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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재질이 왜 이래?…이젠 술도 종이에 담는다

입력 2023-06-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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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보드카 회사가 유리병 대신 종이병에 술을 담아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보드카 업체 인스타그램 캡처〉

스웨덴 보드카 회사가 유리병 대신 종이병에 술을 담아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보드카 업체 인스타그램 캡처〉


투명한 유리병이 상징인 유명 보드카. 이번엔 조금 다른 병에 담겼습니다.

이 불투명한 베이지색 병은 종이로 만든 병입니다.

나무의 섬유질을 이용해 병을 만든 뒤 안쪽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로 코팅했습니다. 술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일반 종이로 분류해서 버리면 완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업체는 설명합니다.

이 종이병을 만든 이유, 환경 때문입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데다, 무게도 기존 유리병의 8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무게가 가벼우니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죠.

이 보드카 제조사는 이번 달부터 3달 동안 영국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이 보드카를 시범 판매한 뒤 소비자 반응과 운송 과정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습니다.

음료뿐 아니라 화장품에도 친환경 용기 바람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을 종이병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 플라스틱 배출 1위 기업'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간 자선단체 '플라스틱으로부터의 자유(BFFP·Break Free From Plastic)'가 코카콜라를 5년째 플라스틱 배출 1위 기업이라고 발표했죠. 지난 2018~2022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약 212만 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런 오명을 벗고자 코카콜라는 지난해 종이병에 과일 음료를 담아 시험 판매했습니다. 다만 당시 뚜껑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완전한 종이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지난 2021년 코카콜라가 시범 출시한 아데즈 종이병. 〈사진=코카콜라〉

지난 2021년 코카콜라가 시범 출시한 아데즈 종이병. 〈사진=코카콜라〉


한 덴마크 맥주회사는 종이병에 담긴 맥주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 위스키 브랜드 제조사도 올해 유리병 대신 100% 종이로 만든 병에 위스키를 담아 판매한다는 계획입니다.

음료 회사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서도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 용기로 대체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죠.

글로벌 기업들이 이렇게 친환경에 신경을 쓰는 이유, 소비자들 눈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그린슈머'가 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친환경 행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거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유럽의 경우 친환경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압력이 강해 정부 규제보다 앞서서 기업들이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기도 한다”며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지적하는 환경단체들의 압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 10명 중 8명 “친환경 제품 살 것”…갈 길 먼 한국


우리나라도 친환경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소비자의 82.3%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죠.

하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지난 2021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연간 88kg으로 세계 3위라고 발표했습니다. 1위는 미국(130kg), 2위는 영국(99kg)이었습니다.

환경의 날인 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의 날인 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플라스틱 사용을 분명 줄여야 하는데,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화장품 업계 등에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용기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는 정도입니다.

홍수열 소장은 “이전에 비하면 종이 소재 기술이 많이 발전한 건 맞다”며 “최근에는 과자 포장지도 비닐 대신 종이로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에서는 기업에 대한 환경단체나 정부 차원의 압박이 약하다”며 “그러다 보니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외국에서는 눈치 보면서 친환경 행보를 하는 편인데, 국내에서는 외국에서만큼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사용(Reuse)'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 재질을 종이 재질로 대체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더 본질적인 대책은 재사용”이라며 “기업들이 유리병이든 플라스틱병이든 재사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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