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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 배출 야구부'도 소멸…저출산 파고 덮친 유소년 스포츠

입력 2023-06-05 20:26 수정 2023-06-06 23:00

'선수 없는 야구부' 앞으로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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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없는 야구부' 앞으로가 문제

[앵커]

JTBC는 올해 대한민국 미래의 가장 큰 위협인 저출산 문제를 연중 취재해 심도있게 다룰 계획인데, 오늘(5일)은 인구 절벽으로 인한 또다른 단면, 야구를 보겠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은 280만이 넘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 그 선수 기반이 되는 유소년 야구부는 빠르게 문을 닫고 있습니다. 5년새 30개가 넘는 팀이 사라졌습니다. 인구, 즉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롯데의 박정태, 마해영 등 걸출한 선수를 배출했던 부산의 명문 대연초등학교 야구부가 올해 초 문을 닫았는데,  먼저 그 이야기를 먼저 서효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 LG:삼성 한국시리즈 6차전|2002년 >

국내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고 명승부로 불리는 2002년 LG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6차전, 6-9로 삼성 패색이 짙던 9회말, 이승엽의 스리런 홈런이 터져 동점이 됐습니다.

그 순간,

[자, 우측으로 높게 날아갑니다. 넘어갑니다. 경기 끝납니다. 삼성, 한국시리즈 우승입니다! 10대 9 끝내기 홈런!]

끝내기 홈런을 때린 선수, 바로 마해영입니다.

통산타율 0.294의 국내 대표 거포였던 마해영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곳은 부산 대연초였습니다.

[마해영/부산 대연초 출신 야구선수 : 하교하다가 야구하는 걸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재밌겠다 이런 생각도 좀 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배웠던 걸 프로에 가서도 써먹을 정도로 잘 배웠습니다, 처음 배울 때.]

대연초 출신으로는 현역 시절 최고 2루수로 불렸던 박정태,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주역 투수 손민한도 있습니다.

[손민한/부산 대연초 출신 야구선수 : 작년까지 야구부원 수가 거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저출산 관련해서 자식들도 많이 없다보니까…]

JTBC 취재 결과, 대연초 야구부는 올해 폐지됐고, 마지막 남은 야구부원 한 명도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연초 관계자 : 없어요. 한 명 혼자 훈련이 안 되니까 다른 학교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청과 총동창회까지 재창단에 나서 봤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 : 상황에서 쉽진 않죠, 그게. 애들이 있어야 될 것 아니에요. 다른 팀들도 애들이 없어서 그런 상황인데…]

전세계 최저를 거듭하고 있는 저출산 그늘이 유소년 야구계까지 드리운 겁니다.

[마해영/부산 대연초 출신 야구선수 : 야구로 따지면 본적이나 마찬가지인데 본적이 없어진다고 하면 서글프죠. 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앵커]

선수 부족 문제는 대연초등학교만이 아닙니다. 다른 초등학교, 다른 중학교도 그렇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선수 부족은 불과 몇 년 뒤에는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야구는 저출산 문제의 하나의 단면일 뿐입니다.

계속해서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롯데 이대호, 두산 장원준 등 유명 선수들을 배출한 부산 대동중.

야구부 감독 전호근 씨는 주말이 더 바쁩니다.

[전호근/부산 대동중 야구부 감독 : 진해까지도 갔다 오죠. 한 50분 정도 걸리죠.]

한 때 지원생들이 많아 선발해서 선수를 뽑았는데, 지금은 직접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겁니다.

[전호근/부산 대동중 야구부 감독 : 지금은 선수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오려고 굉장히 부지런하게 하지 못하면 선수를 데리고 오기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내년이면 경기를 뛰는 3학년이 8명으로, 대회에 못 나갈 수도 있습니다.

[강진복/부산 대동중 교감 : 4~5년 전만 해도 한 25명 정도에서 30명까지 있었습니다. 2023학년도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현재 1학년은 1명도 없습니다.]

지역 유소년 야구 명문으로 불리는 청주 우암초나 부산 감천초도 선수 부족으로 대회 출전을 못했습니다.

4~5년 뒤면 프로야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정성주/LG 트윈스 스카우터 : 초등학교 감독자나 유소년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라든지 '어우, 형님 죽겠어요. 선수가 없어요' '이제 형 조금 있으면 큰일 날 거예요' 이런 얘기를 하는 거 보면…]

2023년 기준 초등학교 야구부는 86개, 중학교 야구부는 85개로 모두 171개, 5년 전에 비해 30여개가 사라졌습니다.

[유승안/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 올해 WBC에서 일본 팀하고 저희들하고 격차가 최소한 5~10년 났다고 보거든요. 밑에서 (원인을) 찾는 게 맞다고 봐요.]

오늘도 잠실에 찾아온 관중은 2만 명이 넘습니다.

평일에 2만 관중을 넘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이면에선 저출생 여파로 한국 야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야구를 즐길 수 있으려면 유소년 선수 수급 문제가 꼭 해결돼야겠습니다.

(VJ : 김민재·장지훈·한재혁 / 리서처 : 고선영·김지현·김채현 / PD : 박서혜 /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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