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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늘막 정말 고맙네요'...햇볕 안팎 온도차 16도까지

입력 2023-06-04 10:00 수정 2023-06-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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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의 효과를 측정해봤다. 실제로 그늘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를 비교해 본 결과 16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사진=장연제 기자〉

그늘막의 효과를 측정해봤다. 실제로 그늘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를 비교해 본 결과 16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사진=장연제 기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가운데, 횡단보도 그늘막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지난 3일 낮 12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시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 아래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장연제 기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가운데, 횡단보도 그늘막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지난 3일 낮 12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시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 아래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장연제 기자〉



"좋아요. 이거 만든 사람 노벨상 줘야 합니다."

지난 3일 낮 12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시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 아래서 신호를 기다리던 이종호(32)씨는 JTBC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씨는 "여름엔 어디를 가나 (인도에 그늘막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며 "더우면 신호 대기 시간도 더 길게 느껴지고 짜증도 나고 그러는데 그나마 그늘막이 있어서 조금은 견딜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늘막 아래로 옹기종기 모이는 사람들. 지난 3일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영상=장연제 기자〉

그늘막 아래로 옹기종기 모이는 사람들. 지난 3일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영상=장연제 기자〉


강우석(27)씨 역시 "여름에 더울 때 햇볕도 피할 수 있고 비 올 때는 비도 피할 수 있어서 되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에게 쓰이는 예산을 체감하기 쉽지 않은데 그늘막 같은 경우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가운데, 웅크렸던 횡단보도 그늘막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폭과 높이가 각각 5m, 3.5m인 그늘막이 펼쳐지자 햇볕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가운데, 웅크렸던 횡단보도 그늘막이 기지개를 켰다. 지난 3일 낮 12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시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 아래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장연제 기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가운데, 웅크렸던 횡단보도 그늘막이 기지개를 켰다. 지난 3일 낮 12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시 세종대로의 한 횡단보도 앞, 그늘막 아래서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장연제 기자〉

실제로 그늘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를 비교해 본 결과 16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사진=장연제 기자〉

실제로 그늘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를 비교해 본 결과 16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사진=장연제 기자〉


실제로 그늘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를 비교해 본 결과 16도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그늘막 아래 바닥의 온도는 섭씨 31.4도인데, 한발 밖으로 벗어나 햇볕이 내리쬐는 바닥은 온도 47도가 넘었습니다.

유지민(41)씨는 "오늘(3일 토요일) 안 덥다고 생각했는데 한낮이 되니 너무 덥다"며 "그늘이 없는 곳과 있는 곳의 차이가 크다. 그늘막 안과 밖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횡단보도 그늘막, 어디에서 왜 만들었을까?


이처럼 횡단보도 그늘막은 매년 여름철마다 보행자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대구, 부산, 전남, 강원, 제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 펼쳐진 우산 모양 그늘막은 낯익은 풍경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걸 처음으로 시작한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 서초구는 2015년 6월 처음으로 '서리풀 원두막'이라는 이름으로 고정식 횡단보도 그늘막을 최초 도입했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땀을 흘리며 신호를 기다리는 주민들을 위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자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동안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임시로 그늘막을 만들어 놓기도 했으나, 지금처럼 큰 우산 모양의 고정식 그늘막을 따로 설치한 곳은 없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그늘막.〈사진=서초구 제공〉

서울 서초구 그늘막.〈사진=서초구 제공〉


설치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고정식 그늘막은 당시 도로법상 부속시설물이 아니어서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횡단보도 앞 두 곳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뒤 주민 호평이 이어졌고, 이후 안정성과 실효성을 입증하며 합법 시설물로 인정받았습니다.

또 행정안전부 '폭염대비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의 기준이 돼 '그늘막의 표준'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퍼졌습니다. 각종 상도 휩쓸었습니다. 유럽 최고 친환경상인 '그린 애플 어워즈'를 수상했고, 올해 4월 행정안전부의 정부 혁신 '최초'·'최고' 사례로도 선정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 "당시 회의를 하면서 (주민들이)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잠깐 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횡단보도 앞에 우산 모양의 그늘막을 설치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생활밀착형 행정을 하다 보니 이런 아이디어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상을 많이 받은 것도 좋지만 얼마 전 다른 지역에 갔을 때 횡단보도 그늘막이 설치된 것을 보고 뿌듯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로의 한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 〈영상=백종훈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로의 한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 〈영상=백종훈 기자〉


전국에 설치된 그늘막은 2만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그늘막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시 북구는 인공 안개비를 뿌려주는 그늘막을, 충남 천안시는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그늘막'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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