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르포+] "제 퍼스널 컬러는"…기자가 진단 받아봤습니다

입력 2023-06-11 09:11 수정 2023-06-11 16:3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지난 9일 서울의 한 컬러 연구소에서 기자가 직접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아봤다. 왼쪽 사진은 기자에게 어울리는 색, 오른쪽 사진은 어울리지 않는 색이다 〈사진=JTBC 송혜수 기자〉

지난 9일 서울의 한 컬러 연구소에서 기자가 직접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아봤다. 왼쪽 사진은 기자에게 어울리는 색, 오른쪽 사진은 어울리지 않는 색이다 〈사진=JTBC 송혜수 기자〉

"제가 소위 '여쿨라' 라고요?"



'여쿨라', ' 이트' 톤의 줄임말입니다.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커뮤니티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입니다.

지난 9일 취재기자가 직접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아봤더니 '여쿨라'가 어울린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퍼스널 컬러는 사람의 피부 톤이나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준다는 미용 이론입니다. 여러 가지 색을 크게 사계절과 따뜻한 색, 차가운 색으로 나누고 진하기와 맑고 흐린 정도 등에 따라 세분화하여 색상을 구분합니다.

퍼스널 컬러 찾기가 유행입니다. 3년여 만에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모두 해제되면서 이처럼 자신의 얼굴에 어울리는 색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퍼스널 컬러 진단과 관련한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진단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단순히 마스크를 벗었기 때문일까요?
 
연구소 벽에 부착된 다양한 색상표 〈사진=JTBC 송혜수 기자〉

연구소 벽에 부착된 다양한 색상표 〈사진=JTBC 송혜수 기자〉

퍼스널 컬러, 제가 한번 진단 받아보겠습니다


이에 기자는 퍼스널 컬러 진단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는 서울의 한 컬러 연구소에서 직접 진단을 받아보고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퍼스널 컬러 진단을 하려면 이미지 메이킹 관련 자격증이 있는 전문 컨설턴트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컨설팅 1시간에 5만~15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단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민낯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박설아 컨설턴트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맨얼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장을 지우고 나면 스스로 생각하는 이미지와 톤, 선호하는 색상 등을 간략하게 적어야 합니다. 기자는 '따뜻하지만 채도가 높지 않은 색'을 선호한다고 썼습니다.
 
여러 가지 색상의 천을 몸에 대고 퍼스널 컬러를 진단한다 〈사진=JTBC 송혜수 기자〉

여러 가지 색상의 천을 몸에 대고 퍼스널 컬러를 진단한다 〈사진=JTBC 송혜수 기자〉

피부톤에 맞는 웜톤과 쿨톤을 찾아서


선호 색상 등을 다 적고 나면 본격적인 진단이 시작됩니다. 먼저 전체적인 피부색을 측정해 어울리는 피부 톤을 찾습니다. 이어 따뜻한 색(웜톤)과 차가운 색(쿨톤)을 비교하며 둘 중 어떤 색이 더 잘 어울리는지 구분합니다.

그다음에는 명도를 측정합니다. 아주 어두운 색의 천을 몸에 대고 점차 밝은색의 천으로 바꿔가며 얼굴이 더욱 화사해지는 적절한 명도를 찾습니다. 신기한 점은 같은 흰색이어도 피부색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맑고 탁한 정도를 측정합니다. 비슷한 듯 보이나 채도가 낮은 색상의 천과 높은 색상의 천을 준비해 몸에 대고 비교하며 어떤 색상이 얼굴을 더욱 밝혀주는지 찾아냅니다.
 
기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상들이다 〈사진=JTBC 송혜수 기자〉

기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상들이다 〈사진=JTBC 송혜수 기자〉

15년 차 박설아 컨설턴트의 진단은…


기자는 앞서 소개한 대로 여름 쿨 라이트가 나왔습니다. 퍼스널 컬러 진단을 도와준 15년 차 박 컨설턴트는 "맑으면서 밝은 색상과 채도가 낮으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푸른 색상이 어울리는 색"이라며 "반면 탁하면서 어두운 계열의 색상과 채도가 높고 따뜻해 보이는 노란 색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단을 마치고 기자는 박 컨설턴트에게 왜 많은 사람이 최근 자신만의 퍼스널 컬러를 찾으려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요즘 정말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진단을 받으러 온다"며 "특히 면접이나 결혼 등 중요한 날을 앞둔 이들이 연구소를 많이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맑은 색과 탁한 색을 비교하는 모습 〈영상=JTBC 송혜수 기자〉

맑은 색과 탁한 색을 비교하는 모습 〈영상=JTBC 송혜수 기자〉

"자신감 찾고 싶은 사람들이 진단받는 게 아닐까"


그는 "다양한 감각 중에서도 시각이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감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실생활에서 옷을 고를 때도 이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 색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며 "진단을 받으러 오는 고객들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고 싶어서 연구소를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퍼스널 컬러 진단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 고객은 '퍼스널 컬러 진단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해주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컨설턴트는 "단순히 나에게 맞는 컬러를 찾는 개념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감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며 "누군가의 외적인 것뿐 아니라 내면까지 가꿔 줄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종 퍼스널 컬러 진단 결과〈사진=JTBC 송혜수 기자〉

최종 퍼스널 컬러 진단 결과〈사진=JTBC 송혜수 기자〉

"동조 심리 영향…정답 찾고 싶은 욕구"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두고 다양한 소비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트렌디하고 따라야 하는 동조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2030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답을 찾고 싶어 하는 욕구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어떠한 기준이나 정답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기준을 정해주고 규정화되어 있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심리도 있다"며 "퍼스널 컬러 진단을 비롯한 MBTI(심리유형 검사·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검사)라든지 여러 진단해 주는 모든 것들이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