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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나요?' 묘지에 버려지는 조화 매년 1557톤

입력 2023-06-0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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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 내 묘역에 헌화된 조화. 〈사진=이지현 기자〉

국립서울현충원 내 묘역에 헌화된 조화. 〈사진=이지현 기자〉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가봤습니다.

묘비 옆 화병에 꽃이 보입니다. 현충원과 추모객들이 호국영령을 추모하며 헌화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꽃 대부분이 '플라스틱 조화' 입니다.

생화처럼 시들지 않는 데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현충원 측과 일부 추모객들은 조화를 쓰고 있습니다.

현충원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국 공원묘지에서도 플라스틱 조화를 쓰는 건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플라스틱 조화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묘지 버려지는 조화 매년 1557톤 추산…재활용 안 돼


국내 플라스틱 조화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플라스틱 조화의 양은 2400톤이 넘습니다.

국립현충원 2곳(서울, 대전) 포함해 전국 470여 개 공원묘원에서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조화는 매년 1557톤 정도로 추산됩니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한 참배객이 조화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한 참배객이 조화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플라스틱 조화는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철심 등이 혼합돼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결국 소각하거나 매립해 폐기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4304톤으로 추산됩니다.

폐기할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플라스틱 조화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햇볕에 3개월 이상 노출된 플라스틱 조화는 풍화돼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묘 올 때 조화 대신 생화를”…조화 사용 줄이는 지자체들


그래서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해 공원묘원 내 플라스틱 조화 반입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상남도 김해시입니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해 시 내의 공원묘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조화 반입·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생화나 드라이플라워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죠.

시행 1년이 넘은 지금은 대부분의 성묘객들이 조화 대신 생화로 조문하고 있습니다.

김해시 관계자는 "조화가 더 저렴하고 오래 간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초반에는 반대하는 성묘객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환경에 안 좋다는 점을 잘 설명해 드렸더니 대부분 취지에 공감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실 조화를 헌화하는 건 관습적,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이라며 “생화를 둔 뒤로는 공원묘지 측에서도 시들기 전에 처리하는 등 관리를 하다 보니 오히려 더 깔끔해져서 보기 좋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경상남도와 전라북도 전주시, 전라남도 순천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조화 대신 생화를 들고 오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경남 김해시 한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가 사라진 모습. 〈사진=김해시〉

경남 김해시 한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가 사라진 모습. 〈사진=김해시〉

'조화 반입 금지'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현충원도 플라스틱 조화 줄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전현충원은 지난해부터 묘역의 플라스틱 화병을 돌 화병으로 교체하고 있는데요. 바뀌는 화병의 입구를 좁게 만들고 있습니다. 헌화되는 플라스틱 조화의 양을 줄이려는 시도죠.

다만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올해 초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각 공설묘지 및 법인묘지에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겁니다. 환경을 생각해 조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관련 상임위에서는 이 법안과 관련해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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