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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아기가 굶어서" 분유 훔친 미혼모 도운 경찰…당시 상황 물어보니

입력 2023-06-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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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고탁민 경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왼쪽 사진은 여성이 마트에서 분유를 훔치는 모습, 오른쪽은 고탁민 경사의 모습 〈사진=강원경찰청 제공〉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고탁민 경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왼쪽 사진은 여성이 마트에서 분유를 훔치는 모습, 오른쪽은 고탁민 경사의 모습 〈사진=강원경찰청 제공〉



"사실 조금 부끄럽습니다"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 경사)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된 고탁민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경사는 오늘(2일) JTBC 취재진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주변의 칭찬이 다소 어색하다며 웃었습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40대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습니다.

이 여성은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가려다 마트 보안직원에게 적발됐습니다.

여성은 현장에 출동한 고 경사에게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이 마트에서 분유 등 물건을 훔치고 있다. 〈영상=강원경찰청 제공〉

여성이 마트에서 분유 등 물건을 훔치고 있다. 〈영상=강원경찰청 제공〉


하지만 고 경사는 당시 여성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변명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에 고 경사는 여성의 신원을 조회했고, 여성이 과거 절도 혐의로 기소돼 두 차례 벌금형을 받았으며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 중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말 아빠가 된 고 경사는 "아기가 밥을 못 먹었다"는 여성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고 경사는 여성과 함께 그가 살고 있다는 원룸으로 갔습니다.

10평 남짓한 원룸에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갓난아기가 울고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 여성은 분윳값 낼 돈이 없어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탁민 경사가 사비로 분유를 구매하는 모습 〈영상=강원경찰청 제공〉

고탁민 경사가 사비로 분유를 구매하는 모습 〈영상=강원경찰청 제공〉


사연을 들은 고 경사는 다시 마트로 돌아가 아기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산 뒤 여성에게 건넸습니다.

고 경사는 "여성의 범행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지만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아기를 책임지기 위한 여성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아기 끼니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세상 살기 팍팍하지 않나. 아기는 잘못이 없다. 그 누구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 경사는 이후에도 여성이 그동안 내지 않은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며 여성을 도왔습니다.

사건 일주일 뒤 여성은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다"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원주경찰서는 이 여성을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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