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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의 숨트뷰] 2억 뷰 뚫은 '편의점표 1분 시트콤'

입력 2023-06-09 06:00 수정 2023-06-09 06:49

'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뚝딱이'
브랜드 홍보 대신 '한끗 다른' 재미
시즌 잇는 '세계관 놀이'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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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뚝딱이'
브랜드 홍보 대신 '한끗 다른' 재미
시즌 잇는 '세계관 놀이'도 한 몫


1분짜리 시트콤 '편의점 뚝딱이'는 브랜드 홍보 영상물인데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조회수 1억 번을 넘겼습니다.

1분짜리 시트콤 '편의점 뚝딱이'는 브랜드 홍보 영상물인데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조회수 1억 번을 넘겼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담배 사러 온 손님의 한판 대결. “레쎄 주세요.” 아이스ㆍ프레소ㆍ골든리프…총 29종류나 되는데 도대체 뭘 달라는 건지 싶겠지만 나는 '편의점 알바 9년 차'라고. 자, 바로 여기 '레쎄 수'! 아, 체인지로 바꾸겠다고요? 훗, 체인지도 세 가지가 있지! ('편의점 고인물' 제7화 '담배 사 가는 손님 국룰')
 

#편의점 사장이 된 지도 3개월, 나도 이젠 어떤 손님이 뭘 원하는지 척 보면 알지. 할머니 손님께는 '동전으로 내셔도 돼요'라고 상냥하게… 아? “요새 누가 현금 가지고 다니냐, 카페ㆍ삼페ㆍ네페(카카오페이ㆍ삼성페이ㆍ네이버페이) 되냐"고 하신다… .( '편의점 뚝딱이' 제12화 '초보 사장 특: 다 아는 척함')
 

시즌 1 '편의점 고인물'에 이어 시즌 2 '편의점 뚝딱이'까지 연속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편의점표 1분 시트콤' 내용 일부입니다. 아, 이미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유튜브가 추천하는 '인기 급상승 숏츠'에 자주 올라온 데다가, 두 시리즈 합쳐서 조회수가 2억 번을 훌쩍 넘었으니까요. TV 드라마 시청률로 치면 5% 안팎, 6~7위 정도는 너끈한 히트작이지요.

그런데 이 시리즈는 편의점 CU의 브랜드 채널인 'CU튜브'용으로 나온 영상입니다. 특정 브랜드를 알리려는 영상물이 이렇게 인기를 모은 적도, 이렇게 연달아 호응을 얻은 적도 없습니다. '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뚝딱이'를 연속 기획한 신아라 책임을 만나러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로 갔습니다.
 

10분 드라마? 1분 시트콤!


신 책임이 편의점을 소재로 한 영상을 기획한 건 처음이 아니라고 해요. 2019년 CU 유튜브 채널 일을 처음 맡았을 때, 배우 권혁수 씨가 편의점 사장으로 나오는 '혁수네 편의점'을 만들었습니다. 편당 10분 정도 길이였는데, 당시 채널 구독자가 1000명도 안 됐는데도 조회수가 10만이 넘을 정도로 반응도 좋았고요.

"사실 '편의점 고인물'도 처음엔 웹드라마로 기획했었어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 같은?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도 로맨스 웹드라마를 잘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니까요. 그런데 사랑 이야기가 세상에 이렇게 많은데, 볼만한 웹드라마가 이렇게 많은데 과연 차별화가 될까 싶은 거예요."

촬영을 한 달도 채 안 남기고 급하게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1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 '숏폼'으로 만들기로요. 내용도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상황으로 바꿨습니다.

"1분 안에 기승전결을 다 넣을 수 있을까, 얘기하다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고인물 알바' 친구는 '뚝딱이 점주'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편의점 고인물'은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허니버터칩부터 포켓몬 빵까지 '품절 대란'에 시달리고( '편의점 오픈런의 역사'), 멋있는 손님을 보고 설레는 ('이상형 왔을 때 알바생 공감') 등 현실감 있는 소재도 한몫했지요. 2년 반 동안 편의점 현장에서 일한 신 책임의 경험담이 반영된 걸까요.

"편의점이 워낙 일상적인 공간이다 보니 인터넷에도 에피소드들이 많이 올라와요. 제작사에서 이야기 수집을 진짜 꼼꼼하게 하셨고, 현장 동료들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담배 에피소드는 제 경험담 같아서 적극적으로 밀었죠. 비흡연자가 담배 종류를 다 외우는 건 진짜 힘들거든요."
 
시즌 1의 주인공이 뭐든 척척 해내는 '만렙 알바'였기 때문에, 시즌 2의 주인공은 개업 1일차인 20대 초보 점주로 설정했습니다.

시즌 1의 주인공이 뭐든 척척 해내는 '만렙 알바'였기 때문에, 시즌 2의 주인공은 개업 1일차인 20대 초보 점주로 설정했습니다.


속편인 '편의점 뚝딱이'는 개업 1일차 20대 초보 점주 '정주'가 주인공입니다. '알바력 만렙'인 시즌 1의 주인공 '하루'와는 사뭇 대조적인 인물로 고른 거지요. 실제로 CU 신규 가맹점 중 20대 점주 비율이 2020년 7.4%에서 지난해엔 16.2%로 늘어나기도 했고요.

'극사실주의'라고 할 정도로 체험담 느낌이 많이 나던 시즌1에 비해서 '뚝딱이'는 상상력을 가미한 극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 씨'가 손님으로 나타난다면? 하는 식의 상황극도 나올 정도니까요. 아무래도 체험형 소재가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아르바이트생에 비해 초보 점주의 에피소드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고, 작은 점포는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의 역할이 온전히 겹치기도 하고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소재를 찾기가 어려웠던 건 맞아요. 하지만 더 드라마틱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편의점 고인물'하고 차별화를 하기 위해서였어요. 1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가져올 수도 있지만, 매번 달라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시즌 3도 추진 중인데 혹시 모르죠? 그땐 아예 숏폼 형태가 아닐 지도요.”

'손님이 드라마 주인공이라면' 편이 유독 인기가 있었으니, '다르게 만들기' 전략은 성공한 셈이네요. 인기 유튜버('빵먹다 살찐 떡')가 주연을 맡은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반면 시리즈의 '세계관'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시즌2의 주인공 '정주'는 시즌 1의 주인공 '하루'의 친구라는 설정이에요. 하루 역을 맡았던 박은우 배우가 목소리 출연을 했습니다. 개업 축하 난을 보내는 장면에서 잠깐 얼굴도 나오고요.
 
'편의점 고인물'과 '편의점 뚝딱이'의 세계관은 연결됩니다. '뚝딱이 점주' 정주와 '고인물 알바' 하루는 친구 사이로 나오는데요, 개업 축하난에 1편 주인공 하루의 얼굴이 붙어있네요.

'편의점 고인물'과 '편의점 뚝딱이'의 세계관은 연결됩니다. '뚝딱이 점주' 정주와 '고인물 알바' 하루는 친구 사이로 나오는데요, 개업 축하난에 1편 주인공 하루의 얼굴이 붙어있네요.


'세계관 연결'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시즌 1에서 편의점에서 과한 애정 행각을 벌이던 '2n금 커플'이 시즌 2에도 등장합니다. 다양한 역을 한 사람이 맡아서 연기하는 재미를 보여주는 '멀티맨' 이창윤 배우도 계속 감초 역할을 하고요. 이렇게 '반가운 얼굴'이 나오는 편은 특히 조회수가 높습니다. 시청자들도 '세계관 놀이'를 즐기는 거지요.
 

속편은 어려워


'속편은 실패한다'는 속설도 있잖아요. 시즌 2는 제목 붙이기부터 힘들었다고 합니다. 온라인 게임 고수를 '고인 물'이라고 하니까 반대말인 '청정수'는 어떨까 했지만,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에겐 생소할 것 같았어요. 신입을 뜻하는 '뉴비'는 비하할 때 쓰는 경우도 있어서 마음에 걸렸고, '왕초보'는 좀 식상했고요. 익숙하지 않아서 서투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뚝딱거린다'고 표현하는데 착안해서 마침내 '편의점 뚝딱이'가 나왔습니다.

제목뿐만이 아닙니다. 재미로라도 손님을 '진상'이라고 부르거나, 유튜버가 구독자를 'OO이'라고 부르는 장면은 몇 차례나 대본 수정을 해 가면서 모두 걸러냈어요.
 
누가 봐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게 너무너무 중요해요.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보다 어떤 말을 안해야 하는지 더 신경씁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기도 합니다. '편의점 고인물'과 '편의점 뚝딱이'는 CU 브랜드 영상이지만, 정작 CU를 홍보하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아요. 어디에나 있을법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일 뿐이죠. 독점 판매 상품을 잔뜩 보여주고, 자체 앱 기능을 이것저것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신 책임은 몇번이나 꾹꾹 눌러 참았습니다.

"브랜드를 강조하면 어색하고, 보는 분들이 재미있지가 않으니까요. 영상 속에 CU라는 공간이 잘 보이니까 그걸로 만족하자,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촬영 장소를 고르는 일도 난항이었다고 합니다. CU는 직영점도 많으니까 거기서 찍으면 될 것 같은데요?

“실제 아르바이트생이나 초보 점주가 일하는 장소라면 아무래도 가맹점일 테니까요.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지까지 고려해서 점포들을 찾아다녔어요. 시즌 1과 시즌 2의 점포도 달라야 했고요."

시즌 1은 CU구로영림점, 시즌2는 CU충정로점에서 일주일 남짓 동안 몰아서 찍었습니다. 평소 점포 매출 정도의 비용으로 대관했다고 해요.

 
신아라 책임이 일할 때 듣는 '노동요'는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와 최예나의 '스마일'이라고 해요. 편의점 CU의 유튜브 채널을 맡고 있는데, '추석 귀성길 플레이리스트' 같은 추천곡 목록도 올리곤 합니다.

신아라 책임이 일할 때 듣는 '노동요'는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와 최예나의 '스마일'이라고 해요. 편의점 CU의 유튜브 채널을 맡고 있는데, '추석 귀성길 플레이리스트' 같은 추천곡 목록도 올리곤 합니다.


신 책임도 12년 차 '편의점 고인물'입니다. 혹시 편의점을 이용하는 '꿀팁'이 있을까요.

“공식 유튜브 채널 신상 코너를 챙겨보시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제품 소식을 빨리 알 수 있어요. 아, 편의점 전용 앱을 쓰시면 좋아요! 매달 1일부터 시작하는 행사도 많고, 수요일 '득템데이', 금요일 '신상데이' 이런 식으로 요일별 행사도 쏠쏠해요. '이웃집 통통이 약과쿠키'나 '황치즈 소금빵' 처럼 앱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인기 제품도 있으니까 꼭 써보세요.”


*[구기자의 숨트뷰]는 살아 숨 쉬는 트렌드를 봅니다. 그 속에 숨은 사람의 탁 트인 이야기를 시원하게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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