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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나선 '신상 공개 확대'…여당 "기준 완화 방안 논의할 것"

입력 2023-06-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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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2일) 법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신상공개를 명령했죠. 다만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지침에 따라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 확대를 추진 중인데,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혼자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어제 항소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산고법은 가해자인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는데요. 지난해 10월 1심에선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죠.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강간살인미수를 적용하면서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건데요. 다만 피해자는 가해자가 출소한 이후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어제) : (저보고) 죽으라는 얘기랑 똑같은데 출소하면 그 사람 50인데 저랑 나이 4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저렇게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을, 아무도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왜 죄 한 번도 안 저지른 사람한테 이렇게 힘든 일을 만들게 하는 건지.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피해자의 두려움을 키우는 이유, 가해자가 여전히 익명성의 그늘 아래 있기 때문인데요. 2심은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죠. 이 형이 확정되면 가해자 A씨의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인데요. 피해자 측은 애초 수사 단계부터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게 맞았다는 입장입니다.

[남언호/피해자 측 변호사 (어제) : 이러한 강력범의 경우에는 피고인 단계가 아니라 피의자 단계에서 피의자 신상공개를 했었어야 됐지 않나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운용 중인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 중대범죄 발생 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혹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에 해당하는 범죄에 한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A씨는 수사 단계에서 '중상해죄'만 적용돼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특강법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는 2심을 앞두고 추가됐죠. A씨는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가 아니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보니 신상 공개를 피해갈 수 있었는데요. 특강법이나 성폭법 둘 다 신상 공개와 관련해 '피고인'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신상 공개 기준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남언호/피해자 측 변호사 (어제) : 현행 특강법상 요건으로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요건 중에 하나로서 범행이 잔인하고 피해 사실이 중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얼마만큼 범행이 잔인해야 하는지, 얼마만큼 피해가 중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러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수사기관보다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좁습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폭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만 신상을 공개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데요. 성범죄자 외에는 신상 공개가 불가능한 셈입니다. 재판 단계에서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커다란 공분을 일으킨 흉악범이라고 해도 신상을 공개하지 못하는 건데요. 이러다 보니 신상 공개 권한이 없는 개인이 A씨의 신원을 밝히는 일까지 벌어졌었죠.

[JTBC '정치부회의' (지난 5일) : 이 유튜버는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뿐만이 아니라 전과 기록도 모두 공개했는데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지난 2일) : 도를 넘은 사적 제재의 행위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놓쳤던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으며, 또한 가해자의 보복 범죄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 유튜버가 지난 2일 A씨의 사진과 이름, 직업 등을 공개해 사적 제재 논란이 인 건데요. 지난 9일에는 김민석 서울시 강서구의회 의원이 해당 유튜버를 두둔하며 A씨의 신상 정보를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김민석/서울특별시 강서구회의 의원 (음성대역) : 신상 공개로 인해 유튜브 개인이 공개에 대한 처벌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가해자가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한다면 유튜브 개인이 아닌 의원인 저를 직접 고소해주십시오. (신상 공개는) 오로지 구민의 안전을 위한 공익 목적임을 밝힙니다.]

이런 사적 처벌은 일면 '사이다'일 수는 있습니다. 다만 국민에게 공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가 아닌 한 개인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도 한데요. 이 때문일까요?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법무부에 한 가지 지시를 내렸습니다.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주문이었는데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염두에 둔 지침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미비로 인해 피의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있는데, 피고인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적합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법적으로 미비한 점을 신속히 정리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은 여당도 거들고 나섰는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어제 대통령께서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 당에서도 천인공노할 범죄와 관련해서는 신상공개의 기준을 완화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거론하며 범죄자 신상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죠. 아예 사적 제재 논란이 일지 않게끔 공적 영역에서 법률을 손보는 게 맞다는 겁니다.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유튜브에 이어 구 의원까지 (가해자의) 신상공개에 나서며 사적 제재 논란마저 나왔습니다. 사적 제재 논란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공적 영역에서 국가가 해결해야 합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가해자 신상공개를 명령했지만 언제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일상이 더 소중합니다.]

여기에 더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보복하겠다고 협박할 경우 더 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가해자가 보복 운운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경우에 양형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형법을 개정할 문제를 검토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 A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이 일부 공개가 됐죠.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는데요. 공개된 반성문에서 가해자는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상해에서 살인미수까지 된 이유를 모르겠다",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도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 반성의 기미를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었는데요. "솔직히 피해자이기에 다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이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는 불만까지 드러냈죠. 피해자는 "피고인이 내는 반성문을 읽는 지금이 더 아프다"고 심적 고통을 호소했는데요. 대체 이 가해는 언제쯤 끝나고 피해자는 언제야 완연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걸까요? 오늘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연상케 하는 소식이 또 하나 알려졌는데요. 최근 대전에서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범죄자 처벌 강화와 신상 공개 확대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겠죠.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피해자의 호소로 대신하겠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JTBC '뉴스룸' / 지난 1일) : 일단 범죄가 부끄럽고 창피해야 하는 건 가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피해자들은 부끄러워하고 창피해할 필요가 없고, 이 모든 걸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의 회복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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