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에 왔을 때보다 더 비싸졌더라고요. 한국에 올 때마다 명동에 오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 같아요.” (이사벨·필리핀에서 온 관광객)9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명동. 메인 거리에는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떡볶이와 어묵, 닭꼬치, 붕어빵 등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간식부터 스테이크, 양꼬치, 랍스터 꼬리 구이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눈에 띕니다. 점포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점포에선 군만두 3개에 5000원, 붕어빵은 4개에 5000원, 타코야끼는 5개에 50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닭꼬치도 대부분 노점상에서 5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명동에서 3개 5000원에 팔고 있는 냉동 군만두. 〈사진=이지현 기자〉
만 원이 넘는 길거리 음식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건조 오징어 구이는 1만 2000원, 소고기 케밥 1만 4000원, 스테이크 1만 5000원, 랍스터 꼬리 구이도 2만 원입니다.
명동 노점상에서 1만 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건조 오징어. 〈사진=이지현 기자〉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른 걸 고려하더라도 근처 시장 길거리 음식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명동과 가까운 남대문시장 가게에서는 군만두를 6개에 5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앞서 명동 길거리 판매 만두가 3개에 5000원인 점과 비교하면 반값인 셈입니다.
명동에서 2000~3000원이던 호떡은 1500원~2000원 정도였고, 꼬마김밥도 명동은 6개 6000원이지만 남대문시장에선 5개에 3000원이었습니다.
명동 물가가 비싸다고 느끼는 건 한국인이나 외국인 관광객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필리핀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이사벨(26) 씨는 “1~2년에 한 번씩 한국에 관광을 오는데 올 때마다 명동을 찾는다”며 “코로나 전에 왔을 때 랍스터 구이가 1만 5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사이에 많이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사벨 씨는 “즐겁게 여행을 하러 온 거여서 비싸도 사 먹긴 하지만, 솔직히 명동 길거리 음식이 조금 비싸긴 하다”며 “매번 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명동 노점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랍스터 꼬리구이. 〈사진=이지현 기자〉
싱가포르에서 가족들과 관광 온 클라라벨(27) 씨는 “솔직히 우리나라(싱가포르)에 비하면 한국 물가가 저렴한 편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한국 다른 식당에 비해 비싼 느낌은 있어서 혹시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을 더 받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근처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이모 씨(21)는 “명동 거리를 자주 지나다니긴 하는데 솔직히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은 별로 안 든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거긴 하지만, 길거리 음식 치고는 너무 비싸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김지은 씨(34)는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노점상이고 현금만 받는데도 이렇게 비싸게 파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명동에서 음식을 파는 길거리 노점상들. 〈사진=이지현 기자〉
명동 노점상들은 '노점 실명제'에 따라 운영됩니다. 구청에 정식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1년에 내는 도로점용료는 노점상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1년에 100만~150만 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명동 상인들은 주장합니다.
명동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명동상인복지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강수 씨는 “재룟값과 부자재 가격이 코로나 19 이후 너무 많이 올랐다”며 “코로나 19 이전에는 기름 큰 것 한 통이 2만 8000원 정도였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노점상을 시작하려 하니 6만 5000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지금은 조금 안정돼 기름 한 통에 5만 원 정도로 내려가긴 했지만, 다른 비용들까지 다 합하면 코로나 19 이전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라며 “들어가는 돈은 똑같은데 상인들이 과한 욕심을 부려 가격을 더 올려 받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싼 음식 가격 때문에 종종 민원도 들어오지만 관할 구청에서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종종 음식 가격이 비싸다는 민원이 들어오긴 한다”면서도 “저희는 서울시 중구 거리가게 운영 규정에 따라 노점상을 관리하기 때문에 판매 가격에 대해 조정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상인들에게 최대한 가격을 표시하도록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며 "가격을 써 놔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이를 알고 사 먹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으니 그렇게라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