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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그 시절 잡지 'Mr.K' 한정판 컴백…추억 돋는 어른들

입력 2023-06-03 09:20 수정 2023-06-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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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옛 잡지를 기억하는 시민 A씨)

지난 1일 한 펀딩 사이트에 올라온 글입니다.

펀딩 대상은 '엠알케이' 잡지. 절판됐던 잡지를 한정판으로 다시 발간하는데 펀딩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 옛 잡지의 공식적인 이름은 '미스터 케이(Mr.K)'입니다. 하지만 보통 '엠알케이'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발행되면서 당시 초·중학생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엠알케이 잡지. 〈사진=독자 제공〉

2000년대 초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엠알케이 잡지. 〈사진=독자 제공〉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펀딩 사이트는 이틀 연속 다운됐습니다. 목표 금액이 1000만 원이었던 펀딩은 하루 만에 3억 6000만 원 넘는 금액(2일 오후 기준)을 넘었죠.
 

청소년 잡지 Mr.K, 2007년 갑작스럽게 발행 중단


엠알케이 잡지는 지난 1998년 창간됐습니다. 아이돌 등 연예계 소식과 심리테스트, 만들어 쓰는 입체 편지지 등을 수록한 청소년 월간지였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매달 잡지를 사 모았다는 직장인 정모 씨(30)는 “잡지가 나올 때마다 아빠한테 2000원씩 용돈을 받아 문구점으로 달려갔었다”며 “친구들 생일 때 편지지를 오리고 붙여 편지를 써줬었다”고 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엠알케이 잡지. 만들어 쓰는 입체 편지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독자 제공〉

2000년대 초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엠알케이 잡지. 만들어 쓰는 입체 편지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독자 제공〉


한 달에 많게는 40만 부까지 발행됐던 이 잡지는 지난 2007년 갑작스럽게 발행을 멈췄습니다. 더는 청소년들은 문방구를 찾지 않았고, 인터넷과 핸드폰의 발달로 잡지 산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죠.

이후 잡지를 볼 수 있는 곳은 중고 시장뿐이었습니다. 한 권에 2000원이던 잡지는 비싸게는 4만~5만 원에 거래되는 '희귀아이템'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랬던 잡지가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였던 편지지 모음집으로 다시 발행된다고 하니 반응이 뜨거웠던 겁니다.

정 씨는 “어렸을 때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 그동안 잡지를 구하려고 해 봤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너무 비싼 가격에 팔고 있어 못 샀다”며 “이번에 편지지 발행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몇 시간을 기다려 구매에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엠알케이 한정판 제작추진 관계자는 “당시 소리소문없이 잡지 발행을 멈추게 돼 아쉬웠다”며 “옛날 자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 번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다시 발행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잡지를 재출간하거나 꾸준히 발행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엠알케이 잡지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번개장터 캡처〉

엠알케이 잡지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번개장터 캡처〉

'와와 109', '달빛천사 OST'…옛날 것들이 주목받는 이유


추억을 소환하는 콘텐트들이 큰 주목을 받은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와와109'라는 잡지 역시 펀딩으로 한정판 발행을 했었습니다. 와와109도 엠알케이와 비슷하게 구성됐던 청소년 잡지였죠. 당시 펀딩에서는 목표 금액이었던 2500만 원을 뛰어넘는 2억 원 가까운 금액이 모였습니다.

만화영화 '달빛천사'는 지난 2019년 OST 발매 펀딩을 진행했었는데요. 한 달 만에 26억 원 넘는 후원액이 모여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엠알케이와 비슷한 청소년 잡지였던 '와와109'는 지난 2020년 펀딩을 진행했다.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엠알케이와 비슷한 청소년 잡지였던 '와와109'는 지난 2020년 펀딩을 진행했다.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다 큰 어른들이 어릴 적 추억의 콘텐트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세상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물가도 오르다 보니 성인들이 현실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어릴 적 몰입했던 경험들에 다시 빠지고 싶은 감정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인이 돼 '구매력'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어린 시절 용돈을 모아 겨우 살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는 마음껏 살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니, 추억을 소환할 수 있다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거죠.

달라진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성세대는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많았다”며 “그때는 다 큰 어른이 어린 시절의 것들을 좋아하면 한심하게 보는 문화가 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이 하나의 취향, 감성으로 인정받는 데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인터넷에 모여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그러니 자기만족을 위해 어린 시절 추억의 물건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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