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트렌드+] "문자, 이메일이 편해"…'직접 소통' 꺼리는 직장인들

입력 2023-06-11 10:00 수정 2023-06-11 16:3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1. "전화보다 문자, 이메일이 편해전화 오면 가슴 두근거려요."
대학교 졸업 직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24세 박모씨는 직접 소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전화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이 편하다는 B씨는 "일할 때 갑자기 전화가 오면 울렁증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진다"며 급한 부탁 등 전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2. "온라인 입사교육 받아…동기 등과 아직 어색해 고민"
올해 초 경기지역 공공기관에 취업한 30세 황모씨는 온라인으로 입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익숙한 비대면 수업이었지만 동기들과는 교류할 기회도, 친해질 시간도 적었습니다. 업무를 시작하고 난 후에도 다양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고, 여러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어색해 고민이 큽니다.


마스크 없이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전화벨이 울리면 떨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 '비대면'과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엔데믹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접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막 입사했는데 전화가 오면 횡설수설 말하게 된다"거나 "텍스트에서는 생각이 잘 정리되는데 대면해서 이야기하려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이 튀어나온다"는 글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사진=JTBC 보도화면〉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사진=JTBC 보도화면〉

 

"말하기 관심↑…대화 관련 서적 젊은 층 수요 늘어"

 

도심 속 대형 서점에서도 '쓰기' 관련 책들보다는 대화나 소통 등을 주제로 한 '말하기' 관련 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 대형 서점 두 곳을 방문해 봤더니 대면 대화와 소통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C서점 자기계발 코너 담당 MD는 "소통과 화법에 관한 책들이 스테디셀러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대화와 소통 등의 코너를 찾는) 젊은 층이 더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영풍문고 종각종로본점에 마련된 '직장인필독서/화술' 코너. 〈사진=김휘란 기자〉

영풍문고 종각종로본점에 마련된 '직장인필독서/화술' 코너. 〈사진=김휘란 기자〉

교보문고 광화문점 평대에 대화법 관련 책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휘란 기자〉

교보문고 광화문점 평대에 대화법 관련 책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휘란 기자〉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금희 씨도 지난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요즘 젊은 분들이 말하기를 힘들어한다"고 전하며 "소통에 관한 강연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이렇게 전국에 다양하게 계신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말하기를 불편해 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스마트폰이 나오고 SNS를 하는 것은 남들과 소통하기 위함인데 소통의 도구가 많아질수록 소통이 더 힘들어지는 아이러니"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유튜브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유 퀴즈 온 더 튜브' 캡처〉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겸 한국심리학회장은 앞서 관련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가) 사회적 경험을 해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왔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블루'와는 반대의 개념인 '엔데믹 블루', 즉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대면 활동에 피로와 부담을 느끼거나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현상이 겹쳐 비대면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 조언은?…전화 대면 소통 단계적으로 노출하라

 

전화 불안증 극복법을 소개하고 있는 기사. 〈사진=BBC Science Focus 홈페이지〉

전화 불안증 극복법을 소개하고 있는 기사. 〈사진=BBC Science Focus 홈페이지〉


해외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노출되기 쉬운 구두 소통에 불안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앨리슨 파파다키스 존스홉킨스대 임상 심리학 연구 책임자는 최근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우리가 현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대부분은 온라인상의 방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정돈되고 정리된 버전을 제공하는 데 익숙하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화나 대면 등 구두 소통이 필요한 상황을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노출해 두려움을 줄여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표정 교정은 우리가 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과학 연구팀은 "사람들은 실제로 우리의 미소를 '들을' 수 있다"면서 "미소는 우리의 화법이 더 자신감 있게 들리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더 행복하게도 해준다"고 전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