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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노미] "있으나 마나"…대기업 기술 탈취 못 막는 '비밀유지 계약'

입력 2023-06-12 16:10 수정 2023-06-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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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무조건 갑(甲)일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받아들일 뿐입니다"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호소입니다.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 방안' 발표 자리엔 부처 관계자와 5명의 스타트업 대표가 자리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 및 간담회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 및 간담회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기부는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을 강화하고, 피해 접수 및 지원을 위해 범부처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많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지원이나 제재에 앞서 대기업의 기술 침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스타트업 측에서 수차례 언급된 이야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NDA, 비밀 유지 계약서(NDA; Non-Disclosure Agreement)입니다. NDA는 스타트업은 물론 대부분 기업에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보호 장치로 여겨집니다.

기술 탈취 분쟁을 막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NDA는 무엇일지 핫코노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기울어진 운동장' 비밀 유지 계약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NDA를 작성하는 과정이야말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토로합니다.

투자나 업무 협력 등을 목적으로 사전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가 오가는데, 스타트업이 이를 하나씩 따져 대기업에 NDA를 요청하기 어려운 분위기란 겁니다.

카카오헬스케어와 기술 분쟁 중인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회의를 할 때 '이 사안은 기밀'이라고 말하지 않을 경우 모두 예외 처리를 받는다"면서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NDA를 제안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스타트업 측에서 대외비 요청을 한다 해도 대기업의 수정과 검토를 거쳐 무력화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NHN와 기술 침해 갈등을 겪은 김견원 HMC네트웍스 대표는 "NDA를 보내면 대기업에서 검토해 수정 및 삭제 요청을 보내온다"며 "대기업과의 NDA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협력 단계에서는 '의무' 아냐

현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기업 간 기술 자료 제공 시 NDA 체결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단 이는 수·위탁 거래 관계에서만 적용됩니다. 계약 체결 전 협업 단계에서는 의무가 아닌 겁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대부분의 기술 탈취가 계약을 맺기 전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대기업이 투자나 계약을 미끼로 스타트업에 자료를 요청한 뒤, 뒤이어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식입니다.

롯데헬스케어와 기술 탈취 분쟁을 겪었던 알고케어 역시 1년여간 진행된 투자 미팅을 진행하는 가운데, 롯데헬스케어가 사업 정보를 획득해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닥터다이어리 송제윤 대표는 "정말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지금 제대로 예방하지 못한다면 향후 똑같은 피해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NDA에 중기부가 적극 나서달라"

스타트업들은 NDA 작성 단계에서 중기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중기부가 NDA 표준 양식을 만들 뿐만 아니라, 공증을 하는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HMC네트웍스 김견원 대표는 "계약서에 중기부가 강제성을 부과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강력한 허들이 될 수 있을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중기부는 "기술보호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을 하며 NDA에 대한 부분을 추가해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법에 의무로 돼 있으니 해야 한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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