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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딥]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 잔혹사…응급실은 왜 환자를 내쳤나

입력 2023-06-03 10:00 수정 2023-06-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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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분 1초가 급한 응급환자가 있습니다.

지난 30일 새벽 후진하는 차에 70대 노인이 치였습니다.

사고로 몸 안 장기 파열이 의심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신고 10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이때부터 또다른 비극이 시작됩니다.

병원 응급실마다 환자를 받을 수 없다며 퇴짜를 놓은 겁니다.

[경기 용인소방서 구급대원 : 병원에서는 불가하다고만 처음에 다른 병원 알아봐라, 그렇게.]

119구급대는 급한 마음에 사고가 난 용인 뿐 아니라 화성과 천안의 대학병원까지 전화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병상이 부족하거나 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A병원 관계자 : (저희 병원에) 외상외과 전문의가 안 계시는 거죠.]

[B병원 관계자 : 다발성 외상환자여서 외상센터로의 이송을 말씀드렸대요.]

이렇게 퇴짜를 놓은 곳이 11곳이나 됩니다.

그 사이 환자의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결국 40분 동안 헤맨 끝에 의정부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70km 떨어져 구급차로 다시 1시간을 넘게 달려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구급차는 부리나케 달렸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는 병원 도착 15분 전 심장이 멈췄습니다.

사고가 난 지 2시간 18분 만입니다.

제때 치료만 받으면 살릴 수 있던 생명을 꺼트린 응급실 뺑뺑이 사고입니다.

그런데 이런 응급실 뺑뺑이 사고 이번이 처음일까요?

아닙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그리고 한 달 전 서울에서도 있었습니다.

통계를 살펴보니 더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에 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되돌아간 '재이송' 사례 즉 응급실 뺑뺑이는 전국적으로 7천634건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심정지나 호흡정지를 겪은 환자는 190여 명이나 됩니다.

"아니 병원에서 위급한 환자를 거부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물으실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였던 겁니다.

한 술 더떠 이런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안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응급실 뺑뺑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의사가 없다는 겁니다.

실제 응급환자가 거부당한 이유를 모아보니 전문의가 없다는 게 3분의 1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응급실을 지켜야할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의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개원해서 돈 잘 버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들에 비해 연봉이 절반 수준에 그치다 보니 응급실에 의사들을 잡아둘 요인이 없는 겁니다.

여기에 병원들 역시 수가 탓을 하며 더 이상 투자를 꺼리고 있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형민/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중증외상센터라고 하면) 최소한 한 60명에서 80명이 스탠바이를 해야 되는데 지금 6명에서 8명도 구하지 못해서 운영에 허덕이고 있는 병원이 태산이고요. 그거 가지고는 실질적인 일은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봅니다.]

위급한 환자를 위해 비워져 있어야 할 병상이 경증 환자들로 포화상태인 점도 문제입니다.

응급실을 찾아오는 환자 열 명 가운데 7명은 직접 걸어올 정도로 경증이 대다수입니다.

여기에 여전히 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병상배정 시스템도 고쳐야 합니다.

빈 병상이 있는 병원이 어딘지만이라도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가 되면 응급실 뺑뺑이를 막을 수 있지만 병원에서는 도입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병원마다 정부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 응급실 인원을 부풀려 신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 정보 공유를 하 거짓말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이러니 구급대원들이 눈 감고 더듬어서 문고리를 찾는 것처럼 전화통만 붙잡고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 정부는 손 놓고 있느냐? 그건 아니긴 합니다.

국회에서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가 열렸는데요.

이자리에서 '응급실 뺑뺑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중경증 이원화, 정보관리 인력 확대, 비번 집도의 추가 수당 지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계획은 누구나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울뿐인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실행가능한 대책이 되도록, 그리고 그 대책이 현장에서 정말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영글게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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