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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 차기작으로 고른 '베트남의 금서'…이중 스파이 고뇌 담은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

입력 2023-06-15 17:24

2016년 퓰리쳐상 수상 <동조자>…내년 HBO 공개 드라마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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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퓰리쳐상 수상 <동조자>…내년 HBO 공개 드라마 원작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는 비엣 타인 응우옌 〈화면출처=민음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는 비엣 타인 응우옌 〈화면출처=민음사〉

“제가 스파이만 아니었을 뿐, 난민으로 미국에 건너가 생활하면서 겪은 감정들이 바탕이 된 소설입니다.”

소설 〈동조자〉의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오늘(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서울 국제도서전 참석차 온 건데 벌써 세 번째 방한입니다. 작가는 2016년 출간한 첫 장편 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속편 〈헌신자〉가 올해 한국에 출간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소설 〈동조자〉를 차기작으로 선택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내년에 HBO에서 시리즈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미나리'·'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든 A24가 제작을 맡았고,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합니다. 그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모든 백인 역할을 맡아 '1인 n역'을 소화합니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는 건 박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응우옌 작가는 박 감독과 두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박 감독은 소설의 주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응우옌 작가는 〈올드 보이〉를 가장 좋아하고 〈복수 3부작〉도 전부 봤을 정도로 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더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시각화한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일 겁니다. 식민 지배나 배신에 대해서는 〈올드 보이〉와 〈아가씨〉에서, 스파이 장르를 영상으로 어떻게 만들지는 〈리틀 드러머 걸〉에서 잘 보여 줬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이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 티저 화면 〈화면 출처=유튜브 'MAX'〉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 티저 화면 〈화면 출처=유튜브 'MAX'〉

〈동조자〉는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이중간첩으로 살면서 겪는 일을 그립니다. 작가는 자서전은 아니지만 개인사를 녹여 낸 작품이라며 책 속에 베트남계 미국인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응우옌 작가는 “집에서는 베트남 부모님을 염탐하는 스파이가 된 것 같았고, 집 밖에선 미국인을 염탐하는 베트남이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고 자랐다”고 말합니다. 이런 두 가지 정체성이 스파이 소설의 자양분이 됐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에 관해서도 깊이 탐구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베트남 전쟁을 바라본 작품들을 전부 살펴봤습니다. 안정효의 〈하얀 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같은 한국 소설부터 미국 영화들도 모두 섭렵했습니다. 과거 한국에 왔을 때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도 들렀다고 합니다.

〈동조자〉는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지만 정작 모국인 베트남에서는 아직 출간되지 못했습니다. 드라마 촬영도 베트남에서 하려고 했지만 무산됐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베트남 전쟁과 인종 차별, 프랑스 식민 지배와 미국 도피까지, 베트남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동조자〉 책 표지 〈화면 출처=민음사〉

〈동조자〉 책 표지 〈화면 출처=민음사〉

요즘 미국에서는 어느 때보다 이민자, 특히 아시아 이민자의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응우옌 작가는 그런 트렌드를 대표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어느 한 작품이 아시아계 전부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지금이 더 건강하다고 본다"고 말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죠. 지금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비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게 내 소설의 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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