실 저희도 놀랐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세계인 집콕'… K팝에 주목


하지만 음 총괄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사실을 회사 내부에서부터 먼저 느꼈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 직원이 전 세계에 있다 보니까 어느 나라에서 회사 모임을 할지 정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자꾸만 한국에서 하자고들 해요. 한국에 가는 것 자체가 트렌디한 거죠."

대중문화 인기가 한몫했습니다. 음 총괄도 다른 나라 직원들이 자꾸 "너 '킹덤' 봤냐"고 묻는 바람에 뒤늦게서야 한국 드라마를 챙겨봤을 정도로요.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관광 산업이 크게 타격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이 시기 동안 거꾸로 'K-웨이브'(대중문화 한류)가 일어난 거죠.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 콘텐트가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 콘텐트가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한국 대중문화 콘텐트가 '집콕'하는 세계인들을 사로잡은 겁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휩쓸었고, BTS도 다이너마이트ㆍ버터ㆍ라이프고즈온ㆍ퍼미션투댄스 등으로 빌보드 노래 순위('핫 100') 1위를 연거푸 차지하면서 팬층이 확 넓어졌습니다.

이 시기에 에어비앤비코리아도 'K팝 상품'을 내놓습니다. 2021년 1월에 나온 '인사이드 K팝'이라는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코로나 19로 여행을 못 하게 되니까 당연히 숙박도 안 하잖아요. 위기였죠. 그래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K팝을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는데 본사에서 채택한 거죠."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가 '편의점 먹방'을 하고, '더보이즈'가 한옥에서 팔찌를 만드는 걸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등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 체험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BTS가 놀던 평창 숲에서 하룻밤


'인사이드 K팝'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에어비앤비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에어비앤비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죠. 글로벌 프로젝트는 해마다 5~6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 때문에 한 번도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지 않은 나라가 훨씬 많습니다.

단순 인구만 봐도 한국 시장의 2배인 일본도 아직 글로벌 프로젝트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요.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거죠. 제가 2017년 에어비앤비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다들 일본 얘기 밖에 안 했거든요. 지금처럼 회사 안에서 한국 이야기를 이렇게 한 적이 없었어요. 이런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고, 지난해에는 어떻게든 BTS와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을까, 엄청나게 고민했어요. 하하, 맞아요. BTS와 지독하게 엮이고 싶었죠."

'인더숲 BTS편 시즌2'

'인더숲 BTS편 시즌2'

BTS 멤버들이 촬영했던 곳에서 특별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획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BTS 멤버들이 촬영했던 곳에서 특별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획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BTS 인더숲 프로젝트'였습니다. BTS가 강원도 평창의 숲속에서 생활하는 내용의 '인더숲 BTS 편 시즌 2'(하이브 오리지널 콘텐트) 촬영지에서 특별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전 세계에서 선착순으로 단 1팀(두 명)만 받았습니다.

지금도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친구와 함께 이곳을 다녀간 여성이 중국어로 쓴 아주 긴 후기가 있습니다. BTS 멤버들이 콘텐트에서 보여준 그대로 떡볶이를 먹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무선조종차(RC카)로 놀고, 귀여운 유니콘 튜브가 있는 수영장에서 즐기며 "영원히 머물고 싶었다"면서 보라색 하트를 잔뜩 남겼습니다.

한밤중 DDP에서 '나 홀로 패션쇼'


올해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오는 9월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됩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손을 잡고 숙박 공간이 아닌 DDP 4층 잔디사랑방을 침실로 만든 '특별한 하룻밤'입니다. K팝에 대한 관심을 서울이란 도시로 확장하려는 겁니다.

저희 목표는 '한국이 너무 좋은데' 하는 감정을, '아! 이런 곳이 있어? 여기 가면 좋겠다!'로 연결해서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겁니다.

[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온통 곡선인 DDP 공간 안에 패션쇼장처럼 일자로 쭉 뻗은 런웨이가 설치되고, 그 끝에는 침대가 있습니다. 침대 뒤엔 패션쇼의 뒷무대 같은 드레스룸이 있고요. 방안에서 '나만의 패션쇼'를 할 수가 있는 거죠. 서울패션위크를 '1열'에서 관람하고, DDP 루프톱(건물 옥상)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혜택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유독 힘들었다고 합니다.

"DDP에서 하룻밤,이라는 것까지는 정했는데 어떻게 컨셉을 잡고, 어떻게 꾸며야 할지 결정하는 게 힘들었어요. 참고할 수 있는 콘텐트가 있어서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영국에서 진행한 '곰돌이 푸의 집'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원작 작가가 배경으로 참고했던 바로 그 숲에, 곰돌이 푸를 30년 넘게 그린 일러스트레이터가 푸의 집을 만들었습니다. 벽지부터 꿀단지까지 작품에 묘사된 그대로였죠.

[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호빗 마을'은 영화 촬영지에 호빗들의 집을 꾸몄고요. '트롤이 있으니까 밤 외출은 삼가달라'는 식의 유쾌한 안내문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영화를 참고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DDP는 달랐습니다.

"DDP는 에펠탑처럼 상징적인 건물인 데 비해서 아직은 세계에 덜 알려졌잖아요. 디자인·아트·패션·건축물 중 어디에 초점을 둬야 공간의 정체성을 잘 살릴 수 있을까요. 해외에선 '동대문=패션'으로 여기고,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곳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기로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런웨이를 설치하는 데만 1주일이 걸렸습니다. 본사 디자인팀과도 수십 차례 의견이 오갔죠. 밤 11시까지 사진과 영상 촬영을 마쳤을 땐 드디어 끝났구나, 했지만 다음 날 아침 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선을 끌 수 있게 바닥에 파란색 러그, 침대에 하이라이트 조명을 설치해서 다시 찍으라는 것이었죠. 사진만 보고도 세계인들이 "가볼까?"하는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요.

참, 이번 프로젝트에도 K팝은 빠지지 않았어요. DDP에 K팝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죠. 지난해 글로벌 앨범 판매 6위인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이 환영 영상을 찍고 프로그램 기획에도 참여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도 '한옥 할머니' 사랑


잠깐. 음 총괄은 커뮤니케이션 담당인데, 세 프로젝트를 모두 직접 기획했다고요?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에선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 알릴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 기획을 맡는다고 해요. 한국에서 글로벌 프로젝트가 연달아 열리면서 '동북아시아 담당'도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음 총괄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나라까지 맡게 된 거죠. 한국 지사도 일본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구기자의 숨트뷰]BTS 숲 속 집에서 DDP 패션쇼 방까지
이렇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어비앤비에 '한옥'이라는 선택 항목도 새로 생겼어요.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도 서울에 올 때마다 한옥에 묵고, 자기 집에 한옥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합니다.

키가 무척 커서 한옥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칠 뻔한 일도 있었다고 해요. 샤워 후 수건만 두르고 나왔는데 집주인 할머니가 욕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당황하기도 하고, 아침밥 한 끼에 일주일 치쯤 되는 반찬을 꺼내다 차려주셔서 뭉클했던 추억을 지난달 한국 방문 때 기자들에게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동북아시아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도 얼마전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일할 때 듣는 '노동요'도 예전엔 팝송과 발라드였는데 K팝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엔하이픈의 서정적인 '폴라로이드 러브'와 신곡 '바이트 미', 블랙핑크의 2017년 곡 '마지막처럼'을 요즘 즐겨듣는다고 합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동북아시아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도 얼마전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일할 때 듣는 '노동요'도 예전엔 팝송과 발라드였는데 K팝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엔하이픈의 서정적인 '폴라로이드 러브'와 신곡 '바이트 미', 블랙핑크의 2017년 곡 '마지막처럼'을 요즘 즐겨듣는다고 합니다.

음 총괄도 국내 여행을 할 땐 한옥을 주로 이용합니다. 11살 딸이 서촌 한옥에 한 번 묵었다가 색다른 경험에 반해서 한옥을 고집한다고 해요. 이달 전주 가족 여행 때도 한옥에서 묵었다고 합니다.

혹시 숙소를 고를 때 '꿀팁'이 있는지 물었더니 의외로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용자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라고 하네요. 대부분의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굉장히 자세하게 후기를 남기 때문에, 이것만 봐도 어떤 점이 좋고, 어디를 걸러야 할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기자의 숨트뷰]는 살아 숨 쉬는 트렌드를 봅니다. 그 속에 숨은 사람의 탁 트인 이야기를 시원하게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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