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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춘향 영정 작가 "요즘 시대 아름다움 담았다"

입력 2023-06-16 06:02

'3대 춘향' 그린 김현철 화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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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춘향' 그린 김현철 화백 인터뷰

지난달 25일 전북 남원 춘향사당에 봉안된 김현철 화백이 그린 '3대 춘향 영전'. 〈사진=김현철 화백〉

지난달 25일 전북 남원 춘향사당에 봉안된 김현철 화백이 그린 '3대 춘향 영전'. 〈사진=김현철 화백〉


전라북도 남원시가 새로 공개한 춘향 영정에 대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 그림을 그린 김현철 화백이 "요즘 시대의 아름다움을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 이번 춘향 영정이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힌 겁니다.

김 화백은 어제(15일) JTBC와의 전화 통화에서 "새 영정 제작에 앞서 남원 소재 여고에서 추천받은 여고생 7명을 참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이 시대의 여성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화백은 또 18세기 16~18살 여성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조선 말 기녀들을 찍은 흑백 사진집과 80년대 여고 졸업앨범도 살폈다고 했습니다. 가꾸지 않은 본래 한국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김 화백은 "눈, 코, 입이 모델처럼 아주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얼굴 생김새보다는 표정과 자세에서 품격이 우러나오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약간 왼쪽을 향해 서서 노리개를 쥐고 있는 양팔이며, 치마 끝에 한쪽 신발을 살짝 드러내 동적으로 그렸다는 설명입니다.

춘향의 옷차림은 복식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쳤습니다. 18세기 출토 복식 유물을 재현해 제작해 이를 참고하고, 일부 변화를 줘서 표현했습니다.

김현철 화백이 참고한 자료. 남원문화원이 이은주 안동대 교수에게 의뢰해 만든 '2023 춘향 영정 복식 고증' 일부를 발췌했다. 〈사진=남원문화원〉

김현철 화백이 참고한 자료. 남원문화원이 이은주 안동대 교수에게 의뢰해 만든 '2023 춘향 영정 복식 고증' 일부를 발췌했다. 〈사진=남원문화원〉


'새로 그린 춘향 그림이 춘향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며 교체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김 화백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이 있다. 각자 머릿속에 있는 상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그림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새 춘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분만의 필터를 가지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상 인물에 대한 초상은 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 화백은 "어차피 그림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1대, 2대, 지금 새로 그린 3대 춘향의 그림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실존 인물을 특정해서 그린 초상이 아니라 가상 인물을 그렸기에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모습의 4대 춘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김현철 화백이 그린 춘향을 김 화백은 '3대 춘향'이라고 불렀습니다. '1대 춘향'은 1931년에 그려진 작가 불명의 춘향상입니다. 강수주라는 이름의 작가가 그린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낙관이 없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1931년에 그려진 작가 불명의 최초 춘향 영전. 강수주 작가의 그림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치 않다. 〈사진=김현철 화백〉

1931년에 그려진 작가 불명의 최초 춘향 영전. 강수주 작가의 그림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치 않다. 〈사진=김현철 화백〉


'2대 춘향'은 1939년에 김은호 화백이 그려 6·25 때 유실됐다가 1961년 김은호 화백이 다시 복원해 그린 춘향상입니다. 2대 춘향은 1939년 모 은행의 일본인과 한국인 은행장이 전북 남원 광한루 안 춘향 사당인 '열녀춘향사'에 걸린 춘향 영정을 보고 "못생겼으니 다시 그려라"라고 말한 뒤 김은호 화백이 그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대 춘향을 그린 김은호 화백은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춘향 영정 교체를 주장해왔고 2020년 10월 남원시는 김은호 화백의 춘향 영정을 철거했습니다.

김은호 화백이 두 차례 그린 '2대' 춘향 영전. 〈사진=남원문화원〉

김은호 화백이 두 차례 그린 '2대' 춘향 영전. 〈사진=남원문화원〉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춘향영전봉안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동양화가이자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인 김현철 화백을 새 작가로 선정했습니다.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새 춘향 영정이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기에 민주적 논의 절차를 거쳐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라며 "춘향제 기간인 지난달 25~27일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최초 춘향 영정과 새 영정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초 춘향 영정이 1313표, 새 영정은 113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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